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가 다시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연말연초 본 영화 바낭

한동안은 좀 피곤하다?는 생각으로 좀 덜 들를 때도 있었는데,

듀게가 없는 동안 정말 허전했어요. 

듀게가 있을 때에는 더 편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공간들도 

막상 듀게가 없을 때 보니 (저에겐) 여러 가지 이유로 메인으로 가는 공간이 될 수는 없더라고요 

가끔 들러봤을 때 계속 공사중 표시가 떠서 계속 잊고 있었는데

다른 포럼에서 듀게 링크가 떠서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어요!


연말 연초에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해서 듀나님 리뷰 몰아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그동안 뭔 일이 있었나 메인 게시판 복습해 보는데 정말 편안한 기분이네요. 


고생해 주신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칸 경쟁부문 작품들이 12월부터 줄줄이 대거 개봉했던데 진작 개봉한 개츠비의 실망을 만회할 수 있어서 기뻤어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하고 아델의 삶은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괜찮았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아무도 모른다랑 하나 이후로 그냥 너무 예쁘다는 느낌 때문에 안 봤었는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야기도 지나치게 예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진심이 전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감독의 고민이 느껴졌달까요, 이 역시 진부한 표현이지만

일본 안 간지 오래돼서 그런지 예쁜 그림이 일본 가고 싶은 생각이 느껴지게 하는 감상적인 효과도 경험했어요 ㅋㅋㅋ


아델의 삶은 세 시간 동안 보고 나와서 무릎이 뻐근했어요. 로렌스 애니웨이나 울프오브월스트리트도 길었지만 그렇게 힘들진 않았는데 ㅋㅋ

사실 저는 사실주의도 안 좋아하고 어떤 장면이든 지나치게 길게 등장하는 게 영 별로인 사람이라-시간성에 약해요. 차라리 그림을 그 시간 동안 보라면 보겠는데

일단 섹스신이 그렇게 길다는 점에서 삐딱한 시선을 미리 준비하고 갔고

마리보 작품의 내용이며, 첫 장면에서 학급 아이들을 훑는 시선조차 엄청나게 관능적이어서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를 당최 재미없어 하는 사람으로서 아...프랑스 사람들이란...또 사랑 이야기...하면서 삐딱한 시선을 더해 봤어요.

굴과 화이트 와인, 평범한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같은 경제적 계급에 따른 취향 차도 너무 도식적이라고 생각했고

아델과 엠마의 관계도 보편성을 강조하려는 건지 지나치게 이성애 같아서 보는 내내 시큰둥했는데 

적어도 아델이라는 사람을 함께 살아낸 기분이 들더라고요. 저는 아델과 매우 다른 사람인데도.

그리고 아델과 엠마가 결국 함께 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식이 아주 와닿았어요.

감독이 시각적으로 관능과 육체성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취향은 분명 아닌데

아델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짜 여느 사람의 이야기처럼, 그것도 평이할 뿐인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토록 큰 에너지를 담아서 보여준 점은 대단했다고 생각해요.

요즘 아델의 생일 파티 장면에 나왔던 리케 리의 'I Follow Rivers'를 무한반복 중이예요. 

그 장면에서 젊을 때 친구들이랑 노는 기분하며, 그 계절 쯤 프랑스의 대기가 스크린 너머의 저한테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비주얼과 사운드만으로 좋았어요.

틸다 스윈튼과 톰 히들스턴은 생김새만으로 뱀파이어로는 완벽한 배우들이고, 초자연적이기보다는 속된 존재로 등장하는데 평범한 연인으로의 케미도 좋았어요.

디트로이트의 쇠락한 분위기나, 탕헤르의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처럼 신비로우면서도 일상적인 분위기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영화의 느릿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전반적으로 조성했고,  

영화 전체적으로 여백이 많고 느릿한 템포는 긴긴 시간을 살아 온 등장인물들의 삶의 리듬을 보여주기에도 좋았고, 배우들 연기를 보기에도 좋았어요.

첫 장면 쯤에 존 허트가 피를 마시고 변하는 표정은 정말 인상적이었구요.

미드나잇 인 파리 못지 않게 엄청 많은 레퍼런스들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게 귀엽더라고요.

깨알같은 유머들도 픽픽 웃음이 나오게 하는 요소들이었는데 자막은 제가 본 중 거의 최악이었던 것 같아요. 

누구라도 오역이나 맥락 안 맞는 번역을 한두 개 쯤은 집어낼 수 있을 정도였고 번역이 영화의 맥락을 제대로 못 파악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들었어요.

오역 투성이에 보탬 안 되고 화면만 가리는 자막을 안 깔고 상영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구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는 올해 처음 본 영화였는데 올 한 해를 이걸로 시작해서 정말 기쁜 영화였구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아직 안 봤는데 그게 너무 기뻤어요. 이 감독의 영화를 또 볼 수 있어! 평가도 더 좋은데!!!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고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데 부정적으로 본다면 작위적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어디로 흘러갈지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끝없이 풀어내는 이 이야기의 구조가 매우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형식만 있는 건 아니고 연기나 연출도 매우 좋았어요. 대사나 인상적인 장면도 어른과 어린이, 청소년 배우들에게 꽤 균형있게 안배되었고요.

마치 정말 잘 쓴 실내악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보았습니다.

씨네 21에서 칸 영화제 결과가 나온 다음에 이 영화와 아델의 삶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는 썰이 있다고 현지 매체를 인용해 언급한 적 있는데

제가 심사위원이었다면 저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강력히 밀었을 겁니다 ㅋㅋㅋ 

단 하나의 아쉬운 점은 제작사가 'The Past(원제 Le passé)'가 부정적인 느낌이라나...하여 해석을 부가하여 바꾼 제목 ㅋㅋ 아니 원작자의 의도는 어디로 ㅋㅋㅋ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랑 곧 개봉할 미하엘 콜하스도 남아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그나저나 온리 갓 포기브스는 개봉 안 하나요...작년에 계속 개봉날짜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만...




로렌스 애니웨이랑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별 생각없이 보러 갔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어요. 둘 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구요.


로렌스 애니웨이는 89년생 감독 자비에 돌랑이 젊음의 좋은 점만 갖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워지는 영화였어요.

스타일이 넘쳐 흐르는 걸 보면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긴 해요. 

하지만 아주 장시간에 걸친 관계 이야기를 하는데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에서 딱히 미성숙함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스타일이 넘쳐 흐르는 것 같지만 감독은 그 화려하고 넘쳐나는 스타일을 충분히 잘 통제하고 있더라고요. 대단한 재능이죠.

불과 몇 년 전에 만든 하트비트도 극장 개봉을 해 주길래 봤는데 다른 것보다 스타일이 눈에 더 많이 들어왔고 젊은이 느낌이 더 강하긴 했는데

겨우 2년만에 이렇게 밸런스가 잡힌 영화를 만들다니 대단하다 싶더라고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는 신나는 혼돈의 카오스 ㅋㅋㅋㅋㅋ 전 이 과잉은 신나고 즐겁더라고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아무 오락영화조차도 자본주의와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한 마디씩 던지고 가는 게 요즘의 경향인 것 같은데

실존 인물의 성공과 몰락을 소재로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들의 원형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체 없는 금융과 그 시스템을 유지시켜 주는 우리의 욕망을 훌륭한 관찰력으로, 엄청나게 웃기게 보여주는 게 대단했어요.

상복 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기왕 못 받다 받은 상을 자신의 연기 스타일과 아주 어울리는 역할에서의 연기로 받게 된 것도 잘된 것 같구요.

사실 전 휴고는 너무 지루하게 봤어서...스콜세지가 계속 어린이가 볼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ㅋㅋ




변호인은 공식에 아주 충실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공식을 따랐다 싶은 영화들 중에서나 일련의 정치적 성격을 띤 영화들 중에선 제일 만듦새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우직한 것 같은 연출이지만 소재와의 합은 좋았고 흥행 측면에서도 좋은 방향이었던 것 같아요.


겨울 왕국은 마지막의 급 마무리는 헉스러웠지만

색감 등 전체적 이미지도 예뻤고 역대급의 올라프라는 캐릭터를 남겼으며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고 캐릭터와 시대와의 타협을 잘 한 것 같구요.

아주 오랜만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본 저로서는(마지막이 아마...알라딘...?) 그럭저럭 만족하고 극장을 나왔습니다.





으...이제 어떻게 마무리를...

듀게 정상화를 위해 애써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요

하여튼 모두모두 반갑고 다시 돌아와서 기쁩니다 듀게 여러분!!!

    • 로렌스 애니웨이' 빼고는 다 본 영화여서


      리뷰 읽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네요 ㅎㅎ




      듀게에서 영화 리뷰 읽는게 사실 제일 기쁜 일인 것 같아요, 글 감사합니다. ^-^

      • 읽은 영화에 대해 남들이 이야기한 거 보는 거 즐겁죠! 


        로렌스도 꼭 보세요! 강추예요! ㅋㅋ

    • 저 로렌스 애니웨이는 벼르고만 있고 보지 못했는데 후기 보니 내리기 전에 다녀와야 될거 같아요.



      아델의 삶은 참 좋더군요. 보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파서 후폭풍이 오래 갈거 같긴 하지만요 ㅎㅎ

      • 네 보러 가세요! 화면도 근사해서 영화관에서 보시는 거 강추 드려요!!


        아델의 삶은 정서적인 효과가 아주 큰 영화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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