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바낭] 옳게 된 에반게리온. 'SSSS 그리드맨' 잡담입니다

 - 2018년작입니다. 에피소드 12개에 편당 20분쯤 되구요.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간단하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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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주인공의 몸매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는 포스터 이미지입니다.)



 - 리카라는 여고생네 엄마가 아주 느긋하게 운영하는 중고품샵 겸 카페테리아... 에서 유타라는 소년이 눈을 뜹니다. 어라. 근데 아무 것도 기억이 안 나요. 기억 상실증입니다. 리카도 '너랑 같은 반이긴 한데 딱히 대화 나누는 사이 같은 건 아닌데? 가게 앞에서 갑자기 쓰러지길래 눕혀 놨을 뿐.' 이라는 입장. 그래도 상냥하게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본인 핸드폰을 뒤져서 친구도 찾아내고 자기 집도 찾아내고 해서 어떻게든 일상은 진행을 해 보는데... 뭐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소년의 눈에는 마을 여기저기에 정지되어 있는 거대 괴수들이 보이는데 남들 눈엔 안 보여요. 그리고 리카네 가게의 80년대 가정용 컴퓨터에 역시 소년의 눈에만 보이는 울트라맨 이종팔촌 쯤 되어 보이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계속 떠들어대거든요. 유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 마을을 지켜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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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0년 묵은 실사 특촬물을 원작으로 하다 보니 이렇습니다. ㅋㅋ 정겹고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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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신 장면 역시 매우 원작과 해당 장르에 충실. 21세기의 어른이들이 부끄러워할 수 있으니 좀 순화해 볼까? 같은 태도 따위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당!!!)



 - DAIN님께서 아주 상세하게 잘 설명하고 평해주신 글이 있었죠. 그 글로 인해 이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언젠간 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봤어요.

 그 글은 요것 http://www.djuna.kr/xe/board/14389609 인데 스포일러가 있으니 조심하시는 게 좋겠구요. ㅋㅋ

 다만 문제가 조금 있다면 이게 결국 80년대 전대물 '전광초인 그리드맨'이 원작이고. 요 'SSSS. 그리드맨'은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나온 그 작품의 후속작 같은 것이고. 이후에 'SSSS. 다이나제논'이라는 애니메이션이 하나 더 나온 후에, '그리드맨 유니버스' 라는 완결편(이라기 보단 일단락) 격의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뭐 이런 좀 복잡한 구성의 이야기인 것인데요.


 보는 김에 다 봐 버리고 싶지만 80년대 전대물은 당연히 찾아 보기 어려웠고. 다행히도 요 'SSSS. 그리드맨'은 그 전대물 원작을 몰라도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게 되어 있어서 잘 보긴 했는데, 다음 작품인 '다이나제논'은 현재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요약 버전인 극장판만 유료 vod로 서비스 중인데 유료는 둘째 치고 제가 '총집편' 같은 걸 싫어해서 보기가 싫고. 그래서 완결편도 손을 댈 수가 없네요. ㅋㅋ 그래서 일단 전 요 'SSSS. 그리드맨'만 보고 뒤의 이야기들은 없는 셈 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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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달라도 에바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주민들이 안 보이는,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존하는 기묘한 마을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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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도와 장면 연출이라든가... ㅋㅋ)



 - 뭔가 미스테리를 잔뜩 품고 시작하는... 척 하는데 사실은 아닌 이야기입니다. ㅋㅋ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정지 상태의 대괴수들은 무엇인가. 마을을 습격하는 괴수들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째서 이 학교가 매번 타겟이 되는가. 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 먹은... 등등 다양한 떡밥들이 1화에 와르르 투하되긴 하는데 그게 바로 2화에서 다 풀려요. ㅋㅋㅋㅋ 심지어 1화에서도 이런 이야기들 익숙한 분들은 다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힌트를 주고요. 아마도 엄연히 원작 있는 이야기의 후속편이라는 이 시리즈의 정체성 때문인 듯 합니다. 원작의 설정을 알면 시작하자마자 거의 다 눈치를 챌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뭐냐면. 에바와 같습니다. 거대 로봇, 대괴수가 출동해 거창하게 두들겨 패고 싸우는 청소년 성장물이고. 특히 세상에 상처 받고 고치 속으로 틀어 박히는 가련한 청춘들에게 '용기를 내서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훈계하는 이야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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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3인방... 이라지만 보다 보면 뭔가 훼이크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게 만들어져 있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그 훼이크가 격하게 정직해서 다 티가 나고, 금방 다 눈치 챌 수 있고 그래요.)



 - 다만 에바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은요. 세상에 상처 받고 고치에 틀어 박힌 가련한 청춘이 주인공이 아니라 빌런입니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대략 의롭고 선량한 주인공들이 씩씩하게 빌런의 공격에 맞서 싸우다가 결국엔 위로와 화해를 시전하고 용기를 심어준다는 참으로 밝고 희망찬 전개로 나아가는 거죠. 에바 대비 철학적이고 심오한 '척'은 거의 없고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작품의 메시지나 모두 다 단순 명쾌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자칫 잘못하면 우울 청춘들에게 상처 내지는 폭력이 될 수도 있잖아요. 근데 이게 의외로 섬세한 면을 발휘해서 그런 위험은 거의 피해갑니다. 최소한 '이 모질아! 그런 건 열혈로 이겨내는 거얏!' 같은 식으로 가진 않아요. ㅋㅋㅋ 빌런님의 심경 묘사에 꽤 공을 들이는 편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문제가 해결되는 장면도 매우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구요. 이게 원작에도 나오는 어떤 설정을 그대로 반영한 거라던데, 보기에 따라선 쌩뚱맞고 허탈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전 그냥 작품 의도와 순리대로 잘 흘러간 마무리라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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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정말로 자기들이 선택한 소재에 무척이나 당당한 작품입니다. ㅋㅋㅋ 그래서 좋았어요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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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냥 당당한 걸로 끝이 아니라 그걸 고퀄로 잘 만들었으니 좋은 것이기도 하구요.)



 - 그리고... 이걸 만든 사람들이 가이낙스에서 에반게리온 만들던 사람들. 그러니까 현 제작사 '트리거' 사람들이라고 하는데요. 애초에 에반게리온부터가 울트라맨에서 참으로 많은 걸 가져온 시리즈였고 특히 액션 장면들이 그랬잖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대놓고 울트라맨 풍 이야기와 액션을 추구하는 이 작품 역시 액션 연출들이 상당히 고퀄입니다. 불타는 원작 존중(이라기 보단 팬심에 가깝겠지만) 스피릿으로 전대물 특유의 연출 장면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열심히 그려 넣고 특촬물 액션씬 느낌을 최선을 다 해서 살려낸 티가 나구요.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스타일의 연출들도 조화롭게 잘 섞어 넣어고. 그래서 전투 장면들은 거의 예외 없이 고퀄이다...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캐릭터나 이야기도 준수합니다. 진지 심각하고 사실 꽤 우울한 이야기지만 이미 적었 듯이 씩씩하고 바른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밝게 풀어 나가는 편이고 유머러스한 장면들도 많구요. 뭣보다 에바의 신지처럼 끊임 없이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그걸 계속 자세히 보여주고... 이러지는 않아요. 그래서 보기 편하고. 또 뻔한 이야기이나마 페이스 적절하게 잘 끌어가서 쉽게 쉽게 이어서 달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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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냥 에바잖아? 하실 수도 있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에바가 오마주를 바치던 무언가와 같은 걸 추구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다... 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그래도 그냥 에바로 보이는 부분이 많은 건 어쩔 수 없겠구요. ㅋㅋ)



 - 그러니까 '에반게리온'으로 안노 히데아키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밝고 긍정적인 톤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풀어낸 작품이 되겠구요.

 작화나 캐릭터 디자인, 연출도 모두 고퀄이며 시각적으로나 이야기 측면으로나 보는 사람 부담스럽게 만드는 건 거의 없어요.

 굳이 약점을 찾아 보자면 장점이 곧 한계이자 단점이랄까... 말하자면 아주 강렬하게 확 꽂히는 한 방은 없는 편입니다. 고퀄로 잘 만들었고 고퀄로 재밌긴 한데 이 작품을 이야기 할 때 '이거다!' 싶은 임팩트가 있는 포인트는 잘 모르겠더군요. 아마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이거 만든 놈들은 대체 뭐가 이렇게까지 배배 꼬인 거야?' 라며 짜증을 냈던 분들이라면 해독제 차원에서 더 즐겁게 보실 수는 있을 것 같지만요. ㅋㅋㅋ

 암튼 그러합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끄읕.



 + 만든 놈들이 워낙 최강 덕후 집단 소리 듣는 쪽이라 그런지 오만가지 작품들의 오마주가 넘쳐난다고. 살짝 과장하면 오마주 장면들을 조립해서 만든 수준에 가깝다는 얘길 듣는 작품입니다만. 검색해서 찾아 보니 아... 역시 나의 덕력은 얕고 하찮기 그지 없구나. 싶을 정도로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네요. 그리고 이런 걸 볼 때마다 느끼지만 이렇게 만들어 넣은 사람들보다 그걸 찾아내는 사람들 쪽이 더 신기합니다. 어떻게 눈치 채는 건데? ㅋㅋ 



 ++ 스포일러라고 할만한 것도 없지만 대충 적어 보면... 


 일단은 같은 반 여학생이자 학교의 인기 스타 신죠 아카네가 빌런입니다. 매번 딱히 뭐 대단할 것도 없는 일로 부들부들 화내다가 집에 가서 괴수 피규어를 직접 만들고. 그러면 이 녀석 곁에 머무는 외계인 알렉시스란 놈이 그걸 거대 & 실체화 해서 마을에 풀어 놓는 식으로 일이 벌어지구요. 그렇게 잘 나가는 교내 인기 스타가 왜 굳이 이런 짓을 하느냐면 얘가 사실은 친구 없고 세상에 상처 받은 히키코모리 학생이기 때문이죠. 그런 학생이 왜 인기 스타냐? 고 하면 이 마을 전체가 다 이 학생이 창조해낸 가짜 현실이기 때문이구요. 

 그러니까 현실 세계가 있고, 그 안에 이런 가짜 현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들이 있고, 외계인 알렉시스가 그런 아이들 마음의 약한 곳에 파고들어 이런 마을을 만들고 꼬장을 부리게 유도한 후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집어 삼키는. 뭐 그런 설정이고 주인공인 그리드맨과 그를 돕는 '신세기 중학생'들은 이런 악당들을 잡으러 우주를 돌아다니는 존재였다... 뭐 이런 겁니다.


 그렇다는 것은 당연히 이 마을 사람들은 주인공의 친구들을 포함해서 모두가 신죠 아카네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들이고. 막판에 주인공들은 그런 사실을 깨닫고 좀 낙담하지만. 그래도 일단 마을은 구하고 할 일은 해야지? 어쨌든 우리도 사람이고 이 곳은 우리 마을이잖아? 라는 몹시 긍정적인(?) 태도로 괴물화 된 신죠 아카네 & 알렉시스에게 맞서구요. 


 그 과정에서 우리의 주인공 유타군이 아카네의 칼에 찔려 위기에 처하는데, 어찌저찌 깨어나면서 자신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주인공인 유타는 사실 그리드맨이 빙의(...)하면서 의식이 잠들어 버린 상태였고. 지금껏 그 몸을 갖고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었던 건 거기 빙의한 그리드맨이었어요. 근데 뭐가 잘못 되어서 기억을 잃어 버렸던 것. 암튼 그래서 막판에 진짜 그리맨으로 각성한 유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원작 전대물의 그리드맨 디자인 그대로라고 하더군요)으로 거대화하여 알렉시스와 결전을 벌이고. 죽여도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능력을 가진 알렉시스에게 좀 밀리다가, 결국 궁극의 필살기 '픽서빔' 이란 걸 시전하는데... 이 빔의 정체란 파괴 에너지가 아니라 회복, 재생의 에너지였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싸움 때문에 박살난 마을도 살아나고, 알렉시스에게 잡아 먹힌 아카네의 마음도 살아나고, 그래서 힘을 잃어 버린 알렉시스를 간단히 해치우고 쬐끄만 무언가로 만들어서 그동안 사귄 마을 친구들에게 바이바이한 후 또 다른 차원으로 떠나요.


 그리고 진짜 마지막은... 알렉시스에게서 벗어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아카네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름 한 번 언급 안 했지만 이 시리즈의 히로인이자 사실은 아카네가 만들어낸 가상의 이상적 친구 릿카가 홀로 있는 아카네를 찾아오구요. 힘내라. 넌 잘 할 수 있다. 같은 격려를 하면서 작별의 선물도 줘요. 그러자 눈물을 흘리며 작품 속 세상을 떠나는 아카네의 모습이 보이다가... 장면이 바뀌면 실사로 전환이 됩니다. 이불을 돌돌 말고 침대 위에 있던 여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요. 이게 아카네의 현실 본체인 것이고, 자기가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의 경험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되었다는 희망찬 결론이겠죠. '에반게리온'의 실사 장면과 발상은 같고 주제도 비슷하지만 훨씬 희망차고 건전한 느낌으로다가, 엔딩입니다.


 +++ 사실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대놓고 밝히는 스포일러는 1차 반전에 대한 것만이었고 최종 진실, 그러니까 이게 다 현실 세계 우울 청소년의 백일몽 비슷한 거다... 라는 건 비밀로 유지를 하긴 해요. 하지만 그마저도 한 두 편만 봐도 뻔히 짐작이 되는 것이, 엔딩송 영상을 보면 실사와 그림을 섞어 놓은 장면들이 계속 나오거든요. 만든 사람들이 사람들이고 하니 또 그런 식으로 끝내겠구나... 라고 3화쯤 부터 짐작하며 봤습니다. ㅋㅋ

    • SSSS그리드맨 전편을 보셨으면 그냥 미친 척 그리드맨 유니버스를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SSSS.다이나제논]을 보고 보면 분명 더 좋겠지만, 사실 [SSSS그리드맨]의 속편이자 후일담이긴 하니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보는 정도의 집중력으로 모르는 애들 나오면 다이나제논 애들인가 보군~하면서 보시면 TV판 보다 더 강화된 연출력 만으로도 2시간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ㅎ :DAIN_

      • 사실 '그리드맨 유니버스'가 지니티비에 올라와서 그냥 '그리드맨'도 찾아 보고... 오늘 보니 '다이나제논' 총집편이 또 올라와 있길래 에라 모르겠다 하고 보긴 했는데 이건 뭐... 그냥 그리드맨 유니버스를 봐도 별 상관 없을 정도로 재미 없게 요약해 놓았네요. 덕택에 위키 뒤지며 제대로 된 스토리를 찾아 공부(...)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대충 파악되었다 싶으면 유니버스 달리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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