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가 아니고 모어 (귀가 트인다는 거?)

그냥.. 어느날 영화를 보는데... 등장인물들이 옛날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누가 '로저 모어'를 언급하는 겁니다. 그때는 그냥 '어? 로저 무어를 로저 모어라고도 하는건가?' 함 찾아봤더니 Moore라는 이름은 외국에선 무어로도 읽고 모어로도 읽는다는 것 같아 걍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죠.

그리고 좀 지나서 007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게되었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나레이터를 비롯해서, 나오는 모든 인터뷰이들, 그리고 배우 본인의 생전 영상에서 직접 본인 이름을 말할 때도 전부 다 '로저 모어'라고 하는 거였어요. 그 누구도 로저 무어라고 하지는 않고...  심지어 007 영화 예고편에서도 '로저 모어 애즈 제임스 본드' 이러는 거였어요.
평생을 로저 무어로 알고있었는데 모어였다니... 허탈한 기분이...

아니 제가 그동안 007 예고편을 한두번 봤겠습니까. 007 다큐멘터리도 여러편 봤었구요. 하지만 그전에는 한번도 로저 모어라고 들린 적도 없었고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요. Moore니까 당연히 무어라고만 생각했지.

예전에 코만도 이름에 대한 뻘소리를 하면서 내내 매트릭스라고만 알고있던 주인공 이름이 다시 들으니 사실은 메이트릭스였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그랬죠. 어느날 메이트릭스라는 걸 인식하기 전까지는 매트릭스라고 들렸거든요.
이게 아마 소위 말하는 '귀가 트인다'는 건가봐요.

사람이 보고 듣는 건 전부 뇌에서 재조립/해석하는 거고 사람의 뇌라는 게 참 얼렁뚱땅 대충 일하는 물건이라서, 잘 모르는 정보가 들어왔을 때는 기존에 알고있는 정보망을 뒤져 대충 비슷한걸 찾아서 그거라고 인식해버리죠. 소리도 낯선 외국어를 처음 들었을 때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비슷한 걸 찾아서 그걸로 인식하고 그렇게 한번 선입견이 박히면 또 좀처럼 안바뀌죠.

로저 Moore는 60년대 '세인트' 시리즈에 나오면서 영국에선 국민배우급이 되었다는 것 같으니까 영미권에선 적어도 그때부터는 그양반 이름은 모어라고 읽는다는 걸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겠죠. 007에 캐스팅 되었을 때도 당연히 로저 모어가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 된거라고들 했을테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oo'는 '우'로 읽는다는 인식이 박혀있으니 별다른 설명 없이 Moore라는 이름을 글로 보게되면 당연히 무어라고 읽을테고 그렇게 선입견이 박히면 외국인이 모어라고 하는걸 들어도 무어로 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로저 모어하고 로저 무어는 사실 서양식으로 흘려서 발음하면 구분하기도 좀 어렵잖아요. 그렇게 이분 이름이 국내에선 로저 무어로 완전 박혀버린 것 같은데...

내내 매트릭스라고만 알고있던 이름이 어느날 이후 메이트릭스로 들리게된 것처럼
평생 무어로만 알고있던 이름이 어느날 무어가 아닌 모어란 걸 인식하게 된 뒤로는 더이상 로저 무어로 들리지는 않네요. 귀가 트였나봐요...
그치만 로저 모어라고 하니 어색하긴 해요.


무협소설 노자무어는 노자모어로 개명해야되는 건가...?



    • 축구 선수 Neymar가 우리나라 와서 한국인들이 자기 이름 네이마르라고 하는 걸 신기해 했다고 하죠

      Jake Gyllenhaal을 길렌할이라고 우리나라 잡지에서 썼는데 그 나라 시상식에서는 질렌할. 그래도 요새는 요한슨 대신 조핸슨이라고 매체에서 표기하나 봅니다

      Voldemort를 우리나라에서는 볼드모트라 번역했지만 볼드모어에 가깝게 영화에서는 발음.
      • 조한선씨가 한국에도 있고 미국에도 있죠.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미국 조한선을 요한선이라고 했는지도...
    • 해리포터 '허마이오니'를 '헤르미온느'라고 자막으로......  

      • 그거 원작에서는 론이 Her --my-onee 이런 식으로 부르는 걸로 나왔는데 말이죠
      • 책에서 먼저 그렇게 해서 영화에서도 어쩔수없이 따라갔을 겁니다. 아이들 한테 혼동을 일으키면 리스크가 크니까요.


        전 헤르미온느라는 이름이 나온개 뭔가 유럽풍은 고상하다 생각하는 허세같기도 해요.

        • 애초에 번역자가 천문학과 출신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의 헬레네와 메넬라우스 사이에서 낳은 딸 이름이긴 하죠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의 이탈리아 파르마인가의 원래 공주 이름도 허마이오니니 j.k.롤링은 그걸 통해 알았을 수도 있고요.
          • 고전 헐리우드 영화에도 허마이오니라는 이름의 캐릭터가 나오더군요. 그냥 영어로는 옛날부터 그렇게 읽었나봐요. 제가 헤르미온느를 허세라고 생각하는 건 이게 족보에 없는 읽는 방식인 거 같거든요. 영어식도 아니고 프랑스식도 아니고 그리스식도 아니고.

            • 그게 초판 원작자가 영문과 출신이 아닌 것과 관련된 듯








              연세대학교 천문기상학과(현 천문우주학과)를 졸업 후 이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1] 이후 호주미국 하와이보스턴대만 등 20년 가까이를 해외에서 생활했다고 한다. 호주 체류 중 아동문학작가 폴 제닝스(Paul Jennings)의 책을 1994년 번역하면서 번역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 당시에는 크게 번역의 질과 관련해서 악평을 듣지는 않았다.

              주로 번역을 맡은 책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만큼의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지는 않아서였을 수도 있고, 어휘가 단순한 아동도서 혹은 본인에게 친숙한 전공분야(천문, 이공계 관련) 서적을 주로 맡아서 번역하다 보니 큰 불편이 없었던 탓도 있다.

              이후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1999년 1권(마법사의 돌)과 2권(비밀의 방)의 번역을 담당했고, 3권(아즈카반의 죄수)까지 단독으로 번역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번역을 맡으면서 꽤나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해졌다. 이름과 고유명사를 엉뚱하게 번역하거나, 약간이라도 문장이 통사적으로 복잡해지면 이상한 의미로 오역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유명한게 바로 헤르미온느 발음. 자세한 건 해리 포터 시리즈/오역 참조.

              인터뷰 등을 살펴보면, 본인 역시 해당 시리즈를 번역하며 겪은 고충이 상당히 많았던 모양이다. 예를 들면 작중 등장인물인 드레이코 말포이의 이름을 '몰포이'로 번역할까 하다가 말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거나.[2] 전반적으로 영어사전에 없는 구어체나 은어/속어, 고유명사 표현일수록 번역과 음역을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마디로 이 당시의 김혜원은 사전에 있는 영어만 번역할 수 있는 번역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오역에 대한 번명거리도 될 수 없는 게, 당장에 헤르미온느의 경우 똑같은 비영어권 국가인 옆나라 일본에서는 ハーマイオニー(하:마이오니:, 허마이어니)로 멀쩡하게 번역되어 있다. 당시는 한국 내 인터넷의 태동기였으므로 이런 문제제기가 폭넓게 확산되지 않아 큰 논란은 되지 않았으나, 1편부터 등장하여 작품 전체에 걸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연 인물의 이름을 번역하는데 발음을 확인하고 고증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ㅡ 나무위키




              이것도 이상한 게 좀 큰 사전에서는 Hermione가 나올 텐데요. 그냥 자의적으로 음차한 듯

              • 이게 엄밀히 말해서 번역이라기 보다는 음역? 발음 표기 문제군요. 때로는 현지-원어 발음으로 표기해도 한국 외래어 표기법에 의해 이상하게 바뀌는 경우도 있고요. 근데 헤르미온느는 정말 영문학 전공자면 모르기 어렵네요 셰익스피어를 배우니까요

                • Cedric을 케드릭으로 번역한 사람이 이 사람이죠




                  이건 직업 번역가는 아닌데 이탈리아 성 Cherubini를 체루비니로 옯긴 거 본 적 있어요. 번역기 돌려서 문장 독해는 되는데 이탈리아 어 기초 지식이 없으니 저런 실수를.케루비니에 가까울 걸요

                  • 이것도....아이반호가 셰익스피어 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드릭이 먼저 머릿속에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요. 왕좌의 게임 책도 이런 이름, 고유명사 표기가 말이 많았지요

                    • 왕겜 이전에 국내에 반지 전쟁으로 번역된 Lord of the rings시리즈도 인명 표기 말많았죠


                      요머 요윈 이렇게 표기했음

                      • 그 양반은 ㅎㅎㅎ 뭘 완전히 새로 창조하신 분이라. 그런데 역시 애매한 건 애매해요. 갠달프가 아니라 간달프라고 ..아는 사람이 거품 물고 외치던데, 톨킨이 직접 녹음한 걸 들으면 내 귀에는 "가앤달프"로 들리지 뭡니까. 다만, 톨킨 발음 기호에 따르면 간달프가 맞다고는 합니다 

                • 햄릿을 해믈리트라고 하던 시절에는 허마여니를 뭐라고 했을지 궁금해지네요

    • 메이트릭스는 그렇다 치고, 모어는 사실 어찌 들으면 무어로도 들립니다 -_-       한국에서 이름 발음-표기가 어려웠던 건 랄프 -레이프 파인즈, 이완 맥그리거가 있겠네요. kbs 쉰들러 리스트 첫 방영때는 표기가 랄프 피네스로 나갔지요. 맥그리거는 미국 인터뷰인가? "유언"으로 불러주세요 그러더군요 

      • 전에도 비슷한 화제의 글에 달았던 댓글인데요, 왕좌의 게임에 램지로 나온 웨일즈 배우 IwanRheon은 유안 리온이라고 그 나라 방송에서 부르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완 레온
      • 아카데미 시상식을 일본방송으로 보고 레이프 파인즈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ralph를 레이프라고 읽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혹시 레이프 가렛도 그이름인가 하고 찾아봤더니 아니더군요

    • 최근에 다시 본 '아르고 황금 대탐험'에서는 Jason을 '이아손'으로 자막처리하죠.. 자막에서 이해를 돕기위해 기존의 '알려진 이름'을 쓰는 것은 일면 이해가 갑니다만,  사전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  들으면 이상하죠..왜 이아손이라고 할까? ㅋㅋ

      • 아르고놋 주인공은 어렸을 때 본 세계명작에서부터 이아손이라고 알고있어서 저는 제이슨이라고 하면 더 어색하네요.

    • 그렇군요. 찾아보니 Moore를 일반적으로 영국에서는 모어, 미국에서는 무어에 가깝게 발음한다는데 Roger Moore는 유명 배우이니 미국에서도 모어라고 불러줬겠네요.

      • 그것도 영국식 미국식의 차이였나보군요. 일전에 봤던 70년대 유럽제 호러영화에서 주인공 이름이 Moore던데 극중에서 무어와 모어가 혼동되서 쓰이더군요. 모어쪽이 훨씬 더 많긴 했는데 유럽영화라서 영국식이 우세했는지도....

        • The Moore surname has multiple origins, but is most commonly English and Irish. In England, it was a topographical name from Middle English mor (moor or bog) for someone living on that land. In Ireland, Moore is an Anglicized form of the Gaelic Ó Mórdha, meaning "descendant of Mórdha," a byname for someone "stately and noble". Other origins include Welsh (from mawr meaning "big"), a nickname for a dark-skinned person from Latin Maurus, and a variant of the Scottish Muir.


          구글에 이렇게 나오는데 Mor이 어원이면 모어라고 하는 것도 이해되네요
    • 철자도 그렇지만 '무어' 쪽이 '모어' 쪽보단 사람 이름으로 훨씬 익숙하니 그런 면도 있지 않을까 싶구요. 그렇다고해서 멀쩡한 남의 이름을 수십 년간 잘못 불러온 것에 대해선 좀 미안하긴 한데... 뭐 그런 경우는 워낙 많으니까요. ㅋㅋ

    • 같은 Moore씨인 게리 무어의 one day


      https://youtu.be/4qCOSgeJ-_I?si=C9M2IhFNhBaoz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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