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르윈, 겨울왕국(스포포함) 재탕

아침에 조조로 인사이드 르윈을 보고, 12시간 후에는 겨울왕국을 재탕했습니다.


인사이드 르윈은 참 좋았어요. 

피임도 제대로 안하는 찌질한 예술가 이야기라길래 아 난 피임 안하고 사고치는 얼간이들 딱 질색인데! 싶어서 약간 걱정했으나

콘돔을 두겹으로 썼어야 했다는 소릴 하는 걸 보니까 나름 한다고는 했구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용서(?)하고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주의: 실제로는 두겹 쓰면 콘돔 끼리의 마찰 때문에 더 잘 찢어진다고 합니다)


안팔리는 포크송 가수인 르윈의 인생은 정말 꼬일대로 꼬이고, 바닥까지 내려왔지만 치고 올라갈 길은 안 보이고,

주변 사람들의 인내심은 바닥 나고, 기댈 곳은 점점 없어지고 여러모로 찌질하고 막막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답답하거나 짜증스럽지 않아요. 

제가 주인공의 불행을 즐기는 가학적인 성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일은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닌데

주인공 르윈의 삶과는 별개로 영화의 분위기는 따뜻하고 심지어 경쾌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거의 모든 주인공들의 얼굴이 고전 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뽀샤시하게 빛나고, 고양이도 귀엽고요.


상영관에 입장할 때 직원이 몇살인지를 물어서 으잉 이거 19금이었나? 신분증 안들고 왔는데! 이러고 엄청 당황했는데

87년생이라니까 "아... 죄송합니다" 하면서 들여보내주길래 안도하고 들어갔어요. 주머니엔 차키랑 핸드폰뿐이었거든요.

그러고 영화를 보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욕이 좀 많을 뿐 선정적이지도 않고 폭력적이지도 않고 19금일 리가 없어서 이상하다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서 표를 확인해보니 15세 이상 관람가더군요. 그 직원분은 도대체 절 몇살로 본 걸까요.


겨울왕국은 작품 자체는 그냥 그랬지만 렛잇고 노래가 너무 좋고 엘사가 예뻐서 유튜브로 자꾸 돌려보다가 결국 재탕했습니다.

안나가 엘사를 만나러 가는 부분까지는 정말 재미있고, 한스한테 키스 받으러 성으로 돌아가는 장면까지도 그럭저럭 괜찮은데

한스의 본색이 드러나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후반부는 좋게 봐주려고 해도 마음에 안 들어요.


알고보면 한스가 나쁜놈이라는 구도는 너무 뻔해서 제발 다른 이야길 만들어주길 바랬고,

그래서 처음 볼 때는 1차 망토 팔요하신 분?, 2차 엘사를 해치지 말 것, 3차 괴물이 되지 마시오!를 거치면서 

뭔가 다르게 흘러 갈 수도 있겠다고 기대를 하면서 아 그럼 크리스토프는 어쩌지? 이런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었어요.

그런데 역시나 이 인간은 나쁜놈이었고, 엘사의 평생에 걸친 고뇌는 순식간에 해결돼서 허탈하다 못해 렛잇고의 진정성이 다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결말을 원하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고 왕자의 키스로 녹아내리는 공주를 보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급하게 봉합해버리기엔 캐릭터들이 아깝단 생각이 듭니다.

꼭 이렇게 전형적인 악역이 필요한 이야기였을까,

소수자의 비애를 다룬 은유라면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도 있지 않았나 싶어서 여러모로 아쉽기도 하고요.

    • 한스는 전형적인 것도 아니고 반전의 묘도 느낄 수 없는 어정쩡한 약한 악당이었어요. 위슬튼 공작이랑 잘 엮었으면 오히려 악의 축의 묘미가 잘 살았을 것 같은데 그것 마저 너무 허술하지요.


      대본을 고치고 또 고치다가 어쩔 수 없이 땜방용으로 대충 만든 캐릭인 듯 해요.
      • 전 안나가 엘사 찾으러 가면서 왕국을 부탁하는 순간에 윽 한스 저거 나쁜 놈이겠구나 싶었고, 왕위를 노린다는 점에서 잔형적 악당으로 느꼈어요.


        고치고 또 고치다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지점이 지금이라는 건 동의합니다. 생각할수록 안타까워요.

    • 주인공은 처절한데 관객은 따뜻한 상황... 그게 뭔지 궁금해지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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