[넷플릭스바낭] 아까운 내 시간... '트루 호러' 잡담입니다

 - 나온지 며칠 안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입니다. 에피소드 5개에 편당 30여분 정도.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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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원제는 '호러'가 아니라 '헌팅'입니다. 이 단어는 한국어로 번역될 땐 늘 다른 단어로 대체되는 느낌.)



 -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룹니다. 첫 세 에피소드는 80년대 대학생 기숙사에서 일어난 귀신 소동을 다루고요. 나머지 두 에피소드는 솔트레이크 시티의 몰몬교도'였던' 부부가 분수에 안 맞는 집을 과하게 저렴하게 장만한 후에 벌어지는 귀신 난리를 다루고... 뭐 그렇습니다. 도입부 소개 같은 건 필요 없겠죠.


 평소 같았음 그냥 가볍게 무시하고 넘겼을 이 시리즈를 굳이 틀어 볼 생각을 한 것은 제작자 때문이었습니다. 제임스 완이에요. 연출엔 손도 안 댔지만 어쨌든 제작은 하셨구요. 대충 검색해 보니 보통의 이런 재연 다큐멘터리들에 비해서 재연 장면에 영화적인 편집과 효과를 많이 넣어 재미를 살렸다길래 잘 하면 평타는 되겠다 싶었죠. 게다가 제가 원래 이쪽 장르를 잘 안 보는 사람이다 보니 호기심도 있었구요.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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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기숙사에서 귀신을 접하게 된 신입생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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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장만한 드림 하우스에서 귀신이 깽판을 치니 인생이 너무나 야속하고도 힘든 부부 이야기... 이렇게 두 가지 이야기입니다.)



 - 둘 다 괴애앵장히 전형적인 미국식 귀신 체험담들이었고. 이런 이야기의 클리셰나 공식에서 정말 한 치도 벗어남이 없이 딱 떨어지는 수준이었구요. 다루는 이야기가 이러하니 아무리 실제 당사자들이 나와서 눈물 짓고 한숨을 쉬고 '그 사건은 영원히 제 인생을 망쳐 버렸어요.' 같은 얘길 하고 있어도 전혀 신뢰가 안 갑니다. ㅋㅋ

 아니 뭔가 이야기가 특이하든가, 아님 정말 자극적이든가. 이도 저도 아니면 이게 사실이라고 우겨 볼만한 비장의 카드 격 증거라도 들이밀며 신뢰성을 만들어 내든가. 뭐라도 강력한 훅이 되어 줄 포인트가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그런 게 전혀 없어요. 그러면서 늘어 놓는 이야기는 죽어도 영화 각본으로는 못 팔 것 같은 뻔할 뻔자 미국식 로컬 괴담일 뿐이니 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구요.


 몇몇 리뷰, 후기들이 장점으로 꼽았던 '영화적 연출' 역시 개뿔입니다. 뭐 귀신 나올 때 당연히 호러 영화들 트릭이 동원되긴 해요. 하지만 명색이 '귀신 본 사람들의 실제 체험담'인 다큐멘터리들 중에 그런 거 안 활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ㅋㅋ 게다가 그 호러 효과들도 제임스 완 본인 영화들 퀄리티랑은 아주 거리가 먼 데다가, 장르가 실화 다큐이다 보니 그런 장면들이 나올 때도 계속해서 해설 나레이션이 나오고 잠시 후에 뚝 끊으면서 당사자 인터뷰가 들어가요. 공포는 대체 언제 느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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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을 너무 좋아하셨던, 은근 타이포 그라피에 재능이 있으셨던 원래 집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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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어린이들은 낙서를 너무 고퀄로 해서 보는 사람 몰입을 해치는 나쁜 버릇들이 있습니다.)



 - 제가 이걸 끝까지 다 볼 수 있었던 건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짧구요. 또 이야기가 둘이라 첫 이야기는 90분, 두 번째 이야기는 한 시간 정도만 보면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죠. 기왕 튼 김에 이것도 끝은 보자. 이토록 재미 없게 끌고 가고 있는데 설마 마지막에 뭐라도 하나 임팩트 있는 거 준비해 주지 않았겠어? 라는 마음으로 힘들게 버텨냈으나 마지막 보상 따위는 전혀 없었습니다. ㅋㅋㅋㅋ 그냥 시종일관 똑같은 페이스로, 하나도 안 무서운 재연 장면들과 마치 휴먼 다큐 출연자들처럼 눈물 뚝뚝 흘리며 연민을 호소하는 실존 인물들 인터뷰를 번갈아가며 틀어주다가 맥아리 없이 그냥 끝나요. 허허. 대체 왜 나는 소중한 연휴 마지막 날에 이딴 걸 보며 시간을 죽여 없애고 있었는가...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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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실화'라는 걸 강조하면서 본인이 직접 등판을 하면 금방 신상이 밝혀지며 주변에서 난리가 날 텐데. 괜찮으시려나 모르겠네요.)



 - 이렇게 작품이 지루하다 보니 계속 딴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중 90%는 '미국인들의 일상 호러 코드가 나랑은 참 안 맞는다'는 거였습니다.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르니 당연한 거겠죠. 예를 들어 귀신 들린 집 이야기들 있잖아요. 저 동네 사람들처럼 큰 나무도 몇 그루 있는 커다란 앞마당에 자그마한 뒷마당도 있는 100년쯤 묵은 집에 음침하고 커다란 지하실도 있고 천장이나 벽 같은 데 용도 모를 숨겨진 공간도 있고 나무 계단으로 2층, 3층을 삐걱대며 돌아다니는... 이런 집에서 살았다면 저라도 귀신의 집 이야기에 이렇게 냉담한 인간이 되진 않았을 것 같거든요. 이 시리즈의 경우엔 두 가지 이야기가 다 그렇게 오래 된 건물이랑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대충 그 동네 사람들은 흥미롭게 볼 수도 있었을 것 같긴 해요. 하지만 그런 쪽에 몰입하기 힘든 저 같은 사람 입장에선 그저 '고작 이런 이야기로 호러 다큐를 만들어 팔아 먹을 생각을 했다고???' 라는 생각 밖엔 들지가 않...


 나머지 10%는 뭐 이런 거였죠. 본인들 주장만 놓고 봐도 두 이야기 다 귀신 만나기 전부터 그렇게 정신 상태가 온전하진 않았겠네. 증거라고 들이미는 것들이 다 절대 증거가 될 수 없는 것 밖에 없는데? 거짓말이라기엔 저 사람들 연기력이 너무 쩔긴 하지만, 사람이 수십 년 동안 똑같은 거짓말을 반복하며 살다 보면 나중엔 그냥 진심으로 그걸 믿게 되는 게 드문 일도 아니지 않나? 근데 제작진은 대체 어디서 이렇게 재미 없는 실화들을 찾아내서 이런 걸 만든 거지? 차라리 그냥 현대 도시 괴담들 소재로 똑같은 형식을 적용해 만들면 훨씬 재밌겠는데 왜 이런 인생 낭비들을 하고 있지. 오늘 저녁엔 뭐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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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혹은 심리적 문제나 착각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두 가지 축으로 이야기를 끌고 갔더라면 그나마 좀 견딜만 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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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할로윈 특수를 노리고 만들어진 가성비 아이템일 텐데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거겠죠.)



 - 그래서 이 시리즈의 유일한 미덕이란 제가 뻘글 쓰는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켜줬다는 거. 그것 하나 되겠습니다.

 보지 마세요. 어차피 듀게에 이런 시리즈 즐기는 분이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보지 마세요. 내일 출근하시든 연가 내고 9박 10일을 즐기시든 관계 없으니 아무튼 보지 마세요. 뭐 낡은 건물, 속삭이는 귀신 목소리, 출동하는 귀신 전문 과학자(?)들의 아무 것도 안 찍힌 푸티지 화면과 대충 아무 말 하면서 영험한 퍼포먼스를 펼쳐주는 미국 영매님들, 그리고 마치 신앙 간증이나 알콜 중독 극복 후기 인터뷰 하는 톤으로 자기 체험을 늘어 놓는 미국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 이런 걸 즐기는 분이라면야 그냥 보셔도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이런 것보다 더 재밌는 게 넷플릭스에 뭐라도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브링 허 백'이라든가 말이죠. 그러니까 보지 마세요. 끝입니다.



 + 첫 번째 에피소드엔 제임스 완이 부활 시켜 지구적 인기인으로 만들어 낸 '그 부부'가 잠시 등장합니다. 하는 일은 없고 그냥 등장하기만 해요. 설마 그래서 제작에도 손을 댄 건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네요. 근데... 이 양반들 이제 사기꾼으로 보는 게 정론 아니었던가요. 너어무 미화된 것 같아요...;



 ++ 사실 스포일러를 생략하고 했거든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 이야기의 마무리가 너무 웃겨서 널리 나누고 싶어서... 


 첫 번째 이야기.


 창 밖에서, 샤워실 유리 너머에서, 음악 듣던 헤드폰 안에서 등등 집요하게 어른거리며 자기 이름을 부르는 귀신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크리스는 학교 종교실 신부님께 부탁해서 축복 기도를 받는데, 그랬더니 놀랍게도 귀신이 안 나타나요! 대신에 같은 기숙사의 다른 아이들에게 나타나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마음 착한 크리스는 자기가 해결해야 했다며 죄책감에 빠지고요. 그래서 친구도 뭔 일 당하고, 아들에게 소환된 아버지는 뭔진 전혀 모르겠지만 소름 끼치는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아버지께서 한 건을 해냅니다. 크리스가 아침마다 달리던 숲속 길에서 묘비 하나를 발견한 거죠. 그 이름을 갖고 조사를 해 보니 옛날 옛적 미국 원주민들에게 고문 당하고 처참하게 죽은 군인의 묘라고. 아마도 그 군인의 귀신이 나타난 게야!! 라고 생각하지만 뭐 아무런 조치는 안 하구요.


 결국 참다 못해 폭발한 크리스가 '내가 다 해결하겠어!' 라며 혼자(!) 숲속으로 달려가 사방에다 대고 나타나라 이 귀신아! 라고 외쳐대니 정말로 백주대낮에 귀신이 나타나구요. "니가 참 힘들고 슬픈 건 알겠지만 이건 옳지 않아! 넌 이 곳에 있으면 안 된다고!!" 라면서 크리스가 어떻게 하냐면...


 "내가 지금부터 열을 셀 테니까 그 안에 사라져! 알겠어!! 하나! 둘!! 셋!!..."


 그리고 열을 세는 순간 귀신을 뾰로롱 사라졌고 모두가 평화롭게 살게 되었답니다. 하하하하핫!!!


 사실 이 이야기엔 깜찍한 반전 하나가 있긴 합니다. 크리스의 아빠 말로는 나아중에 알고 보니 크리스 엄마의 조상이 그 군인의 시체를 발견했던 사람이었대요. 문서 기록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물론 보여주진 않습니다.


 워렌 부부는 주인공들 다니는 대학에 무슨 강연을 하러 왔다는 경험담으로 등장해요. 강연을 마치고 질문 있거나 사인 받고 싶은 사람은 무대로 올라오라고 하는데 아내 워렌께서 주인공 크리스를 보고는 '미안하지만 난 학생과 악수를 하지 않을 거에요. 저리 가세염.' 이라고 말했다고. 오오 역시 능력자!!! 근데 왜 안 도와주고 그냥 가는데... ㅋㅋㅋㅋ



 두 번째 이야기는 사실 스포일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클리셰로 시작해서 클리셰로 끝나니까요. 그래서 더욱 간단히!


 새 집에 들어오니 자꾸만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고. 종종 방 안 온도가 휙 내려가고. 혼자 놀고 있는 아들래미가 탄 그네가 기이할 정도로 높이 올라가고. 뭣보다 아들이 자꾸만 상상 친구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그러겠죠. 하지만 주인공 부부는 돈이 워낙 달려서 미친 듯이 돈 벌러 다니느라 자식을 못 챙기구요. 그러다 아내는 욕조에서 쉬던 중에 누군가가 찍어 눌러 죽을 뻔 하고. 남편은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알 수 없는 힘에 밀려 자빠지고 짓눌리며 "장난 치지 말고 꺼져!"라는 음성을 듣고. 애들 봐주러 출동한 시어머니까지 자다 말고 누군가에게 발목을 붙잡혀 질질 끌려 가는 경험을 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남편에게 떠오른 것이 옆집 아저씨가 자길 보고 뭔가 수상한 리액션을 보였다는 거죠. 그래서 달려가 물어보니 너 전에 살던 사람이 그 집에서 미쳐서 자살했다. 벽에다 이상한 낙서를 남기고... 라길래 집의 그 위치 벽을 뜯어 보니 저 윗 짤의 글자가 나타납니다. 이거 숨기려고 주인공들 들어오기 전에 황급히 뭘 하고 있었다는데 덧칠이라도 해서 지우고 뭘 붙일 것이지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안 했네요...


 암튼 그래서 부부는 집을 떠나 모텔에 살면서 유령 연구하는 과학자라고 주장하는 민간 팀에게 돈 내고 조사를 맡겨요. 그리고 그 집에서 한 달을 머물며 내내 뭘 찍어대고 녹음해 댄 그 남자들은 그냥 미닫이 창문이 혼자 닫히는 5초짜리 영상 하나랑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엄마 도와줘요!' 라고 들릴 수도 있는 희미한 소음 하나를 증거랍시고 보여주고요. 아아 역시 귀신이었어! 라는 믿음에 불타게 된 부부는 용하다는 저택 정화 전문가(...)를 소환해서 퇴마 의식을 해요. 근데 그 의식이란 게 그냥 수상한 방구석에 들어가서 창문 열고는 "나가라! 다시 돌아오지 마라 이 유령아!!" 라고 야단치는 거였네요. 뭐 어쨌든 본인들이 달라짐을 느끼고 본인들이 더 이상 귀신 못 보게 되었다니 돈 값은 한 걸로.


 그래서 차마 그 집에 다시 돌아갈 맘이 안 들었던 주인공 부부는 며칠 더 사람 시켜서 귀신 나오나 안 나오나 확인한 후에 이상 없다고 판단되자 자기들이 샀던 것처럼 귀신 얘기, 아주 오래 전 살던 사람의 아동 학대와 살해 등등 이야긴 쏙 숨기고 적당한 값에 잘 판 후 다른 동네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아름다운 결말로 끝입니다. 끄읕.

    • 제임스 완 '경력'이 간지나죠. 중국계 말레이지아 사람인데 호주로 이민 가서 '로열 멜버른 공과대학교'를 나왔데요.


      젊은 나이(48세!)에 자기 영화 '프랜차이스'도 갖고있고 말이죠. 찾아보니 저는 일곱편 정도 본거 같아요.


      제임스 완 - 나무위키



      •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은 후로 제작자 겸 사업가 쪽으로 발길을 넓혀서 그쪽으로의 수완도 톡톡히 증명하고 있긴 한데... 그러면서 본인 연출작 수가 확 줄어들어서 호러 팬으로서는 좀 아쉽기도 합니다. 감독 일도 열심히 해 주지 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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