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멸의 칼날에 대해

극장판 무한성 1편을 봤는데… 깁니다. 원작 자체가 모든 캐릭터들을 한데 몰아넣고 로얄럼블로 끝장내자는 형식이라 이동이나 다른 사건없이 싸우기만 합니다.

짧은 원작을 기름 한방울까지 쥐어짜내느라 또 나중에 tv방영의 편의성을 위해 영화 한편으로서의 완결성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어떠한 영화적 연출없이 1/3을 뚝 잘라 보여줍니다. ‘재료를 허투루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살린 닭한마리 요리’라고 하면 제작사 UFOTABLE의 노력을 너무 폄훼하는 평가일까요?


이 작품에 대한 대부분의 평가는 애니메이션이 평범한 원작을 살렸다는게 중론인데 저는 원작을 좋아하는 편이라 동의하지 않아요.

저는 원작의 기묘하게 과장된 형식으로 데포르메된 캐릭터 디자인과 그에 맞게 선을 최소한으로 줄인 작화마저 확실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전작처럼 살짝이라도 더 극화체 쪽으로 갔더라면 훨씬 평범한 작품처럼 보였을거 같습니다.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토미오카 기유입니다.

그는 주인공이 처음 만난 귀살대이고 생명의 은인이고 첫 대결상대이며 첫 스승이면서 첫 동료이고 또 친구입니다.

불같이 타오르고 모두에게 상냥한 탄지로에 반해 그는 차갑고 무표정하며 다들 한성질하는 귀살대 사이에서도 유독 미움받고 오해받는 존재입니다.

이런 프로필만 보면 보통 점프 만화에서 이런 캐릭터는 기대되는 위치와 역할이 있단 말이에요.

파이어&아이스 페어의 한명이고 천재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고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남몰래 슬픈 운명에 고뇌하는 뭐 그런 역할말이에요.


근데 그는 묘하게 이런 역할에서 슬쩍 비켜갑니다.

탄지로를 귀살대로 인도한 이후 그의 역할은 한동안 거의 없다시피하고 등장 대부분을 자신의 실력없음을 자책하거나 과거를 후회하는 장면으로 씁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무한열차편에서 주인공을 구하면서 목숨을 잃고 퇴장하는 스승 역할이라도 맡을 법한데 그는 그마저도 못됩니다.

오히려 그는 탄지로를 통해 그간 그를 괴롭혔던 과거의 죄책감을 벗어나고 그제서야 한명의 기둥으로 자각하고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는 이번 무한성편에서야 겨우 주인공과 페어를 이뤄 결전에 참가합니다.


이 작품이 다른 점프 격투물과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라면 인간은 승패와 상관없이 죽는다는 점입니다.

목을 베이지 않으면(몇몇은 목을 베어도) 죽지 않고 순식간에 신체를 회복하여 불멸에 가까운 혈귀들에 비해 인간들은 결투에서 상처를 입고 팔이 잘리고 목숨을 잃습니다. 주인공이 적에게 흠씬 두들겨 맞다가 마침내 각성하여 승리하는 방식의 승부가 작품 어느 정도 진행하면서부터는 아예 성립이 안됩니다.

그래서인지 귀살대의 주와 혈귀 상현들은 둘다 인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는 애초에 넘을 수 없는 불합리한 격차란게 존재합니다.

혈귀들은 시간을 초월하는 영생의 생명력을 통해 끝없이 자신을 연마할 수 있고 인간을 잡아먹는 행위만으로도 강해지는데 반해 귀살대는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분명하고 심지어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에 해당하는 극한의 경지의 징표인 반점이 발현하면 반드시 25세로 단명한다는 설정마저 있습니다.

물론 작품은 이 격차를 통해 오히려 시간적, 육체적 한계를 가진 인간이 다음 세대에 기술을 전수하고 의지를 전승함으로써 불멸의 인간성을 이어간다는 얘기를 하는거겠죠.

    • 이 엄청난 화제작을 애니메이션도, 원작 만화책도 하나도 보지 않고 있다는 것에서 저의 덕후 인생은 완전히 끝났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ㅋㅋ


      만약 본다면 만화책을 먼저 보고 싶은데 이제 집에 만화책 쌓아둘 곳도 없고. 근처에 하나 있던 유서 깊은 괜찮은 만화방은 문 닫은지 오래고 뭐... 그렇네요.




      근데 이것도 그렇고 진격의 거인도 그렇고 한 가지 제 입장에서 특이하다 싶은 건 이게 10대 여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참 많은데요. 원작 만화책을 보는 애들은 정말 별로 없더라는 겁니다. 다들 OTT든 뭐든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접하고 극장판을 보러 극장에 가더군요. 똑같이 귀멸 팬인데 극장 가서 애니만 보면 그냥 팬이고 만화책을 읽고 있으면 덕후 취급이랄까요. 신기하더라구요... ㅋㅋ

      • 덕후 인생은… 던전밥이라던가 장송의 프리렌이라던가 무직전생이라던가 책벌레의 하극상~이라던가 다른 좋은 작품도 많이 있으니, 꼴랑 귀칼 하나로 말할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ㅎㅎ 넷플릭스에서 던전밥부터 보시는게 ㅎㅎㅎ


        귀칼은 일단 잠재력은 있지만 흥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던 원작 만화를 누가 뭐라 했던 간에 진짜 작화 퀄 높은 애니메이션이 흥하게 만든 건 결과론적인 사실이라서…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애니가 키워준 작품인 건 맞고, 또 워낙 국내 케이블 등에서도 밀어주고 있는지라 일반인들도 볼게 없어서라도 보는 지경일거라… 예전에 super action이었던 OCN Movies2 채널에서 2주 연속 주말에 시리즈 전편 다 틀어주는 등으로 미친 듯이 밀어주고 있지요. :DAIN_



    • 귀멸의 칼날이나 진격의 거인이나 진입 허들이 낮아진건 아마도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대중성덕이겠죠.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29622 전기차 1달째 10 413 09-01
열람 귀멸의 칼날에 대해 3 372 09-01
129620 [아마존프라임] 어찌저찌 끝을 봤네요. '업로드' 시즌 4 잡담입니다 4 182 09-01
129619 어제도 문형배 재판관은 405 08-31
129618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 현장 영상 7 506 08-31
129617 2025 년 과일 이야기 13 324 08-31
129616 영화 마이아미 바이스 잡담 10 275 08-30
129615 일가족 연쇄살인 영화와 포르노배우 게이 연쇄살인 영화 연달아보기 8 466 09-01
129614 [히치콕바낭] 일단 마지막인 듯한 '싸이코' 잡담입니다 12 300 08-30
129613 [넷플] 너~무 순한맛 '고백의 역사' 9 408 08-30
129612 슬램덩크 E-Book 네이버 시리즈와 웹툰으로 한국공개 2 219 08-30
129611 [넷플] 예상대로 귀엽습니다. ‘목요일 살인 클럽’ 4 451 08-29
129610 (스포) [톡식 어벤저]를 보고 왔습니다 4 213 08-29
129609 [영화바낭] 망한 선택 2종 세트. '355', '엠파이어 레코드' 짧은 잡담 12 291 08-29
129608 독일어를 처음 배웠을 때 7 316 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