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유니버스

일단 그 옛날 ‘짝’을 만들던 제작진이 만드는 연애프로그램 ‘나는 솔로’가 있습니다. 12명의 싱글 남녀가 5박6일간 숙박을 하면서 자신들의 짝을 찾아가는게 원래 의도이겠지만 언젠가부터 이른바 빌런들이 출현하면서 방송 자체가 일종의 사회실험 다큐 성격이 강해졌습니다. 각 회차마다 기기묘묘한 성격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제작진은 연애보다는 그들의 캐릭터 강화하는 상황으로 의도적으로 유인합니다. 다른 연프 출연자가 예쁜 모습 보여서 방송후 인스타 반연예인 데뷔를 의도한다면 이 프로는 괴상한 빌런 캐릭터를 통해서 그것을 이뤄내는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사람 저 밑바닥의 인간성을 드러내는데도 오히려 반대로 연출같고 진실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매회 인간관계, 사회생활 기꺼이 포기하려는 불나방같은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공급됩니다.


그리고 ‘나솔,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가 있습니다. 각회차 나는 솔로에서 인기를 모은 출연진들을 모아서 다시 2차전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출연진들은 이미 각자의 고유한 캐릭터가 있고 연출이든 본인의 의도이든간에 그 각자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는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심심한 캐릭터는 다 죽고 인간백정들만 살아남은 워킹데드 후반 시즌같습니다. 출연자들은 이미 반연예인, 반 연기자라서 연애보다는 자기서사, 분량, 방송각, 카메라화각 같은 단어를 언급하며 방송 내내 자기 연출을 알아서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지고 볶는 여행’이 있습니다. 추리고 추린 올타임 넘버원들 커플들만 골라 해외여행을 통해 그들의 기괴한 성격을 격돌시켜 폭발적인 화학반응을 보는 프로입니다. 대체로 성격파탄이거나 나르시스트거나 사회부적응자같은 두 사람이 가지각색 여러가지 이유로 티격태격하는데 보는 입장에선 어느 한쪽을 편들기가 막상막하로 어렵습니다. 제목부터  프로그램의 목적자체가 대놓고 빌런짓 구경하는 쇼란걸 숨기지도 않아서 이제와서 출연자를 욕하는건 너무 늦고 무의미해서 유튜브 댓글엔 mc 욕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그 외에도 제작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출연자들의 본방시청 라이브, 술방하는 프로등등이 있습니다.


총평하자면 분명히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있고 뇌에서 뭔가가 분출되는 느낌인데 도파민은 아닌 다른 물질같습니다. 보통 막장쇼는 욕하면서 보는 맛인데 이건 그랬다간 굳이 이걸 보고 있는 내 얼굴에 내가 침뱉는 자괴감이 클것 같습니다. 

    • 애초에 <짝>부터 예능이 아니라 교양 방송이었다는 것. 처음 형식은 서로 전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상대를 선택한 후에 비로소 신상을 밝히는 식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적을 겁니다. '지볶행'은 정확히 말하면 본방에서 "썸" 이 있었던 사람들을 여행지로 보내는 건데, 어쩌다 보니 대환장 파티가 되기는 했지요. 방송 출연 이후 나온 전과자가-모욕죄 명예훼손도 전과라고 하더군요- 4명. 거기에 빌붙은 유튜브 레카는 셀 수 없고...여튼 멀리서 보면 재미있습니다. 

      • 초창기 프로그램의 의도를 잘 이어가고 있는 셈이군요.
    • 진짜 같으면 진짜라고 감정 이입하며 보는 재미가 있고, 가짜 같으면 또 제작진의 노림수를 읽고 출연자들의 역할 수행 능력을 평가하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그런 것이 이런 예능의 재미일 텐데 이렇게 세계관 확장(?)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또 다른 차원의 재미가 생길 것 같습니다. ㅋㅋ 전 마지막으로 본 연애 예능이 '우리 결혼했어요' 였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도 보태진 못하겠구요. 다만 요즘의 이런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연기력이 좀 덜 필요할까? 라는 호기심은 생기네요. 우결 같은 경우엔 몇 장 돌아다녔던 '촬영 현장 모습'을 보고 감정 이입하던 사람들 중 다수가 꿈을 깨고, 동시에 그들의 프로 의식(...)에 감탄했던 일이 있었죠. 그 많은 카메라와 거대한 조명 앞에서 둘만 있는 척을 이렇게 잘 하다니! 하면서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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