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보고 왔는데 저는 별로...

 

류승완 영화를 보면 이것저것 벌려놓긴 잘하는데 빵 하고 터지는 한 방은 없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부당거래 평이 좋길래 이번에는 좀 괜찮으려나 기대를 하고 봤지만 전작에서 받았던 느낌 그대로네요.

중반까지 최철기와 주양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목은 상당한 긴장감이 느껴졌지만 둘의 대립이 극한까지 갔다가

사그라드는 지점에서 맥이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두 사람의 동기란 것도 희미하게 느껴져 영화의 내용에 공감이 안되더군요.

 

일단 스폰서 검사로 등장하는 주양을 보면 검찰내 연줄도 든든하고 장인이 무려 재계 거물인데

무엇때문에 (그룹의 회장으로 소개되긴 했지만) 끽해야 중견 건설업체 사장 정도로 밖에 안보이는 

김회장의 스폰서를 받는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최철기 역시 비록 실적이 우수함에도 불구하고 비 경찰대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번번히 승진에 미끄러진데다

감찰반의 내사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국장의 제의를 받아들이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댄 일에서

폭주해 버리게 되는 지점이 이해가 안됐고요.

뭐랄까 최철기는 연줄이 없어도 능력있고 자기 식구 챙길 줄 아는 나름 직업정신이 투철한 경찰로 느껴졌거든요.

 

그런 캐릭터가 어느 순간부터는 눈이 헷가닥 돌아버려 승진에 목을 메고 위기를 넘기기 위해

검사 앞에서 옷까지 벗고 굽신굽신대니 저게 뭔가 싶었습니다. 그 대목에서 또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저러는가 했는데 아무것도 없이 그저 굽신댄 거여서 뭥미스럽더군요.  

 

 

 

 

 

 

  

    • 저는 되려 그 사그라드는 지점이 좋던걸요. 이게 류승완의 영화구나, 하는 맘이 절로 들었습니다. 대립이 극한으로만 치닫고 끝났으면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 같아 되려 큰 인상을 못 받았을거에요. 최철기가 주양 앞에서 옷 벗고 무릎을 꿇은 건 승진에 목을 메서가 아니라 자기 식구들을 건드렸기 때문이죠. 실제로 최철기는 비리를 저지르는 동기도 그렇고 자기 식구들을 끔찍하게 챙기는 역으로 나오고 어쨌거나 그 상황에서 최철기가 주양에게 무릎 꿇는 방법을 제외하곤 자신들의 가족을 지킬 방법은 없었으니까요.
    • 그 갈등해소 방법이 묘하게 현실적이어서 와닿았었죠, 제 경우에는.
    • 저는 오히려 캐릭터들의 동기가 굉장히 잘 이해되는 영화라고 봤어요. 주 검사의 경우를 봐도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겠죠. 재벌집 딸과 결혼할 정도로 속물적인 구석이 있는 검사라면 오히려 스폰서 한 둘 쯤은 기본으로 달고 살지 않겠어요? 장인어른한테 술과 여자(가끔은 골프)를 접대받기는 좀 힘들테니까요. 그리고 영화보면 장인어른한테는 주검사가 을의 입장인듯하고 스폰서한테는 갑이더군요. 그것도 스폰서를 두는 이유가 될테구요. 뭐 다른거 떠나서 그냥 그 바닥이 잘나가는 검사에게 스폰서 한둘쯤 안붙는다는게 오히려 이상한 부분이기도 하죠. 검사한테 보통이상의 도덕성을 기대하긴 좀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평일 것 같구요.

      최철기반장의 경우에는 폭주라는 표현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이유없는 폭주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하다 보니까 너무 일이 꼬이게 됐고, 결국 애초의 목표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형국. 그게 이 영화의 핵심적인 이야깃거리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자면 후배형사를 죽인 후에 아주 잠깐 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이 시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 시작하죠. 그 부분이 이 영화에서 가장 예리한 부분 중 하나라고 느꼈어요. 옷까지 벗으면서 사과하는 부분도 저는 굉장히 리얼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검사가 맘 먹고 주변사람들 털기 시작하면 옷 벗는게 문제겠습니까. 대한민국 검사가 맘 한번 독하게 먹으면 사람 하나 보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죠.
    • 비교,충동구매X(MW.H)/ 짝패와는 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한데. 직접 쓴 시나리오가 아니어서인지 이야기가 좀 더 치밀하단 느낌이 들더군요.

      jah_jah/ 식구들 때문일 거란 생각은 했지만서도 그 앞에서 보여준 것들과 너무 차이가 커서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었어요.

      01410/ 듣고보니 현실적이란 측면에선 최철기가 주양에게 영감님 어쩌고 하면서 기어 오르는 것 보다는 그 편이 훨씬 그럴 듯 하겠군요.

      taijae/ 검사 개인의 도덕성과 상관없이 스폰서라는 것은 일단 재력 빵빵한 검사보다는 경제적으로 별 볼일 없는 검사에게 붙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아마도 이 점은 taijae님과 저의 생각 차이로 인해 감상이 달라진 듯 한데요. 뭐 그런 점을 제쳐두고서라도 영화에서 주양이 그 정도로 빽이 좋다는 것을 굳이 보여 줄 필요성이 있었을까 싶어요. 주양을 그저 탐욕적이고 똘끼충만한 검사 정도로만 묘사했어도 충분했을 거라고 봅니다. 재벌 장인을 등장시킨 목적이 마지막에 주양이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유유히 빠져나가게 될 거란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테지만 그때문에 주양과 최철기의 대립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 무의미해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철기가 주양에게 옷을 벗고 굽신거리는 것 자체는 오히려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그 부분에서 느낀 아쉬움은 리얼하다 아니다의 측면이 아닌 앞서 묘사됐던 장면들과의 갭이 너무 컸다는 거죠. 애초에 최철기 같은 사람이 검사의 위상을 모를 사람이 아니잖습니까. 하지만 최철기는 별다른 빽도 없으면서 검사한테 기어오르는 영화적 캐릭터였는데 일순간에 일선 경찰 최철기로 돌아와 버려 당황스러웠다는 거예요.
    • 푸른새벽님, 저랑 완전 비슷하게 보셨군요.

      최철기가 검사앞에서 옷을 벗고 부들부들 떠는 것은 확실히 연기 디렉션이 잘못간 거 같습니다. 그냥 무릎을 꿇는 정도, 혹은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옷을 벗지 않고) 천천히 말없이 옷을 벗고 그냥 무릎만 꿇었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캐릭터의 톤이 유지되죠. 저는 그부분에서 갑자기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 비스무래한 무언가 튀어나온 것 같더라구요. 최철기라는 캐릭터가 참 어려운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를 천호진이 맡았다면 더 잘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 정도 배역을 맡을 만한 스타는 아니지만). 어쨌든 황정민이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그의 연기의 한계(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가)를 볼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 외 여러가지 자잘한 결함이 보이는데...
      배우로 이용된 금치산자의 연기도 널을 뛰었던 거 같고.(처음에는 정신적으로 모자른 듯하다가 나중에는 말투가 그렇지 않고)
      유해진이 일개 구청 공무원의 건축 단속을 해결못해 최철기한테 해결해달라고 연락을 하는 것도 그렇고.
      (게다가 마침 그 구청공무원이 일전에 뇌물수수 관련해서 광역수사대의 최철기한테 빚진 일이 있다니)
      게다가 이 장면은 최철기가 유해진을 없애기로 하게 되는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해서 넣은건데, 그러기엔 그 강도가 너무 빈약하죠.

      후반부에, 배우로 이용된 금치산자가 진짜 범인이었다는 반전도 억지스럽고, 최철기의 후배 형사들이 최철기를 죽이는 것도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런 것들을 납득시키려면 중간에 더 많은 관련 장면들을 할애해야 하는데, 그러면 상영시간이 늘어나고...
      암튼, 영화 전체적으로 살짝 이야기의 과잉이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류승완 감독은 노력파구나 라는 생각입니다.
      (연출 재능은 조금 부족한 듯하다는 말. 물론 한국에 류승완 만큼 할 수 있는 감독도 드물긴 하지만요.)
    • 맞아요. 제가 느꼈던 아쉬움이 딱 그런 것이었습니다.

      앞서 감찰반, 장석기, 주양 등을 대하던 최철기의 태도는 아무리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절대 자존심을 꺾지 않던 모습이었는데 갑자기 확 쪼그라든 모습을 보여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나머지 말씀하신 부분들도 공감합니다. 영화 전체적으로 중반까지의 톤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면 더 깔끔한 영화가 됐을 텐데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고 당황스러운 전개로 맥이 빠져 버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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