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바낭] 컨셉은 좋았습니다만. '운명의 강' 잡담
- 올해 나온 4부작 리미티드 시리즈입니다. 편당 런닝타임은 50여분 정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간단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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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넷플릭스 포스터 이미지라지만 그 무성의 & 구수함이 한도치를 넘은 느낌입니다. ㅋㅋㅋ)
- 주인공이 대략 세 명쯤 되는 이야기입니다. 1번 주인공은 '자날리스'라는 고등학생인데 시작과 동시에 자기가 좋아했던 남자애와의 19금 영상이, 그것도 그 남자애 본인에 의해 유포 되어서 곤경에 처합니다. 남자애는 뻔뻔하게 자길 비웃으며 그 영상을 자랑거리로 여기고, 학생들도 자기만 조롱하고, 부모... 정확히는 엄마까지도 이게 다 자날리스 잘못이라며 화를 내다가 결국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에 사는 사촌네 집으로 보내 버려요. 거기에서 반성하고 지내면서 기술도 익히고 뭐 그러라고. 하지만 거기에서도 또 심한 몹쓸 경험을 하게 된 자날리스는 좌절해서 그 곳에서 새로 사귄 친구에 매달리게 되고. 그런데 그 친구란 놈은 절대 믿어선 안 될 놈이었고. 결국 유괴 당해서 성매매 업소로 팔려갑니다. 뭔가 되게 많은 일을 적어 놨는데 이게 이야기의 시작 맞구요.
2번 주인공은 해적 집단의 두목 아들 '프레아'입니다. 강에서 활동하니 사실 해적은 아니죠 수상 강도 집단 정도. 이미 적었듯이 조직 내에서 낙하산 금수저라는 이미지 때문에 반감들이 만만치 않고. 게다가 얘가 좀 성격이 온화하며 이런 범죄랑 기질이 안 맞아요. 사람도 잘 안 죽이고 남들처럼 성폭행 같은 것도 안 하고 자기 아랫 놈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뭐 자신의 일을 부끄러워한다든가, 의지를 갖고 뭘 바꿔 보려는 건 아니구요. 걍 강도질 성실하게 하면서 개인적으로만 좀 덜 나쁜 놈이 되려는 정도죠. 그런데 하필 자기 팀에 통제불능의 꼴통 쓰레기 짐승 놈이 하나 있고, 이 놈에게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는 가운데 이 놈이 전혀 불필요한 살인을 저지릅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최악이 된 상황에서 그만 프레아는 첫 눈에 반한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야 말아요. 그리고 그게 바로 성매매 업소로 팔려가던 자날리스입니다.
3번 주인공은 콜롬비아에서 전설의 특수 부대원으로 이름을 떨쳤던 장년 여성 '마리엔젤'입니다. 하지만 워낙 험한 일이다 보니 트라우마를 잔뜩 쌓은 채로 은퇴했고. 그 쪽이랑 연을 아예 끊겠다고 브라질로 건너 와서 다정한 남편도 만나고 귀여운 아들래미도 하나 낳아서 성인까지 장성을 시켰고 나름 흡족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술 내놓으라고 나타나 깽판을 치는 수상 강도들을 쫓아내려다가 남편과 아들이 살해 당합니다. 브라질에서 수십 년간 일궈 놓았던 삶이 사라지고 가장 소중한 두 사람을 잃었으니 어쩌겠습니까. 복수를 해야죠.
...와 같이 흘러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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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3인방! 인데 드라마에 이런 장면 안 나옵니다. 그러니까 홍보용 사진인 것인데 역시 그 구수함이 남다른...)
- 오늘따라 서론이 많이 길었죠? 근데 저게 첫화 내용이에요. ㅋㅋㅋ 그만큼 정보량도 많고 진행도 빠른 이야기라는 거죠. 에피소드가 넷 밖에 안 되는 짧은 시리즈인데, 자기가 다루는 이야기를 충분히 들려 주려면 이것보다 최소한도 에피소드 두 세 개 정도는 더 늘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호평 받는 원작 소설이 있어요. 근데 작가가 '소설가'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로 소개가 되는군요. 실제로 기자로 일하면서 축적한 브라질 사회, 특히 범죄 집단들에 대한 지식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구요. 장르는 소설이고 갈래는 스릴러이지만 저런 취지에 맞게 브라질의 현실을 다큐멘터리풍으로 아주 세밀하게 그려냈다... 라는 게 호평의 포인트였나 봐요. 위에서 언급한 세 주인공도 그렇게 브라질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창조된 인물들인 거구요. 참 좋은 얘기죠. 그렇긴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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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들 인신매매에 대한 이야기이니 보기 편한 이야기일 리는 없겠죠. 구체적인 장면은 하나도 안 나오지만 상황 자체가!!)
- 서평들을 참고할 때 원작엔 분명히 존재했을 것 같은 그 '저널리즘에 입각한 브라질 현실의 디테일'이 요 드라마 버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브라질은 각종 강력 범죄자들이 활개치는 곳이고 경찰은 보탬이 안 되며 권력자들이 그 범죄자들과 깊이 결탁이 되어 있다. 라는 아무 지식 없이도 적을 수 있는 상황 설명... 이 거의 전부에요. 그러니 이 드라마를 보고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그저 '와! 브라질은 정말 막장 국가이고 범죄자들의 천국이구나!' 라는 정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깨달음 뿐이고. 그래서 이 드라마에는 흔한 아무 범죄물들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이럴 거면 뭐하러 그런 원작을 돈 내고 가져다가 드라마로 만들었나 싶죠.
그래도 어쨌거나 세 주인공의 드라마라도 잘 살려 주면 재미가 있었을 텐데. 그 쪽도 그렇게 잘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워낙 사건이 많고 이야기가 많다 보니 드라마가 바빠요. 그리고 그런 사정으로 인해 희생되는 게 캐릭터 구현이에요.
자날리스가 무력하게 착취 당하는 10대 소녀가 아니라 불굴의 의지로 계속해서 살 길을 찾고 탈주를 시도하는, 그 와중에 주변 사람들까지 다 챙기려고 하는 강한 여성... 인 건 좋은데 거기에 충분한 심리 묘사로 설득력을 깔아주지 않으니 보면서 당황스럽기만 하구요.
전설의 스나이퍼이자 특수 부대원인 복수의 여신 마리엔젤은... 기껏 이런 폼나는 설정을 깔아 놓고선 그걸 제대로 살리는 장면을 거의 안 만들어 줍니다. 이 사람의 과거 트라우마나 현재 복수의 여정에서 느끼는 갈등 같은 것도 참 짧고 간단하게만 넘어가 버리구요. 뭣보다 그 '전설'의 전투력을 뽐내주는 장면이 없어요. 대신 악당놈들이 다 총 든 동네 찐따들이라서 어쨌든 마리엔젤이 더 강하다... 라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역시 좀 아쉬운 부분이었구요.
지 혼자만 착하려고 하면서도 결국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는 수상 강도 프레아는 나름 입체적인 캐릭터이긴 합니다. 하지만 앞서 적었듯이 이런 캐릭터를 통해 보여줄 수 있었던 브라질 범죄 집단들의 생태계 같은 걸 거의 안 보여주다 보니 이런 캐릭터가 왜 필요한데? 란 생각이 들죠. 차라리 그냥 아무 생각 없는 빌런으로 설정해 놓고 범죄 집단 굴러가는 모습이나 디테일하게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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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3번을 통해 범죄 집단을 계속 보여주긴 하는데 걍 일반 액션 영화들에서 묘사되는 수준에서 그치고 그냥 주인공의 드라마에 집중합니다. 이럴 거면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의 원작을 갖다 쓸 이유가...?)
- 그 외에도 뭔가 조금씩 다 모자랍니다.
소재가 극단적, 자극적이다 보니 생길 수 있는 비극의 볼거리화... 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건 좋은데 너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주인공 자날리스의 끔찍한 고생길이 지나치게 순화되어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좀 있구요. 현실적 묘사를 노린 건지 악당들의 능력치가 다 흔한 동네 건달들로 설정이 되어서 액션씬들도 싱겁구요. 캐릭터들은 주조연과 단역을 가릴 것 없이 다 무척이나 납작하게 평면적이면서 쓸 데 없이 용감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나쁘거나 그렇습니다. 이야기의 개연성도 문제가 많구요. 특히 우리 주인공 자날리스는 계속해서 '저러다 곧바로 총 맞아 죽겠네' 싶은 일만 저지르고 결국 다 실패하는데도 악당들이 계속해서 대충 봐줍니다...; 이렇게 마음 따뜻한 악당들 덕에 목숨을 부지하는 걸 계속 보게 되니 주인공의 용기도 용기로 안 느껴지구요.
사실 이 드라마에 한 가지 시청 유인 포인트가 존재한다면 바로 연출자인데요. 에피소드 네 편을 모두 연출한 메이렐리스 감독의 전작들이 '시티 오브 갓', '콘스탄트 가드너', '두 교황'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기대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제가 이걸 보고 다시 한 번 느낀 건 아무리 감독이 능력자여도 각본이 별로이면... ㅋㅋㅋ 장면 장면들은 보기 좋고 멋진 것들이 꽤 있었지만 그게 이어 붙여져 만들어진 이야기가 별로이니까요. 솔직히 이게 네 편 밖에 안 되는 짧은 시리즈였기에 망정이지 에피소드 열 개 짜리였다면 아마 2~3회 쯤에 때려 치웠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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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님은 의외로 근사하게 어울려서 이런 장면이 좀 많았으면 했는데. 활약이 별로 없으니 이럴 거면 디테일 줄여가며 액션 위주로 구성한 클라이막스가 뭔 의미가 있었나 싶고...)
- 그래서 결론은 당연히 자신감 있는 비추천입니다.
제게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현실과 문제점을 파고드는 이야기라는 취지도 좋고. 브라질의 밀림과 다양한 도시들의 풍광을 담은 비주얼도 좋았지만 딱 그 두 가지를 제외하면 여러모로 덜컹거리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서 결과적으로 의문의 맹탕행... 이런 느낌이었네요. 이거 볼 시간에 브라질의 조직 범죄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훨씬 유익하고 또 흥미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마무리합니다. 끄읕.
+ 주인공 2번 전설의 특수 부대원님 캐릭터는 원작 소설에선 자날리스 아빠 뻘쯤 되는 나이의 남성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살해당하는 가족도 아내와 아들이었다고 하고. 이걸 굳이 여성으로 바꾼 취지는 매우 뻔하지만 끝까지 다 보고 나면 나름 설득력 있고 그 취지도 잘 살아나고 해서 괜찮았어요. 특히 그 덕분에 내내 실망스러웠던 이 드라마에서 엔딩씬 하나는 그래도 맘에 들게 되었구요. 이런 센스도 있는 분들이 왜... ㅋㅋ
++ 저는 이 드라마 속 부담스런 장면들이 다 순화되었다... 라고 적었는데요. 해외 리뷰들을 찾아 보면 너무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많아서 감상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들이 많네요. 허허. 아무래도 미성년인 주인공이 (직접 보여주진 않더라도) 성폭력을 당하는 상황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다 적자면 복잡하니 정말로 결말 부분만!
결국 자날리스의 끝 없는 탈출 시도는 다 실패하고 마지막에 프랑스령 어딘가의 섬에 끌려가서 업소 에이스 생활을 하게 돼요. 정말 무성의하게, 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내며 일하지만 비주얼이 깡패라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리엔젤은 자기 남편과 아들을 죽였던 수상 강도들을 집요하게 추적해가며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데, 그 와중에 사건의 원흉이었던 프레아의 미친 부하놈에게 함께 복수하던 동료를 잃어요. 즉각 반격해서 원흉까지 사살한 후 무장 해제 상태의 프레아를 겨누지만 "난 아니야! 말리려고 했다고!!" 라며 오열하는 프레아를 보고 고민하다가... 그냥 돌아섭니다. 대신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자날리스를 구출하기 위해 그 섬으로 향하구요.
그래서 목숨을 건진 대신 조직을 잃은 프레아는 가진 돈을 몽땅 탈탈 털어서 역시 자날리스가 끌려간 섬으로 달려갑니다. 그 돈으로 자날리스를 사서 꺼내주고 자기 아내를 삼겠다는 택도 없는 꿈을 품고서요.
섬에 도착한 마리엔젤은 자날리스가 일하는 고급 성매매 업소에서 한 자리 맡고 있는 옛날 동료를 만나 설득해서 구출 작전을 짭니다. 그 동료가 경매에서 자날리스와의 하룻밤을 사고, 둘이 하룻밤을 보낼 vip룸으로 안내 받은 후에 몰래 침입한 마리엔젤에게 넘긴다... 라는 거였는데요.
일단은 전재산 탈탈 털어 덤비는 프레아 때문에 경매에서 고생을 좀 합니다. 다행히도 마리엔젤이 자날리스를 위해 털어 온 돈이 좀 더 많아서 낙찰은 성공했는데, 몰래 침투하던 마리엔젤 쪽에서 일이 꼬여 쩔쩔 매는 사이에 우리 굽힐 줄 모르는 의지의 브라질인 자날리스가 몰래 준비해 둔 마약 주사를 마리엔젤 동료에게 꽂아 버리고 셀프 탈출을 해요. 뒤늦게 vip룸에 도착한 마리엔젤은 이걸 워째... 하다가 일단 업소 밖에 나가서 혹시나... 하고 대기하구요. 자날리스는 자길 보고 반가워 죽는 프레아를 이용해서 건물 밖으로 나오는 데에 성공하지만 당연히 프레아를 따라가기는 거부합니다. 난 널 사랑해! 내 아내가 되어죠! 라고 다짜고짜 덤비는 프레아에게 뭐래 이 미친 놈이... 라는 표정으로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라 쏟아 붙이는데. 힘으로라도 끌고 가려는 프레아 앞에 성매매 업소 사장이 나타나 총을 겨누며 성질을 내고 다툼 끝에 둘은 서로를 쏘고 쓰러져요. 그때 이걸 지켜 보고 있던 마리엔젤이 자날리스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바로 도주. 프레아는 죽어가며 그 모습을 바라 봅니다.
그래서 마리엔젤은 자날리스를 집으로 태워다 주고요. 자날리스가 당한 일을 알고 아빠는 진작에 죄책감으로 자살해 버렸기 때문에 집에 있던 건 엄마 하나. 근데 이 엄마는 사실 지나친 종교적 믿음과 보수적 사고 방식으로 자날리스가 이 꼴이 되는 데 일조한 양반인데... 암튼 집앞에 언뜻 보인 자날리스의 모습 때문에 '내 딸아!' 하고 문을 확 열어 제끼는 엄마지만 자날리스의 모습이 없습니다? 엄마는 당황하다가 조용히 문을 닫고. 장면이 바뀌면 마리엔젤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행복한 표정으로 길을 달리는 자날리스가 보입니다. 자길 이렇게 만든 그놈의 집구석!에 돌아가느니 마리엔젤과 둘이서 함께 살기로 결심했나 봐요. 마침 마리엔젤도 가족을 다 잃고 삶의 의미를 잃은 사람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흐뭇한 엔딩이긴 하네요. 이렇게 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