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추천] 소박하지만 꽉찬 스릴러 '살인자 리포트'

- 조여정이 연기하는 주인공 선주는 요즘 일이 많이 안풀려서 특종이 간절한 기자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어떤 남자가 제보전화를 걸더니 대뜸 자기가 연쇄 살인마라고 고백합니다. 성별, 나이, 직업, 살해된 지역 등이 무작위라 당국에서는 연쇄살인인지도 몰랐던 희생자 11명을 다 자기가 죽였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한 명을 살해할 계획인데 만약 선주가 자신의 신분에 대한 비밀보장 하에 미리 예약해놓은 호텔방에서 인터뷰를 해준다면 그 희생자의 목숨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고 합니다.
여러가지로 많이 의심스럽고 위험할 수도 있는 제안이지만 선주는 이를 수락합니다. 특종 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요. 물론 이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연쇄살인마와 한 방에 단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친한 사이 이상으로 보이는 한 남형사를 대동하고 인터뷰가 진행될 방의 바로 아래층을 예약해놓는 등 나름의 안전장치도 준비해놓구요.
마침내 인터뷰 당일 예약된 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에 가니 잘 차려입은 젠틀한 분위기의 깔끔한 외모를 한 영훈이라는 사람이 선주를 맞이합니다. 과연 이 남자는 정말 연쇄살인마가 맞을까요? 그렇다면 왜 굳이 본인도 정체노출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인터뷰를? 그리고 선주를 지목한 이유는?

- 소박하다는 제목에서 어느정도 예상하셨겠지만 러닝타임 거의 대부분을 주인공 캐릭터 단둘이 이 호텔방에서만 머물게 되는 일종의 밀실 스릴러 비스무리한 영화입니다. 서로 치밀한 심리게임(이라고 하기엔 선주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이 오가며 조금씩 자신의 사연과 동기를 밝히는 영훈의 이야기에 따라 중간에 적절히 회상씬들이 들어가고 바로 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는 남형사의 상황까지 간간히 나오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밝혀지는 정보들도 다 스포일러라고 할 수 있어서 기본 설정만 알고 감상하시는 게 최선이고 주어진 재료로서는 거의 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낸 웰메이드 스릴러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한 번 믿어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ㅋㅋ 그렇다고 올해 국내 베스트 리스트에 꼽을만한 그런 작품이라는 건 아니고 적당히 기대치만 조절하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아주 탄탄한 소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런 연쇄살인마를 대상으로 한 주인공의 심문, 인터뷰라는 소재도 너무 많고 흔해 빠져서 뭔가 새로운 걸 끄집어내긴 불가능에 가깝고 실제로 최종적으로 밝혀지는 진상도 어떻게 보면 다소 허무하지만 그 골까지 진행해가는 과정에서 요쪽 저쪽으로 적절하게 국면전환을 해가며 몰아가는 드리블 솜씨가 상당합니다. 범죄물에서 흔히 그렇듯이 이 영훈이라는 캐릭터가 알면 알수록 너무 대단한 능력자라서 가능한 행보가 많은데 그런 것만 적당히 눈감아줄 수 있다면 최소한 영화 내의 논리에서는 이렇다할 큰 비약없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궁극적인 동기가 설명이 되는 것도 각본상에서 고평가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겠죠.

- 구조가 구조인만큼 두 배우가 연기력으로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하며 끌고가는 게 가장 중요한 작품인데 영훈 역을 맡은 정성일(당연히 그 평론가와는 동명이인)이 정말 돋보입니다. 이 캐릭터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싸이코패스 살인마 클리셰 타입에 빠지지 않는 건 각본상으로 그렇게 잘 써둔 덕도 있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 인물의 진위를 의심하게 만들도록 묘하게 선을 타는 배우의 연기가 정말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봤어요. 넷플 '더 글로리'로 뜨신 분인데 공개 후 한창 장안의 화제로 시리즈가 인기를 끌던 와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병행했을 정도로 무명배우로 오래 고생을 하셨다고 하는데 앞으로 더 잘되셨으면 합니다.
조여정의 선주는 캐릭터 자체가 영훈이 다 짜놓은 판에 페이스가 말려드는 역할이라 배역도 그렇지만 배우로서도 손해를 볼 수 있어서 둘 중에 상대적으로 훨씬 위상이 높은데 왜 굳이 이걸 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후반부에서 많이 만회를 할 부분들이 있더군요. 제가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국내영화 중 가장 흥행대박이 난 '좀비딸'도 있었고 은근히 필모 알차고 타율도 높게 잘 꾸려가고 있는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나름 세번째로 중요한 형사 캐릭터는 중반까지만 해도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좀 잉여같은 느낌이 강했는데 그래도 다 나중에는 쓸모가(?) 있더군요. 다만 거기까지가 좀 길다는 것 정도는 미리 알아두시는 게... 추가로 딱 봐도 영화가 많이 저예산인데 그래도 러닝타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호텔방 프로덕션 디자인 만큼은 신경을 아주 많이 써놔서 그나마 여러가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 최근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네이버나 다른 사이트에 보면 시놉시스에 영훈의 직업을 써놨는데 제가 보기엔 그것도 나름 스포일러라 감상할 계획이신 분들은 어지간하면 다른 사이트에서 정보 검색은 피하시고 그냥 바로 보시길 바래요.
제작비 등의 제한된 여건과 갖고 있는 이야기, 캐릭터의 재료로 할 수 있는 거의 최선으로 잘 뽑아낸 작품인 것 같아요. 넷플에 올라왔으니 그냥 부담없이 보시기에 충분히 좋습니다.
조여정은 작년 '히든 페이스'에서도 참 능글맞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스펙트럼이 넓어요.
요건 진짜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쏘맥님께 별로라도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ㅋㅋㅋ
명색이 그래도 조여정 출연작인데 언제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극장 대개봉'을 했던 걸까요. 아까 지니티비 vod로 올라와 있는 걸 발견하고 한 번 틀어볼까... 했는데 넷플릭스에도 있다니 그 쪽으로 봐야겠습니다. 화질이든 음질이든 자막이든 넷플릭스랑 iptv 컨텐츠가 겹치면 고민 없이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되는 거. 대체 이 '토종' 회사들은 개선할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ㅋㅋ 추천 글 감사합니다!
저는 개봉했던 것 자체는 알았는데 사전정보만 보면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가 의외로 입소문이 괜찮아서 기억해두고 있었어요.
그놈의 '토종' 회사들은 지금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아직도 4k나 다중채널 오디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죠... 재밌게 보시고 후기글도 한 번 올려주세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