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바낭] 속았다!!!! '블랙미러: 플레이어 모드' 짧은 잡담입니다

 - 2023년 영화에요. 런닝 타임은 1시간 25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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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문자 그대로 '확장된 시야'라고 해석해서 AR기기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고, 감독님이 옛날에 만들었던 단편 제목이 'Sight'였기 때문에 그 영화의 확장판이라고 해석해도 되고 그렇습니다. 다만 뭐가 됐든 '블랙미러'는 아닌 거죠.)



 - 대충 근미래. 주인공 패트릭은 수년 전에 비극적인 사고를 겪고 그 후유증으로 광장 공포증이 생겨서 집구석에 칩거하는 히키코모리 삶을 살고 있는 우울한 20대 청춘입니다. 텔레마케터 일을 해서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삶에 의욕도 없고. 몇 년은 깎지도 아마 감지도 않은 듯한 머리와 수염을 달고 쓰레기통 같은 집에서 게임이나 하며 살아요. 근데 이 시대엔 대체 뭘 어떻게 발전 시켰는지 컨택트 렌즈 사이즈의 AR 기기가 대중화 되어서 이 양반도 그걸 끼고 살거든요. 그래서 이걸로 오만가지를 다 합니다. 전화도 걸고 sns도 보고 물건 주문도 하고 물론 게임도 하겠죠. 심지어 가상 현실로 같은 증상 환자들 모임도 참석하고 그러지만 역시나 희망은 없고. 갑자기 날아 온 고등학교 동창회 초대도 당연히 남의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환자 모임에 나와 앉아 있던 알렉스란 녀석이 개인 메시지를 집요하게 보내더니만, 초대를 수락해주니 '니 인생을 바꿔주겠다' 면서 '리프레쉬'라는 앱을 추천하네요. 얼떨결에 그걸 깔아 버린 패트릭의 삶은 순식간에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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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의 다수 이야기들이 그렇듯 이 이야기의 주인공도 남들 대비 뭔가 많이 결핍된 인물이고, 요술램프 급의 무언가를 득템하면서 인생 역전을 이루지만 그 끝은...)



 - 글 제목 얘기부터. 이건 블랙미러와 아무 관계 없는 저예산 SF 영화입니다. ㅋㅋㅋ 저 포스터 이미지를 봤으니 아시겠지만 원제는 그냥 'Sight: Extended'구요. 감독 콤비가 십여년 전에 만들었던 단편을 장편으로 확장할 이야기라네요. 그리고 정말로 블랙미러 시리즈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 제목은 한국 수입사에서 맘대로 붙여 버린 건데... 이래도 이게 법적 문제가 안 되나 모르겠습니다. 심지어 '블랙미러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별도의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보도 자료까지 돌린 모양인데요. 영문으로 해외 기사를 검색해 보면 어디에도 이 영화가 블랙미러 시리즈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가 보이지 않아요. 제가 검색을 잘못한 걸까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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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결국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주인공을 불행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지요. 인류의 적 주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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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참 좋은 앱입니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청소도 하고, 자신도 가꾸게 만들어줄 뿐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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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코치까지 해주는데 그게 또 백발백중이에요. ㅋㅋㅋ 이 정도면 유료 결제 팍팍 해가며 쓸만한 앱 같은데 왜...)



 - 암튼 영화 얘길 하자면... 수입사가 저렇게 제목을 붙이고 싶었던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영화입니다. ㅋㅋㅋ 정말로 그냥 블랙미러 에피소드 같아요. 과학적, 기술적으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일단 접어 두고 근래에 이슈가 되는 과학 기술 하나가 극한까지 발전된 세상을 배경으로 상상력을 펼치면서 현재를 풍자하는 이야기라는 면에서 그렇구요. 심지어 보고 있으면 화면의 느낌이나 작품의 분위기까지도 블랙미러를 보는 기분이 들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다 볼 때까지 감쪽 같이 속았죠. 하하;


 다만 문제는 이게 블랙미러 요즘 에피소드들의 단점까지도 닮았다는 겁니다. 

 일단 아무리 그래도 과학적으로 너무 믿음이 안 가서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려요. 대체 컨택트 렌즈랑 똑같이 생긴 컨택트 렌즈 사이즈의 무언가에 어떻게 그런 고퀄 디스플레이에, 초고성능 컴퓨팅 유닛에, 무선 송수신기와 배터리까지 때려 박은 거죠. 혹시 사람들 뇌에 머스크가 만든 컴퓨터 칩이라도 박혀 있고 렌즈는 그냥 요즘 AR머신 같은 기능만 하는 건가... 했지만 그런 설명도 안 나오구요. 게다가 이런 최첨단 기기를 사람들이 모두 다 장착하고 사는데 이 세상은 이것 외의 그 어떤 기술도 발전한 모습이 안 보인단 말이죠. ㅋㅋ


 각본도 문제가 많아요. 이 신기한 장난감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짜는 데에 전념하느라 등장 인물들의 사고나 판단, 행동 양식들이 다 좀 괴상합니다. 얘는 갑자기 왜 이럴까. 쟤는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어색하고 괴상하단 생각이 자꾸 들지만 이야기는 '나는 풍자할 거야아아악!!!!!' 이라는 식으로 혼자 돌진하고 있구요. 그러니 나름 그럴싸한 엔딩을 보면서도 별 감흥이 없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야기가 많이 싱겁습니다. ㅋㅋㅋ 그러니까 블랙미러 에피소드 중 하나인데, 그 중에서 그렇게 재밌지는 않은 에피소드 하나를 본 듯한 기분. 근데 또 런닝 타임은 한 시간 이십 분이 넘는단 말이죠. 그래서 가뜩이나 좀 허전한데 알고 보니 이게 블랙미러와 관계 없는 독립된 영화라잖아요. 더더욱 당황스러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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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하나로 저 수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니. 이쯤 되면 과학이 아니라 마법의 영역으로 가 버린다는 게 어쩔 수 없이 거슬리긴 했지만 뭐 그거야 '블랙미러'도 마찬가지니까요.)



 - 그래도 뭔가 애를 많이 쓰긴 했습니다. 스스로 소재로 삼은 AR 기기의 미래에 대해 나름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놓으려 노력한 느낌은 들구요. 거기에 인공 지능 소재까지 살짝 집어 넣어서 더욱 더 시국에 맞는 이야기로 만들어낸 부분도 나쁘지 않았고. 몹시도 블랙미러스러운 (ㅋㅋㅋ) 결말이 주는 아이러닉한 느낌도 나쁘지 않았어요. 정말로 블랙미러의 새 시즌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나왔다면 '아쉽지만 그럭저럭' 이라고 평을 했을 듯 싶은데요. 안타깝게도 이게 독립된 영화란 말이죠. 그래서 독립된 SF영화로서 평을 하자면 도저히 추천은 못 하겠습니다. 하하; 게다가 웨이브에는 이게 구독자 무료 제공이 되는데 다른 데선 유료로 구매해야 하는 vod에요. 따로 그렇게 돈 주고 볼만한 작품이냐고 한다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뭐 그래도 이 소재에 관심이 있고, 블랙미러 시리즈를 아주 관대한 맘으로 즐기고 계신 분이라면 한 번 보셔도 크게 시간이 아깝진 않을 겁니다. 다만 '이건 블랙미러 에피소드야. 독립된 영화 같은 게 아니라고!' 라는 마음으로 보셔야 한다는 거. 그리고 그렇게 보기엔 80분이 넘는 런닝타임은 좀 투머치라는 거...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놀라운 점은 요 '리프레쉬'라는 앱에 반전이 없다는 겁니다. 후반에 가서 요게 악성 앱이고, 이걸 권한 알렉스란 놈은 인간이 아닌 ai 봇이라는 게 밝혀지긴 해요. 근데 대체 이게 왜 악성앱이지? 오히려 노벨상을 받아야할 기적의 앱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점만 나옵니다. ㅋㅋ


 그러니까 일상을 다 AR 게임처럼 바꿔 주는 앱인데요. 주인공 집구석 꼬라지를 보고는 방바닥에 널부러진 빨래, 쓰레기들 하나씩 치울 때마다 득점을 하게 만들고.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면 바로 화장실로 가는 길에 득점 아이템을 깔아서 화장실로 가게 만들고. 이 닦기, 세수하기, 면도하기 미션을 주면서 실시간 채점해서 깔끔해지게 만들구요. 급기야는 광장 공포증이 있는 주인공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 달리는 게임을 제시해서 공포증 극복 트레이닝을 해주고. 바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도록 미션을 준 후에 훌륭한 대화 선택지들을 제공해서 사회 생활까지 도와요. 그리고 이렇게 미션을 수행하며 얻은 경험치로 레벨업을 하면 더 고급 기술을 쓸 수 있게 되고... 비록 나중엔 더 더 좋은 스킬들을 유료로 팔아서 주인공 지갑을 거덜내긴 하지만 그거야 주인공이 오바해서 그런 거고 앱 잘못은 거의 없어 보이거든요. ㅋㅋㅋ


 암튼 그렇게 공포증도 극복하고 훈남 비주얼에 건강한 몸, 삶에 대한 열정까지 갖게 된 주인공은 고등학생 시절 자기가 짝사랑하던 여자애랑 데이트까지 하게 되는데... 이 여자애가 난데 없이 '진짜 니 모습을 보고 싶다' 면서 본인부터 렌즈를 빼고 너도 빼라고 하니 난감해하다가 결국 거절해 버립니다. 이걸 벗자마자 다시 광장공포증이 도질까봐 두려웠던 건데요. 그래도 다음 날 만나서 함께 동창회로 가자고 약속은 잡았고. 하지만 그 다음날 갑자기 앱이 삭제되어 버려요!! 아, 그럼 그렇지 이제야 앱의 사악한 면모가 드러나겠구나... 했는데 이런. 그게 아니라 평소에 자산을 함께 관리하던 누나가 주인공이 통장 돈 다 써버리고 빚을 2만 달러 진 상태라는 걸 알고 이 앱을 삭제해 버린 겁니다. ㅋㅋㅋ 앱은 마지막까지 잘못하지 않았던!!


 그래서 다시 알렉스를 찾으려 하고, 앱을 깔아 보려 하지만 불법 야매 앱인 건 맞았는지 다시 구할 길이 없구요. 그래도 사랑하는 여자는 만나야 하니 약국에서 처방 받았던 진정제 비슷한 약을 잔뜩 삼키고 완전히 약에 취해 해롱거리며 동창회장으로 가는 주인공. 헤롱거리다가 얼굴엔 상처, 옷에는 토사물을 묻히고 여자에게 고백을 하니 여자는 일단 병원부터 가자며, 주인공에게서 묻은 피와 토사물만 닦고 오겠다며 화장실로 들어가는데 그 동안에 여자에게 열심히 작업 중이었던 동창 남자애가 주인공에게 시비를 걸어요. 이 더러운 찐따놈아 너 때문에 동창회 분위기 다 망했잖아. 뭣보다 저 여자애는 내가 낚았으니까 넌 꺼지라고!! 라며 주인공을 끌어내려 하고, 약 기운에 제정신도 아닌데 머리 끝까지 열받은 주인공은 옆에 있던 술병으로 그 놈의 뒷통수를 내리쳐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감옥에 가게 된 주인공에게 누군가가 접근해서 제안을 합니다. 우리가 뭘 좀 실험하고 있는데 여기 협조하면 형량 조금 받도록 딜 해줄게. 그래서 오케이 하는 주인공이구요. 몇 달 후, 누나가 면회를 가니 주인공은 세상 행복하고 평온한 남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비결이 뭔고 하니... 주인공이 응한 그 실험이란 게 '리프레쉬'랑 되게 비슷한 앱이었어요. 하루하루 미션을 주며 그걸 성실히 수행하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에 따라 남은 형량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이 앱을 통해 매일매일 규칙적이고 안정되며 성실한 생활을 하게 되니까, 덧붙여서 게임도 멀리하고 인스타도 못하게 되니 결국 주인공이 갖고 있던 마음의 병이 사라졌다는 거. 하지만 그렇게 행복해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구요. 이렇게 해피엔딩도 아니고 배드엔딩도 아닌 듯한 오묘한 상태로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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