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트럼프식 지록위마


 1.나는 찰리 커크같은 놈들을 잘 알아요. 똑똑하죠. 자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며 사는데 그건 사실이예요. 게다가 큰 체격을 타고났고 잘생긴 얼굴을 지니고 있고 과감한 기질, 에너지를 남달리 많이 가지고 있죠. 이런 놈들은 남들이 하는 절반만큼만 노력을 하면 중요한 자리에 진출할 수 있어요. 그건 불공평한 일이지만 사람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하죠. 세상은 그런 식으로 굴러오긴 했어요.


 문제는, 이런 놈들은 그나마 20년정도 노력하는 것조차 안 할 궁리를 한다는 거죠. 제대로 공부하기 싫고, 학위를 따기 싫고, 밑바닥부터 구르면서 차츰 올라가기 싫어해요. 옛날에는 이따위 놈들은 재능을 썩히고 결국 재야에 묻혔는데, 인터넷이 나온 뒤로는 이런 놈들이 졸라게 득세하고 있죠.


 이런 놈들은 논리적인 토론의 과정도 스킵하고 싶어해요. 토론장에 나와서 그냥 목소리 크기와 기세, 태도을 내세워 개소리를 하면? 미디어로 그를 본 대중들에겐 자신만만한 그의 표정만이 인상에 남거든요. 요즘은 토론에서 졌어도 마치 이긴 사람인 것처럼 굴면 토론에서 이겼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니까요.



 2.한참 박근혜가 득세할때 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가 선정되었던 적이 있죠. 아닌 걸 그렇다고 우기고 틀린 걸 맞다고 우기는 걸 지겹게 본 사람들은 완전 동감이었어요. 


 그래도 그 당시에는 아닌 걸 그렇다고 우기는 정치인들은 결국엔 축출되곤 했죠.



 3.한데 비정상의 정상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왜냐면 꼼수로 한번 이겨먹는 맛을 보고 나면 꼼수에 계속 손을 대게 되거든요. 아닌 것을 그렇다고 우겨대는 수법은 세상에 화가 난 사람, 멍청한 사람들에겐 호응을 얻으니까요. 일단 그들의 표는 몽땅 가져올 수 있죠.


 그리고 이 세상엔 그저 반대편 사람들만 엿 먹일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기꺼이 투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 놈만 아니면 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저 놈'을 확실하게 잡아줄 수 있는 용병 노릇만 잘 하면 그들의 표도 몽땅 가져올 수 있죠.



 4.휴.



 5.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로또만 터지면 50%는 늘 긁어모을 수 있기 때문에 이기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단 말이죠. 그리고 아닌 것을 그렇다고 우기는 걸 역겨워하는 사람이더라도 어차피 한 표밖에 행사할 수 없어요. 세상이 광기에 물드는 걸 손가락 빨면서 지켜볼 수밖에요.


 사실 원래부터 선거는 선동이긴 했어요. 그러나 선동의 방식이 약간의 진실을 부풀리는 것에서, 이제는 아예 아무것도 없는데 있다고 우겨대는 걸로 바뀌었단 말이죠. 옛날엔 적어도 정치인이 되려면 어느정도의 실체와 인정받을 만한 경력은 있어야 했거든요. 그러나 이제는 아무런 실체도 없이, 그저 기세만으로 정치를 하려는 놈들이 많아졌어요. 그들 중 몇몇은 매우 성공하고 있고요.



 6.찰리 커크는 아무리 잘 쳐줘도 재능을 좀 타고난 청년 논객이예요. 그리고 그 청년은 재능을 개발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날로 먹는 삶을 살기로 한 한심한 놈이죠. 고작 이런 놈이 죽었는데 국기를 게양하라고 하고 대통령 전용기를 보내서 시신을 가져오는 호들갑을 떤다고? 무슨 순교자라도 되는 것처럼 뻥을 치고 있어요. 이게 트럼프 식 지록위마죠.


 물론 그러는 이유는 있죠. 순교자가 아닌 사람을 순교자라고 호들갑을 떨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요. 당연히 그런 거짓말은 하면 안돼요.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은 스스로 쪽팔리잖아요? 하지만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선동하고, 계속 그들을 분노한 채로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트럼프는 그냥 하니까요. 


 트럼프가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에 분노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계속 화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트럼프는 찰리 커크의 죽음을 최대한 뽑아먹기로 작정해버린 거예요.



 7.나는 트럼프나 밴스가 서로를 싫어하고 찰리 커크를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소시오패스들끼리는 서로 싫어하거든요. 이건 무조건 그래요. 잠깐 친하게 지내야 하는 동안에도 속으로는 존나게 싫어하죠. 나대는 걸 좋아하는 소시오패스들은 다른 소시오패스가 나대는 꼴은 눈뜨고 못 보니까요. 아무리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라지만, 자기 손으로 다른 소시오패스를 중요한 자리에 앉혀줘야 한다는 건 그들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인거죠.


 뭐 그래서 나는 커크의 사망 소식을 듣고 트럼프가 이렇게 중얼거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찰리, 이제야 네가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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