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가 어떤 이미지를 갖느냐 하는 문제 - 아니 왜 부담을 갖나요? + 일중독의 한 예.

1. 밑의 게시물을 읽다가 문득 생각났어요. 마지막 학교 과정에서 친구라고 하기엔 별로 안친하고 타인이라고 하기엔 좀 가까운 청년이 있었습니다. 잘생긴 외모에 그 과정 학생치고는 불량스러운 태도가 돋보였죠. 여름에 레이밴 선글라스를 끼고 학교 주변을 껄렁껄렁;;하고 돌아다니는 모습은 좀 멋있었습니다. 스페인어도 아주 잘해서, 관타나모 기지 관련 연방대법원 판례 (아 뭔지 까먹었어요)와 관련해서 Univision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죠. 아 쓰고 싶었던 얘기는 그게 아니고요, 대화의 컨텍스트는 완전히 까먹었는데 그 청년하고 이런 대화가 오고 간 적이 있었어요.


생각나지 않는 대화 블라블라


나: 내가 한국사람이니까 너는 나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청년: (말을 끊고 비웃으며 - 네, 정말 비웃었다고요) You're not the only Korean I know of.


한국사람 너만 아는 거 아니니까 너를 가지고 일반화할 마음이 전혀 없다는 얘기였는데, 그게 왜 그렇게 신선하던지요. 외국생활을 하면서 내가 어쩜 한국사람의 샘플로 비춰질지도 모르겠다는 압박을 느끼기도 하는데,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사람이 한둘인가요.


LGBT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뭐, 일반인 제가 이해 못하는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한케이스로 쉽게 일반화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요 - 제 자신을 포함해서, 마음을 편하게 가져 보아요.


2. 금요일밤, 술자리도 피해서 미국 여성작가 문학평론 책을 끼고 뒹굴거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까아까 오후에 보냈던 일거리 이메일에 대한 답이 왔어요. 그래서 언제나처럼 "연락줘서 고맙고 혹시 더 할 거 있으면 말해줘" 하고 답을 했는데 (물론 속으론 주말이니까 일거리를 추가로 받진 않겠지, 하고 생각하면서요) "아 그럼 월요일 아침 클라이언트 미팅이니까 이것도 찾아봐줘!"하고 메일 왔어요. 그래서 좀 뒤적거리는데 답이 안나오는군요. 힝.

    • 1. 아닙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케이블 TV를 통해서 좀 노출됐겠지만, 많은 분들은 방송 3사 외로는 게이를 못 보셨을 겁니다. 직접 보거나 얘기한 적도 없을 겁니다.
    • 못생기고 능력없으면 나대지 말라고 욕먹는 세상인건가요...
    • 풀빛/ 사실 확률적으로는 아주 작은 커뮤니티에서만 생활하지 않는 한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게이를 안 봤을 수가 없죠. 다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분들의 경우는 그냥 그걸 지각하지 못할 따름이고요. 저는 LGBT 커뮤니티를 방송을 통해서만 경험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개인 한명을 보고, 아 게이는 이래, 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드물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또 방송을 통해 노출된다고 하면 아무래도 "선정적"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포함해서요 -인 인상을 갖게 되는 사람도 많을 것 같기도 하고.. 아 말이 꼬이네요.
      꽃과 바람/ 황희정승;;;은 아닙니다만 글쓰신 분이 하시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해가 가던걸요. 방송을 직접 본 게 아니라서 자신은 없습니다만, 자신의 중요한 정체성을 어떤 사람이 대중의 동정을 자아내는 도구 (저는 글을 읽고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틀렸으면 알려주세요)로 이용하는 게 씁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이해했습니다.
    • 아니요 분명히 그렇지 않습니다. 그 친구분의 예가 특별한 것임을 토끼님도 마음 속으로는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친구가 라고 하지 않고 스페인어를 잘한다는 둥 부연설명을 덧붙이게 되지요.
      보통의 이성애자들은 동성애자의 이미지에 별로 관심이 없을 수도 있어요. 그냥 관심 자체가 없는 거죠. 그런데 누가 눈에 띄게 나서면서 특정 이미지를 고착화 시키면 관심이 없는 만큼 그 이미지가 그냥 대표 이미지가 됩니다. 사람은 본성적으로 게으르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접하면 그 정보의 진위여부에 대해 따져보기보다는 보통은 그냥 그게 맞겠거니 믿어버려요.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죠.
    • 네,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해 줄 정도로 특별하긴 했어요. 하지만 제가 하고싶었던 말은 이렇습니다. 보통의 이성애자가 게을러서 눈에띄는 LGBT 개인의 정보로 일반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국내 국외 연예계에 국한해도 pool이 너무 크죠. 사실 이건 논쟁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요, 댓글을 보니 스트레스 받으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서 일반 중 한명의 입장에서, 최소한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 안합니다, 하고 말씀해 드리고 싶어서였어요.
    • 꽃과 바람/ 그런 거 아니잖아요..

      loving_rabbit/ 로스트 초반, 김윤진 남편 역 때문에 한국 남자는 폭력적이고 어쩌고 그러느냐, 이런 얘기가 있었잖아요.
    • loving_rabbit/ 저도 님을 공격하려고 댓글을 단 건 아니구요. 네, 고마워요. :-)
    • 알고 있습니다. 자정이 다 되어가니까 글을 더 정교하게 못쓰고 어버버버 하는 게 죄송할 따름.
    • 그리고 생각해보면, 저도 제한된 정보>> 일반화가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요. 단적으로 제가 열광적인 팬이었던 교수님은 커밍아웃을 한 게이였는데 관련 인권운동에도 활발하게 관여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수업도 좋았고 연구도 열심이고. 그래서 막연한 호감이 생겼다고 할까요. 이건 이것대로 그렇게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만.

    • 상대방의 발언을 면전에서 '비웃었다'는 점이 신경쓰이는 군요.
    • 제 묘사가 그렇습니다만 사실 제가 한국사람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이 어쩌구 할 때 자신이 좀 없긴 했어요. 그 친구가 시니컬하기도 했고/ 악의없이 시니컬하다는 걸 알 정도로는 친하기도 했고. 하여간 저는 별로 기분나쁜 상황은 아니었다고 기억해요. 그래도 걱정(?) 해주셔서 고마워요.
    • 원래 소수자 그룹은 어떤 행동을 하든 쉽게 일반화의 대상이 되는 거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쿨하게 '내가 아는 한국인이 너밖에 없는 것 아니거든?'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 자체가 극히 드문 케이스고요. 그리고 설사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그 말에 한국인 대신 성적 소수자를 휙 대체해 넣는다고 그게 현실과 같아지지는 않죠. 하다못해 연예인들만 해도 백인 남자 배우가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백인 남자들은 참.. 이런 말은 잘 안 붙습니다. 그런데 백인 여자 배우가 어떤 행동을 하면 여자들은 참... 이런 말이 백인 남자의 경우보다 쉽게 붙고, 그게 흑인 남자, 흑인 여자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그 인종에 속한 사람들은 모든 행동거지를 조심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개인이 자신이 속한 어떤 영역의 대표자로 취급받는 건 마이너하면 할수록 심해지니 성적 소수자는 말할 것도 없고요. 당연히 쉽게 일반화되고도 남죠. 그 스트레스는 겪어 본 사람만이 체감해 봤을 문제고요. 제 3자의 입장에서 "아니 왜 부담을 갖나요?"라고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위로의 의미로 이런 글을 쓰셨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요.
    • 저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미국에 처음 왔어요. 동양인들이 많은 뉴욕이지만 과정이 전문대학원과정인지라 학교에 한국사람은 커녕 외국에서 학부를 나온 사람도 거의 없었고요. 지금 직장도 크게 다를 바가 없고요. 제 자신이 소수로서의 스트레스를 느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condescending하게(아니 어휘력이 나빠지나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표현하신 대로 제3자로서 위로를 하려고 한 거라기 보단 댓글에서 본 고민에 공감하는 바가 있어서 쓴 글입니다. 그게 잘 표현이 안되었다면 제 글솜씨의 문제겠습니다만.
      음 그리고 뭐 드물지만 백인 남자가 어쩌고 하는 농담 합니다.
    • 움. 저도 예전에 어떤 글의 덧글에서 밝힌 적이 있는데 어린 시절 미국에서 보내서 인종 차별은 많이 당해 보았고요. ;; 백인 남자가 어쩌고 하는 농담은 대개의 경우 뭐랄까, 다른 인종에 대한 농담과는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죠, 그 농담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도 다르고 그 무게도 다르고요. 대체적으로 자조적인 경우도 많고 진짜 그야말로 '농담'이죠. 백인 남자가 백인 남성이라는 그룹에 대해 대표성을 진짜 갖는다기보다는.
    • 그리고 제가 덧글을 살짝 수정하기 전에 읽으신 것 같은데 덧글에 제목을 구체적으로 넣어 수정했었거든요.
      아무래도 제목의 영향 같아요.
      제목이 하필
      '아니 왜 부담을 갖나요?'라고 되어 있어서...
      뭔가 '하등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나는 이해가 안되네'
      그런 뉘앙스를 가져서요.
    • 아 개인적 체험 얘기로 흘러서 제 수다근성-_-;;이 막 자극되네요. 제 미국생활의 특수성도 있어서 그렇겠지만 학교에서나 직장에서 차별이나 억압을 (그게 제도적인 것/ 표출되는 것에 한해서라면) 경험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속한 업종이 일단 말로라도 diversity를 주문처럼 외우는 데라서 그렇기도 하고요. 제 제한된 경험으로 남들의 고생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윽 오늘 일이 좀 많아서 무리했나봐요. 조앤님도 그렇지만 위에 댓글달아주신 분들께도 횡설수설해서 면목이 없군요. 좋은 주말들 보내시길 바랄게요.
    • 전세계 어디나 어린이들이 더 노골적이고 잔인한 법이라서... ;; (씁쓸하네요-_-)
      어릴 때는 대놓고 하던 일도 어른이 되면 옳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자제하거나 속으로만 하거나.
      아니면 정말 철이 들어서 다 버리기 마련이죠. 이게 제일 좋겠지만.

      안녕히 주무세요.
    • 맞아요 어린시절, 그래도 철들어서 미국생활 처음 한 분들이 안좋은 경험을 했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니 자야하는데 카페인 섭취가 과다해서 눈은 떠있고 잉잉잉. 동거중인 치와와 강아지를 괴롭혀야겠어요.
    • 역역시시님님도도카카페페인인과과민민일일때때글글올올리리는는패패턴턴인인가가보보군군요요. 그그런런분분들들은은근근히히많많을을지지도도?
    • 넬슨 드밀의 밀리터리 스릴러 <장군의 딸>을 읽다보니까 이런 대목이 나오더라구요.

      ....나와 같은 백인 남성 장교들은 사적인 장소라면 옷차림이 단정치 않든 태도가 가지런하지 않아도 아무런 부담이 없지만 여성 장교와 흑인 장교들은 이것과 상관없이 항상 단정한 차림새와 긴장된 자세를 시종일관 잃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인가를 증명해보여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대충 이런 서술로 기억이 되는데, 아무래도 소주자들은 주위의 이런 시선에서 스스로도 자유롭기가 힘들겠죠.
    • 대부분에게 GLBT의 이미지는 미디어에 노출된 일부의 극단과 극단 사이 어딘가겠죠.
      뭐,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니 시간이 좀 지나면 변할거라 생각합니다.
    • 빅캣//그게 소설원작이란건 들었는데 원작의 스토리전개와 영화가 맥락이 많이 틀리다더군요..
      (영화만 봐서 그런가 군대 내 에서의 여성인권문제..에 관한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mbc영화에서 봤지만
      참 충격적이었거든요..) 단순 여성군인의 차별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소수자군인들의 문제에 대해서도 소설은 다뤘구나 싶네요
      ->단순 한 장면을 서술한거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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