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차가운 시선 모르나…‘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낸 연예계 빙하기

대중 장사하며 대중 정서는 뒷전…이대로면 2026년 흥행도 ‘적신호’ 지적
[일요신문] ‘분노’는 최소한의 관심이 밑바탕이 돼 있을 때 나온다. 2026년을 앞둔 한국 연예계를 향한 대중의 정서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1년 사이 대중의 반응을 한 단어로 ‘냉소’라고 정의했다. 분노를 지나 이제는 기대도 희망도 접은 채 아예 등을 돌리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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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관계자들은 이제 이 같은 상황을 코로나19 팬데믹의 후유증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OTT 방송 콘텐츠 홍보를 담당하는 A 씨는 “팬데믹 당시 문화연예계 전반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 등 우리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던 해외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미 상당 부분 회복됐다. 왜 한국만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반성이 선행돼야 하는데,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업계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업계에서 자주 거론되는 문제 원인 중 하나는 연예계, 그리고 연예인들과 대중 간의 정서적 괴리다. 올해 상반기 대중은 물론이고 스타들의 든든한 지지층이었던 팬덤까지 들썩이며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정치색 논란’도 그 예 가운데 하나다.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방송인 홍진경 등이 6월 대선 전 붉은색 옷을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게시하면서 번진 이 논란은 해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연예인들을 향한 대중들의 냉소적인 시선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보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시위는 2030 여성을 주축으로 한 젊은 세대들이 중심이었는데, 특히 아이돌 팬들이 응원봉을 들고 대거 참여한 것이 큰 화제가 됐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인 팬들이 이끈 이 응원봉 시위는 이른바 ‘빛의 혁명’으로 불리며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마약 상습 투약 논란으로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던 배우 유아인을 향해 영화계의 '러브콜'이 이어졌다는 설에도 대중들의 분노가 쏟아졌다. 사진=박정훈 기자그런 가운데 불과 반년 뒤에 스타들이 팬들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의도 여부를 떠나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으로 인식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보수 정당을 연상시키는 상징을 아무런 검증 없이 노출했다는 점 자체가 팬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큰 실망을 안겼다. 당시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2024년 12월 그 혹한 속에 스타들이 따뜻한 실내에서 예쁘고 멋진 옷을 입고 각종 화려한 시상식 스케줄을 즐기는 동안 팬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밖에서 떨고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일침이 수많은 호응을 얻을 정도였다.

대중의 정서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영화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마약 상습 투약으로 물의를 일으킨 유아인은 지난 4월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주최하는 제23회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 영화부문 남자배우상 후보로 올랐으며, 가장 최근에는 ‘파묘’의 장재현 감독이 차기작 캐스팅 고려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대중들의 거센 분노를 맞닥뜨렸다. 심지어 유아인은 수상 후보로 거론될 땐 아직 대법 선고가 나기 전이었고, 차기작 논의가 이뤄진 시점은 ‘집행유예’ 기간이다.

이미 이전부터 영화계는 ‘대중 장사’를 하면서도 유독 대중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돼 왔었다. 2016년 홍상수 감독과 불륜한 배우 김민희를 향해 디렉터스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이현승 감독이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고 공개적인 응원을 보내거나, 2024년 11월 제45회 청룡영화상에서 혼외자 논란이 불거진 배우 정우성의 ‘사과 스피치’ 자리가 마련되고, 업계인들의 물개 박수와 환호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그들만의 리그’ 예시로 꼽힌다. 당시 비판에 대해 이들은 “이게 논란이 될 줄 몰랐다”며 가볍게 넘어가는 태도를 보이면서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유방암의 사회적 인식 개선' 목적과는 달리 스타들의 화려한 샴페인 파티를 홍보 콘텐츠로 내세운 W 코리아와 참석 연예인들도 대중들의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사진=W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이렇게 ‘그들만 사는 세상’을 더욱 공고히 한 연예계를 향해 올 한해 대중들의 가장 큰 분노가 쏟아졌던 것은 지난 10월, 패션매거진 W 코리아(더블유 코리아)가 주최한 ‘유방암 파티’였다. 유방암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라는 목적과 달리 행사 현장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스타들이 샴페인 파티를 즐기거나 명품 브랜드 제품의 홍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점이 지적된 것이다. 

이처럼 대중을 등 돌리게 만든 사건사고가 연달아 터졌던 2025년은 연말까지도 조용할 새가 없었다. 배우 조진웅, 방송인 박나래, 그룹 샤이니 키, 유튜버 입짧은햇님 등 비교적 대중적 호감도가 높았던 연예인들까지 불법 행위 논란에 잇따라 휘말리며 신뢰의 균열은 더욱 깊어졌다. 일부 사안은 형사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연예인이 또 문제를 일으켰다”는 피로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영화제작사 관계자 B 씨는 “예전에는 ‘그래도 한국 노래를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영화를 봐줘야 해’라는 연대 의식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한테 뭐 맡겨놨냐?’라는 게 가장 정확한 해석인 것 같다”며 “대중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눈치도 보지 않고 계속 실망감과 피로감만 안겨주고 있는데 굳이 내 돈 써가면서 지지해줘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계를 포함해 국내 엔터 산업은 대중을 상대로 장사하지만 정작 대중 정서를 가장 뒤에 두는 구조가 굳어진 것 같다”라며 “가뜩이나 제작판도, 투자판도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마저 이렇게 냉소적인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내년에도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505124
    • 넷플릭스가 멱살을 잡고 살려주는 건지 죽이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영화계는 자기들끼리 물고 뜯다가 잠시 세대 갈등이 진정되면 자기들끼리 또 뭉쳐요 강우석이 배우 출연료때문에 다 망할거라고 한게 2005년인데 아직 뭐 망하지는 않았군요 

      • 20년이 지나도 안 망했으니 죽는다 망한다는 엄살 개무시하고 안 봐 줘도 사니까 관심꺼야겠어요. 한국영화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게 2010년 하모니. 케이블에서도 한국영화 나오면 채널 돌리고 외화 봐서 사는 데 지장없어 맨날 망한다고 하니 망하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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