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바낭] 샘 레이미 with 코엔 형제, '크라임 웨이브' 잡담입니다

 - 1985년작입니다. 런닝 타임은 1시간 2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와 재밌겠다! 와 으악 뭐야 이건!! 으로 취향이 확실히 갈릴 포스터이고 그 느낌대로 감상을 결정하시면 됩니다. 정말로 이런(?) 영화니까요.)



 - 두 가지 이야기가 병행으로 전개됩니다. 하나는 자신의 뒷통수를 치고 사업을 빼앗아 가려는 동료를 살인 청부 업자를 시켜 제거하려다가 일이 대차게 꼬이는 사업가 이야기. 다른 하나는 순진무구가 지나쳐 멍청함에 가까워진 순수 총각이 우연히 마주친 미녀에게 사랑에 빠져 온 몸을 바쳐 구애하는 러브 스토리요. 당연히 두 이야기는 중반 쯤에서 하나로 합쳐지겠지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일단 주인공이 허드서커 형무소에서 사형 당하려는 상황에서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 샘 레이미의 경력부터 보자면 '이블 데드' 1편이 1981년작이고 이게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블 데드의 속편은 2년 후에 나와요. 코엔 형제의 경력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1년 전인 1984년에 '블러드 심플'을 쓰고, 연출했습니다. 다음 작품인 '레이징 아리조나'는 역시 2년 후에 나오구요. 결국 (단편들을 제외하면) 양쪽 모두에게 두 번째 작품이었던 셈이네요. 그런데 양쪽 다 첫 작품이 워낙 호평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대를 받는 작업이었다는데, 제작비부터 시작해서 이걸 메이저 취향의 영화로 만들고 싶었던 스튜디오 측의 압박까지 해서 제작 과정은 완전히 개판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전해지는 최종 편집 버전도 감독과 작가의 의향을 무시한 스튜디오의 일방적 편집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구요. 당연히 흥행은 폭망했고 지금은 저 네임드 연출자들의 팬들에게나 간간이 회자되는 정도의 영화... 입니다만. 

 어쨌든 저는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ㅋㅋㅋ 그리고 다시 봐도 여전히 좋았어요. 왜 그랬냐면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빌런들부터가 나사가 심각하게 많이 빠져 있는 바보들이고, 영화의 모든 등장 인물들의 상태가 다 이렇습니다. 정상인이 하나라도 섞이면 안 되는 이야기에요. 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애초에 이런 액션씬들이 나오는 작품이니 말입니다.)



 - 제가 원래 좀 지 취향대로 막 만든, 그런데 솜씨가 드러나는.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대충 전반부의 청부 살인 파트는 필름 느와르. 연애 파트는 스크루볼 코미디 스타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부는 참으로 긴 현대적인 추격전과 액션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구요. 그리고 뇌를 내려 놓고 막 나가는 슬랩스틱 코미디... 라는 성격이 이 일관성 없는 조각들을 헐겁게 하나로 연결해 주고요.


 그런데 각각의 파트들이 다 그럴싸합니다. 진짜 정통의 무언가... 는 아니지만 대충 '페티쉬' 느낌이랄까요. 필름 느와르라고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나 이미지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보여주고, 고전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의 요소들을 역시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보여주고. 이런 식인데 그 '극단적인 과장'이 꽤 그럴싸하고 보는 재미가 있어요. 그리고 후반부의 액션 씬들은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로 잘 찍어 놨습니다. 캐릭터들의 바보 연기를 제외하면 정말 멀쩡하면서도 감독 역량 드러나게 잘 찍었더라구요. ㅋㅋㅋ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바보 같은 슬랩스틱도 뭐. 애시당초 영화의 컨셉이 이렇다는 걸 받아들이고 편안한 맘으로 보면 그냥 피식피식 웃을 정도는 충분히 되구요. 이게 어중간한 게 아니라 아예 그 시절 미국 카툰이나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확실하게 막 나가니까 노골적, 1차원적인 저질(?) 개그라고 해도 그냥 웃게 되더라구요. 생각보다 악취미 농담은 별로 없어서 불쾌해질 일도 없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바보 같지만 또 그럴싸한 느와르 흉내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바보 같지만 또 그럴싸한 옛날 로맨틱 코미디 흉내에다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당혹스러울 정도로 멀쩡하게 잘 뽑혔지만 역시 캐릭터들은 바보 같은 액션 씬들이 대충 막 섞여 있는 영화입니다.)



 - 그리고 뭣보다 제가 오래 묵은 샘 레이미 빠(...)라서 말이죠. 하하;

 아직 덜 다듬어졌지만 능력은 넘치는 재능파 젊은이 감독의 솜씨를 맘껏 즐길 수 있기도 하구요. 또 보면 이후 샘 레이미의 대표작들, 이블 데드 후속작들이나 다크맨, 심지어 스파이더맨에서 다시 확인하게 될 장면들의 초기 버전들이 잔뜩 들어 있어서 그런 부분들 찾아 보는 재미도 있고 그렇습니다. 레이미의 영원한 벗 브루스 캠벨의 코믹 연기도 '이대로 쭉 정진했다면 짐 캐리의 직계 선배가 되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구요.

 또 이런 레이미의 연출 묘기 대행진에 살짝 가려지는 느낌이 있긴 해도 각본을 쓴 코엔 형제의 느낌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고 그래요. 아주 직접적으로는 주인공이 끌려가는 형무소 이름이 '허드서커'라는 부분 같은 것도... ㅋㅋ 뭐 허드서커 대리인의 각본도 레이미가 함께 썼으니 레이미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 영화의 주인은 코엔 형제니까요.



img.gif?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

(움짤이라 재생이 잘 될지 모르겠지만 레이미 특유의 촬영 트릭이 잘 드러나는 이런 장면도 있고.)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와! 나 이거 다른 데서 본 적 있어!!! 라는 기분으로 반가워지는 이런 장면도 나오구요. ㅋㅋ 감독님 팬에겐 분명히 볼만한 영홥니다.)



 - 결국 레이미와 코엔 형제의 팬이시라면 한 번 확인해 보실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시절 센스의 개그 장면들이 취향에 맞다면 꽤 즐거운 시간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감독님 연출 쑈 구경만 해도 80분이 그리 아깝진 않을 거에요. 다만 정말 아무런 알맹이가 없는 허랑방탕한 이야기라는 건 감안하시는 게 좋을 거구요. 솔직히 흥행이 망하고 평가도 나빴던 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만. 그래도 이게 재미 없는, 못 만든 영화냐고 묻는다면 저는 절대 아니라고 우겨 보겠습니다. ㅋㅋㅋ 감독님의 오래 묵은 팬이 하는 소리니까 적당히 걸러 들으시는 게 좋겠지만, 어쨌든 저는 그러합니다. 끝이에요.




 + 어차피 장면 장면들의 재미로 보는 작품이니 스토리 정리란 게 무의미하겠지만 그래도 대충 요약은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배신자를 처단하기로 한 사장님은 쥐 잡는 회사로 연락을 해서 돌아이 2인조를 소환합니다. 그러고는 회사 바로 건너편의 자기 집에서 홀로 야근하던 배신자가 킬러들에게 처단 당하기를 기다리는데요. 오지랖 넓은 아내가 쌍안경을 들고 '왜 당신 회사에 불이 켜져 있지!? 뭔가 이상한데!!?' 라며 난리를 치는 바람에 아내를 진정 시키기 위해 자기도 회사로 갔다가... 시체 처리하느라 거기 머물고 있던 돌아이 청부업자들에게 본인도 살해를 당해요. 뒤늦게 자기들에게 돈 줄 사람을 죽여 버렸다는 사실을 안 2인조는 버럭 화를 내며 밖으로 나왔다가 자기들 쪽을 쳐다보는 사장님 아내를 발견하고 그 집으로 쳐들어갑니다.


 같은 날. 사장님네 회사 직원 빅 에이젝스군은 사장님의 아파트에 사는 미녀 낸시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립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잘 해 보려고 열심히 들이대지만 어설프고 바보 같은 행각 때문에 싸늘한 반응만 얻구요. 그래도 포기 안 하고 낸시가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간 식당까지 쫓아가서 비열한 남자 친구에게 처참하게 차인 낸시를 달래고 위로하며 점수를 따 보려 하지만 여전히 실패만 반복합니다. 그러다 지나가던 차가 튀긴 흙탕물에 흠뻑 젖은 낸시를 돕겠답시고 그 집까지 쫓아가는데... 이때 사장을 살해한 후 아내까지 죽이기 위해 쫓아온 킬러 2인조와 엮이게 돼요. 


 그래서 참으로 길게 이어지는 자동차 추격전 & 액션 끝에 빅은 악당들을 모두 물리치지만 낸시를 구출한 후 자기는 다리 난간에서 추락해 강물로 떨어지면서 기절. 정신을 차린 후엔 사장과 라이벌을 살해하고 사장 아내와 낸시까지 실종 시킨 살인범으로 몰려 허드서커 형무소에서 전기 의자에 앉아 사형을 당하게 되는데, 멀쩡히 살아 있었던 낸시는 수녀원에 들어가 침묵 서약을 하려던 찰나에 빅의 사형 기사를 보고 달려와 간발의 차이로 사형 집행을 정지 시키고 빅의 누명을 풀어줍니다.


 마지막은 둘의 결혼식 장면으로, 쓸 데 없이 자신감이 넘치는 빅의 함박 웃음과 그걸 영 찜찜하단 표정으로 째려보는 낸시의 모습으로 끝이에요.

    • 저는 이 셋의 또다른 합작이고 브루스 캠벨도 나오는 그 '허드서커 대리인'을 참 재밌게 보긴 했는데요. 이건 대체적인 평도 둘의 이름값에 비해 많이 못미친다는 것 같고 사진들을 봐도 제가 보긴 대략 난감할 것 같아서 그냥 스킵했는데 갑자기 아주 약간만 고민이 되긴 하네요. ㅋㅋ 사실 허드서커 대리인은 나중에 재평가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개봉 당시에는 평도 갈리고 흥행도 망했던 걸 고려하면 친분과 궁합은 별개인건가 이런 생각도 들고요. 하하;;






      밀러스 크로싱에서 갑툭튀해서 열연했던 감독님 모습이 생각나네요.



      • 샘 레이미의 영화 스타일을 대략 '퀵 앤 데드'나 '사랑을 위하여'를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 비슷하게 나누어 본다면 이 영화는 완전히 전기 쪽. 뭔가 악동스럽고 장난스러우며 만화책 느낌 가득한 무언가... 에 속한다고 보거든요. 그런 스타일이 취향에 맞는다면 이 또한 그럭저럭 즐겁게 볼 수 있는 소품이겠구요. 후기의 멀쩡한 스타일이 좋다면 영 아닐 수도 있겠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 모두가 좋아할 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하하. 이에 비하면 '허드서커 대리인'도 아주 멀쩡한 영화 쪽에 속하고 그렇죠. 애초에 감독이 다르긴 하지만요.

        • 저는 아무래도 후기 취향에 가까운 것 같아요. ㅎㅎ




          '허드서커 대리인'도 제작비화를 찾아보니 코엔 형제가 자기들은 인디영화만 하는 감독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나름 메인스트림 도전작이었다는데 제가 재밌게 본 것과 별개로 '이런 소재와 장르로?' 싶었어요. ㅋㅋ 그래도 바로 다음작품이 다행히 '파고' 였었죠. 

          • 그래 뵈어도 '허드서커 대리인'은 옛날 헐리웃 고전 영화들 이야기와 스타일을 계승해서 코엔 형제 스타일로 비튼 작품이었으니까요. 그런 고전 영화들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아마 당시에도 지금도 재밌게 보긴 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크라임 웨이브'는 허허... ㅋㅋㅋㅋ

    • 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저번에 말씀 드린 이 비디오 변상한 기억 때문에>_< 


      1992~1993년 쯤은 제 TV가 14인치였어요. 지금 기준으로 아주 작죠. 




      비디오 화질도 자막도 그때는 지금에 비하면 많이 못할테고요. 그때 본 영화들 중


      '명화'들은 언젠가 다시 극장에서 감상해야 하는데요ㅜ.ㅜ




      글 읽고보니 영화는 조금 기억이 나요. 30년도 넘었네요! 최근에는 별별 영화들을 '일반 상영관'에서


      해주긴 하지만 이 영화는 안해줄거 같아요. 아아 저는 결국 못볼거 같네요ㅠ.ㅠ

      • 뭐 코엔 형제나 샘 레이미의 과거 작품들이 다시 주목 받으며 상영회를 하게 된다고 해도 아마 그 리스트에 마지막으로 고려될 게 이 영화일 테니까요. ㅋㅋㅋ 전 좋아하지만 그러려니 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이 영화 자체는 본지 오래되었는데 글을 읽으며 기억이 조금씩 돌아오는 기분이 좋네요. 


      여기서 영화와 상관이 없는 것인지 있는 것인지 모를 DOS게임 크라임 웨이브가 먼저 떠올랐습니다만 ㅎㅎㅎ


      https://youtu.be/tWgVcnYRZSs?si=e57BlmoUa5PDH9Ai


      :DAIN_


      • 오! 저 이 게임 해봤네요. ㅋㅋㅋ 오프닝의 컴퓨터 성능 좋은 척하는 실사 디지타이즈 이미지가 뜰 때부터 수상했는데 그와 아주 대조되는 허술한 인게임 영상을 보니 제가 친구네서 해 본 게임이 맞습니다. ㅋㅋ 아이고 반가워라!

    • 제가 좋아하는 바보같은데 재밌는 영화군요. 얼마전에 본 빅 트러블 인 리틀 차이나 생각도 나고요. 소개 감사합니다. 적어두었어요.

      이상하게도 매끈하게 잘 만든 것보단 이렇게 우당탕탕 바보 같은데 재밌는 영화가 더 좋습니다.
      • 반갑습니다. 저도 그런 게 좋아요. ㅋㅋㅋ 아주 매끈하고 우아하며 흠결 없는 것보단 좀 단점 확실해도 장점이 더 확실한 쪽에 마음이 간달까요. 인간적이잖아요. ㅋㅋㅋ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130237 [왓챠바낭] 기대보다 훨씬 훌륭했어요. '시스터스' 잡담입니다 8 340 12-10
130236 태풍 클럽 7 265 12-09
130235 11월달에 전장연 집회 연속으로 다녀왔습니다 4 262 12-10
130234 성세천하:여제의 탄생 [모바일, 스팀] 5 240 12-09
130233 워너 인수 새 국면, 파라마운트 적대적 인수/합병 제안 4 222 12-09
130232 [영화바낭] 난데 없는 주토피아2 초간단 잡담 8 434 12-08
130231 자백의 대가 [넷플릭스] 10 692 12-08
130230 8번 출구가 일본 영화예요? 31 465 12-08
130229 별 의미 없는 잡담) 돌리틀 선생의 모순 6 213 12-08
130228 [내용있음] 석류의 빛깔. 6 259 12-08
130227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가 무산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4 276 12-08
130226 2025 Washington Area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 Winners 117 12-08
130225 2025 Los Angeles Film Critics Association Award Winners 108 12-08
열람 [왓챠바낭] 샘 레이미 with 코엔 형제, '크라임 웨이브' 잡담입니다 10 272 12-08
130223 잡담. 조진웅을 위한 몇몇 변호들을 보고 2 686 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