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저링4 감상...본점에 한참 못미치는 가맹점(노스포)


 1.컨저링 1편은 공포영화의 혁신이었어요.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법과 점프스케어 장면을 우려내는 노하우 등은 제임스 완이 기존의 영화들의 그것을 훨씬 개선시킨 레시피였죠.


 그러나 컨저링버스가 커지고 제임스 완이 감독에서 손을 떼면서 점점 그 원조의 맛이 사라져갔어요. 제대로 우려낸 맛이 아니라 대충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레토르트 식품의 맛이라고나 할까.



 2.전에 썼듯이 제임스 완은 세련된 복싱을 할 줄 알아요. 가벼운 잽으로 시작해서 빌드업을 쌓아나가다가 체크메이트 상황을 제대로 만들어내면 강펀치를 꽂아넣는, 수준 높은 체스선수와도 같은 복서죠. 


 여기서 중요한 건 악령들의 존재감이 모호해야 한다는 거예요. 악령이 물리적인 실체로 등장하는 순간이 와버리면 페이즈가 전환되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자세가 달라지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악령이 현실에 등장하는 순간의 '강펀치'는 철저히 계산해서 아주 가끔만 써야 하는 거죠.


 한데 컨저링4에서는 갑자기 도끼 든 아저씨가 뛰쳐나와서 도끼를 휘두르지 않나, 악령이 사람 많은 곳에서 대놓고 나타나질 않나...아주 문제가 심각해요. 이건 잽 한방 날리고 될대라 되라 식으로 로또 펀치를 노리며 풀스윙하는 복서와 다를 바가 없죠. 전혀 영리하지 못한 복싱을 하는 거예요.



 3.사실 우리 모두 알잖아요? 이 영화에서 도끼 든 귀신이 도끼를 휘두른다고 해서 진짜로 그게 도끼질이 될 리가 없다는 걸요. 그게 진짜로 물리적인 도끼질이 되어버리면 그건 컨저링이 아니죠. 13일의 금요일인거예요. 컨저링에서 귀신의 물리적인 힘은 기껏해야 머리카락을 들어올리거나 계단에서 밀치는 정도로 끝나야 해요. 귀신이 진짜로 사람을 물리적으로 꼼짝 못하게 만드는 건 극후반부에 한 번 정도만 나와야 하죠.


 그런데 제임스 완이 맡긴 2호점, 3호점의 점장들은 그걸 그냥 막 써먹고 있어요. 데이빗 샌드버그나 마이클 차베스가 만든 영화를 보는 건 마치 msg를 마구 뿌려댄 국밥을 먹는 것처럼 괴로운 일이죠. 원조의 맛이 그립지만 제임스 완이 운영하는 본점은 아예 운영하지도 않고 있고요.



 4.휴.



 5.가맹점 사장들의 또다른 문제점은 영화가 나아가질 않는다는 거예요. 컨저링1은 어쨌든 상황이 에스컬레이트되면서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두가 알게 되고, 워렌 부부가 찾아가서 악령을 상대하는 흐름이 있었어요. 


 한데 컨저링4는 그냥 상영시간이 끝날 때가 됐으니까 악령을 물리친다는 식이예요. 악령이 어른거리는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에스컬레이션 되는 게 아니라, 각각 독립된 뮤직비디오나 cf처럼 따로 존재한단 말이죠. 



 6.그리고 게임의 룰도 마음대로예요. 13일의 금요일 같은 영화만 해도, 적어도 다같이 다니면 빌런은 안 만났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컨저링버스는 악령이 '영역전개'를 시전하면 갑자기 등장인물을 다른 우주로 끌고가버린단 말이죠. 


 아니 그냥 교회도 아니고, 무려 '주교'가 있는 큰 교회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신부를 팔문둔갑술에 빠뜨려서 죽인다고? 이 정도면 그냥 교황청에 있는 교황도 암살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무리 공포영화고 오컬트라도, 악령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는데 저건 만능이죠. 저 정도면 집에서 팬케이크 먹고 있는 워렌 부부도 쉽게 죽일 수 있는 거잖아요?


 컨저링1에서는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등장인물을 격리된 우주로 끌고가는 안드로메다급 연출은 없었어요. 어느 정도 물리적인 선을 지키면서 연출했죠. 



 7.영화를 보고 나서, 분명 전에 들었던 내용과는 달라서 이상했어요. 나는 분명 발락이랑 애나벨이 다 나와서 최후의 결전을 치르는 내용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감독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 구상이 바뀐 거더군요. 지나치게 영화적인 전개보다는 워렌 부부의 궤적을 따라가는 걸로 방향을 틀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할 바엔 차라리 마지막으로 악령 올스타전을 치렀으면 어땠을지. 워렌 부부에 요로나의 저주에 나오는 라파엘, 더넌의 아이린 신부를 어셈블시키고 적으로는 애나벨, 발락, 크루키드맨, 늑대인간, 페리맨, 일본갑옷무사 전부 다 뛰어나오는 게 나았을 것 같아요.


 막상 진짜 어벤저스 느낌이 났던 건 애나벨3편이었네요. 생각해 보면 등장하는 적들의 질과 양이 역대 최강이었는데 최약체였던 애들이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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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완은 감독일이 귀찮아서 결국 컨저링 마지막 편까지 손을 안 댄 걸까요. 본인이 직접 하지 않을 거면 직영점이라도 내야지 원...가맹점을 마구 받아주는 악덕 프랜차이즈 사장도 아니고. 


 뭐 스포가 들어간 감상을 쓸일 있으면 나중에 써보죠. 쓰다 보니 컨저링4가 아니라 컨저링버스에 대한 불만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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