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홍루몽-중국드라마 느리다 한들, 이만큼 느린 건 드물 듯.

 

제게 가장 좋아하는 중국의 '고전'소설을 꼽으라면, 1초도 생각 안하고 바로 '홍루몽!'이란 대답이 튀어나올 겁니다.

읽을 때마다 그 섬세하고 정교한 느낌, 별 것도 아닌 일상을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간 내용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볼 때마다 몰입하는 캐릭터가 달라져,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이에요.

 

한국에야 중국의 4대기서래봤자 삼국지만 알려졌다 뿐이지, 수호지도, 서유기도, 금병매도 그리 회자되는 편은 아니니,

더우기 홍루몽은 이름도 처음 접한 듣보잡 취급을 받을 뿐이라.. 슬픕니다.

나도 삼갤에서 산악인 마속이니 손제리니, 아님 이번 삼국에서처럼 유느님이 쵝오라든가 뭐 그렇게 홍루몽에 대해 떠들어보고 싶은 거라구요ㅠㅠ

임대옥의 까칠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랑스러움이라든가, 설보채와 임대옥 중에 누가 더 낫냐라든가,

남자들은 역시 입속에 혀처럼 시중 잘 들어주고 싹싹한 습인이 같은 여자가 젤 좋은가보다,

어차피 '의천도룡기'에서도 남자들은 '소소 쵝오'를 외치지 않냐, 여자들도 꼽으라면 거기서 이상형으로 북정왕(왕족이고 잘생겼음-_-)을 꼽더라(<-;;) 등등.

 

이렇게 주절주절 같이 떠들어대고픈데 영.. 방법이 없네요.

워낙 안 알려진 작품이라 그런지 요즘 드라마 영상 뜨고, 자막제작도 되는데 감상 같은 것도 별로 없고요.

올해 나온 '삼국'과는 영 동떨어진 반응입니다.

 

일단 자막제작은 되는데, 나오는 속도 맞춰서 느릿느릿하게 감상 하자니 급한 성질에 안 맞고,

그렇다고 통째로 원작 외운 거 대입해서 그냥 보자니, 그래도 자막 없으면 많은 미묘한 표현이나 재미도 놓칠테고 드라마 자체에 몰입해서 보기도 어렵고.

자막 다 나오면 볼까 싶다가 그냥 어제 잠시 틀어놓고 봤더니...

 

음.... 전 재미는 있습니다.

감독인 이소홍 일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 분 연출도 좋아하는 편인데, 이 분 스타일이 상당히 느릿느릿하죠. 어둡고 우울한 면도 있고.

그분 특징인 듯한 느릿느릿함에, 세밀하기 그지없는 원작까지 더해지니..

이건 뭐.... 드라마는 드라마인데....-_-

중국드라마의 느릿한 연출에 십수년 단련된 제가 봐도 거의 굼벵이 기어간다 수준이니, 별로 적응 안된 분들 보시면 1회 시작 10분만에 졸음 쏟아지겠습니다.

 

보니깐 원작을 그냥 통째로 들어옮겼더라고요.

'삼국'은 각색을 너무 해서 본토에서 온갖 욕 들어먹고 있다던데, 이건 너무 원작에 충실해서..

어느 블로그의 중국인 분의 평을 퍼온 걸 보자니, 홍루몽 자체가 드라마화하기 좋지 않은 작품이라고..

아쉽지만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작품 전반에 넘실대는 화려한 생활묘사, 음식치레, 옷차림, 주거, 그들이 읊는 시구, 캐릭터들의 이름에도 그들의 운명이 암시되어 있을 정도의 함축성 등등..

이런 걸 영상에 담아내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혼불'인가요? 엄청난 묘사에 읽다 지친다는 소설이요. 그걸 드라마화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옷 만들고, 바느질하고, 다듬이질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차례차례 본다고 생각하면... 이건 다큐도 아니고-_-;;

 

그래도 워낙 좋아하는 작품이라 나름대로 재미나게 보고는 있습니다.

영상미가 화려해서 보는 맛은 나고, 원작을 통째로 들어옮긴 점에서 신기하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배우들 캐스팅이 이쁘긴 한데, 캐릭터 씽크로는 80년대에 나온 CCTV판 홍루몽이 훨씬 낫네요.

지금은 여자애들이 다들 예쁘장하고 세련된 맛은 있는데, 다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특히나 임대옥은 원작의 그 까칠하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밴댕이 소갈딱지라 한대 때려주고 싶으면서도 사랑스런, 그러면서도 영민함이 돋보이는,

이 이미지를 100% 살려낸 당시의 임대옥이 워낙 레전드라..

 

 

이번 임대옥은 애가 영민함은 어디 가고 좀 맹해보여서 말이죠.

 

 

전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의 정서와 주제를 십분 살려야만 가치가 있다고 보는 편인데,

이렇게 영상으로 옮기기 힘든 작품은 경우에 따라 대대적인 각색이 필요할 듯도 하네요.

원작을 통으로 옮겼다고 좋은 영상물이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홍루몽이 그렇게 유명하고 사랑 받는 작품임에도 영상화된 적이 왜 몇 번 없나 싶었더니... 이런 난점 때문이었어요-.-

 

덧. 중국 현지의 반응이 꽤나 궁금한데....

soboo님인가요? 중국에 계시는 분이.. (물어보고싶다;;;)

 

 

 

    • 이번 홍루몽 보지는 못했지만 관심이 가는 작품인데 소상비자님 글 덕분에 조금이나마 알게 되네요.(소상비자님의 중드관련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_<)
      그런데 홍루몽은 사진들을 보면 경극에서 따온 듯한 비주얼이 굉장히 인상적이더라구요.(특히 헤어스타일!) 포즈도 구도배치도 묘하게 연극적으로 보여요. 사진만 그렇게 찍고 드라마 영상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첫인상이 무척 강렬했어요.
    • 중국에서의 홍루몽 반응은, 주변 반응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처음에는 혹평. 일단 배우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고, 고증도 엉망이다 등등... 대부분 이런 분들은 1-2회 보고 때려치신 분들이고요. 끝까지 보신 분들은 '보다 보면 그래도 잘 만들었다.'라고 하시는 분 2 분 보았어요. 어쨌든 꽤 화제가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 놈의 홍루몽을 제대로 만들었냐 아니냐 가지고 방송도 만들었다고도 하니까요. 저는 아직 보지 못 해서 잘 모르겠는데, 주연들 비주얼이 너무 안 땡기더라고요.
    • 중국서 시청률 안좋다고 들었는데 정확한지는......이소홍 감독 팬이라 제작때부터. 기대가 컸었지만 1화 돌부터 나오는거 보고 절망, 포기했어요.
    • mekare님/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사진들이 드라마의 스틸컷인데, 드라마에서도 딱 저렇게 나와요.
      저도 사진보고 굉장히 독특하다고 느꼈었는데, 굉장히 유명한 디자이너(엽금첨 선생)가 제작했다더군요.
      그런데 소문으론 초기 디자인한 것들이 온라인에 풀려버려서, 새로 디자인한 거라고. 애초에 기획한 건 저런 모양이 아니었을수도?
      저도 머리모양이 제일 특이해요. 의상은 그나마 경극풍을 좀 벗어난 편이고.

      悶님/ 처음에 그 그래픽은 상당히...뭐하죠-_- 아니, 소설 처음의 내용 그대로이긴 한데, 드라마같지는 않달까.
      배우들은 이상하게 봐도봐도 얼굴 구별이 안되요. 80년대작 CCTV판 볼때보다 더 얼굴구별이 안가니..;
      고증이야 어차피 시대배경이 명확치 않은 작품이긴 한데, 소설상의 고증을 말하는 걸까요?
      아무튼 배우들이 강렬하게 딱 와닿는 이미지가 없다는 것에는 대공감입니다.
      죄다 신인이라 신선하긴 한데.. 다 같은 데서 얼굴보정받고 나왔는지 어쩜 저렇게 비슷하냐고;;

      문조님/ 이번에 나온 '삼국'이나 '홍루몽'이나 그닥 반응이 안좋은가보군요.
      원래 이 드라마 감독으로 정해졌던 호메이는 영화 '홍루몽' 찍고 있다던데, '공자'만큼이나 느릴라나..-_-;;
      저도 이소홍 감독 좋아해요. '귤자홍료'나 '대명궁사'를 딱 좋아하는데, 그런 분위기와 홍루몽이 의외로 잘 어울릴 거 같았거든요.
      전 1회의 그 장면 보고 완전 원작을 들고 옮겼네 싶어서 신기했는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뭥미 스러웠겠어요-.-
      참.. 텍스트의 영상화, 각색 작업은 어렵고 어려운가 봅니다. 원작 그대로 옮기는 것도, 원작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것도.
      • 원작 절반정도 읽었는데도 1화가 뜨악했어요. 저렇게 각색하면 안돼...란 느낌이요. 아예 삼각만 중점으로 하거나 금릉12차의 화려함을 부각하거나...아쉽더라고요. 이소홍 감독 영화나 귤자홍료, 그리고 일명 이소홍 사단 특집극 절대은사에서 주신 주연 드라마도 좋아했는데요. 전 홍루몽 걱정됐던게 제작단계서 스케일이 너무 커지고 있단 느낌이었어요. 꼭 사공이 많아서 산으로 갈 것 같은...그런 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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