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사의 추억

* 어제던가 이명박이 태릉선수촌에 방문해서 밥을 먹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걸 보며 드는 생각은 태릉선수촌 식당에서 평소와 똑같은 식단을 차렸을까, 아니면 좀 더 성의를 보여서 차렸을까, 였습니다. 물론 그건 이명박이 아니라 노무현이나 김영삼이라해도 별차이가 없었을꺼에요.

 

 

*  '장학사님'이 방문한다는 예고가 떨어지면 학교가 난리가 났었어요. 언제나. 체육시간엔 일렬로 쪼그리고 앉아 운동장에 잡초를 뽑아내거나 돌맹이를 주워야 했고, 하루의 끝수업시간은 좀 더 일찍 끝내거나 아예 수업을 하지 않고 청소를 했습니다. 책상을 뒤로 미는 수준이 아니라 3,4분단 책걸상을 아예 복도에 내놓고 쓸고 닦고 왁스를 칠하거나 물걸레질을 하고. 창문은 아예 틀에서 분리해서 틀,창 할꺼없이 깨끗이 닦았죠. 교장이나 교감 영감님들은 청소가 끝나는 시간쯤 되면 하얀장갑을 끼고 등장해서 좀거시기한 장소는 손가락으로 쓰윽 한번 훔치며 담임들에게 더 청소할것을 지시했고, 그럼 그 장소는 앞서의 과정을 다시한번 반복.

 

그리고 장학사님이 방문하셨습니다. 우리 장학사님은 항상 학교에 오셔서 애들이 정성들여 청소한 부분은 보지도 않으시고 그냥 별관심도 없는 눈으로 복도나 교실을 대충 돌아보신 뒤 교장과 수다를 떨기위해 교장실로 들어갔죠. 장학사 방문일이 월요일이라면 좀 골치가 아팠습니다. 이 양반이 학교만 보고 가는게 아니라 (그걸 뭐라고 불렀죠)전교조회시간인가..아무튼 월요일에 교장이 훈화를 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은 환경에서 공부 열심히 해라같은;애들은 귀담아 듣지도 않는 쓸때없고 의미없는 말을  한마디 하고 갔거든요. 이게 왜 골치아프냐고요? 장학사 방문일이 월요일로 잡히면 토요일이나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에서 줄맞추는 연습을 해야하니까 짜증났죠.

 

근데 이런 현상이 초중고 제도권 교육에만 있는게 아니더군요. 어디나 똑같아요.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는걸 쓸때없이 준비하기위해 "쎼가 빠지게"고생하는거 말입니다.  

 

 

* 이글루 몇몇 글들;G20을 맞이하여 서울에서 벌어지는 몇몇 '상황'들을 봤습니다. 물론 G20의 손님들은 장학사들이 아니지요. 하지만  '윗분들'이 좋은, 깨끗한 정치와 정책을 펼쳤다면 아랫사람들이 무슨 행사가 됐다고 고생할 필요는 없겠죠. 이런 행사를 한다고 벽보붙이고 하는 모습을 보니 이 정부에서 내세우는 '실용'이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딸랑딸랑.

    • 별 쓸데도 없는데에 신경쓴다는 느낌은 저만 받은건 아니였군요.
    • 저 고등학교 때 장학사가 저랑 친구랑 집중적으로 왁스칠한 계단코너에서 미끄러져 넘어졌었어요. 그 광경을 봤던 모든 학생들의 그 환한 표정이란...
    • ㄴ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장학사는 안 됐지만 학생들 심정 이해가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 청소도 싫었지만 그 놈의 연구 수업이 더 싫었어요.
    • '그 분"들은 제발 암행 해주세요. '평소대로' 대접받아야죠.
    • 알맹이가 자신없으니 껍데기라도 닦는거죠.
    • 전 대학교 때 교생실습 나갔는데 실습 중에 장학사가 온 날이 있었어요. 교생실로 장학사가 몇 마디 하러 왔는데, 얼굴 들어보니 제 고3 때 담임쌤이!!
    • 계단 모서리 금속 부분 번쩍거리게 닦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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