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아기 잡담)

남편과 아기는 자고 있고, 전 분유를 식히며 간만에 듀게질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낮과 밤이 바뀌었지만 전 새벽이 좋아요. 이땐 정말 저만의 시간이거든요.

간만에 들어와 보니 아기들 사진이 올라와 있길래 저도 이야기를 좀...ㅋㅋ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기는 잘 크고 있습니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간지 한달 후 병원에서 데려왔을 때 1분 간격으로 숨을 제대로 잘 쉬고 있는지 확인했었죠.

새우잠 자면서 뭔가 바스락거리는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던 제가 요즘은 배고파 칭얼대면 공갈 물려주고 잡니다.;;

처음엔 배냇저고리가 너무 커서 팔을 흐느적거릴 땐 봉산탈춤 추는 거 같더니 어느새 80호 내의가 딱 맞게 느껴집니다.

아기 낳자마자 그 고통이 싹 사라지면서 아, 속이 시원하다부터 생각했고, 아기를 낳았을 때의 벅찬 감동은 전혀 없었던 터라 제가 엄마라는 느낌은 없어요.--;

 

친정에 계속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시아버님은 처음 아기를 대면했는데요.

맙소사...시아버님이 웃는 거 첨 봤어요. 속은 깊으시나 무뚝뚝하신 분이라 웃는 걸 전혀 본 적이 없거든요.

남편의 근사한 눈웃음을 시아버님도 짓는 걸 보니 이게 유전이구나라고 깨달았습니아. 우리 아기도 닮았으면 좋겠어요.

저의 눈치를 보느라 아기를 곁눈질로 보는데 아기가 재채기라도 하면 허둥지둥 일어나셔서 창문 닫고 보일러 트시고 오십니다.

솔직히 그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어요. 조부모에게 손주라는 건 자식과 또 다른 느낌인가 보네요.

 

아기의 별명은 후보살입니다. 또는 동자승입니다. 딱 부처님같이 생겼어요.

어제도 예방접종 때문에 병원에 갔는데 의사선생님이 너무 부처같이 앉아 있어서 차마 주사를 못 놓으시겠다고...ㅋ

5개월에 접어드는데 낯가림 따윈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겐 차가워도 엄마인 저에겐 따뜻하겠지...따윈 없어요.

누가 얼러주기만 하면 생긋 웃습니다. 다들 순하다고 난리에요. 순하긴 합니다. 거의 안 울거든요. 잠도 잘 자고..혼자서도 잘 놀고..

그런데 의외로 20대 예쁜 아가씨에겐 낯을 가려요. 거참..예쁜 건 알아 가지고..ㅡㅡ

 

제가 제일 걱정했던 건 발달이었습니다. 목을 가누는 기준을 검색해봤는데 기준이 각자 다르더라구요.

보살군은 뒤집기는 시도하다가 힘드신지 때려 치우셨고...목은 엎어 놓으면 간신히 들다가 푹 박는 수준?

키와 체중은 얼추 비슷하게 따라갔지만 발달은 늦더라구요. 남들은 백일 때 뒤집는다는데...

그런데 목 가누었다는 사진을 보니 다들 팔을 가슴팎에 모으고 있더라구요. 저도 시도해보았습니다.

어라라라? 팔을 가슴팎에 모아 줬더니 고개를 번쩍 드네요. 목 가누기의 비법은 팔이었던가...싶었답니다.

요즘은 종종 소리내어 웃고 있습니다. 자면서 소리내어 웃는 걸 첨 겪어 봤어요.

다음엔 뒤집겠죠. 뭐.

 

외출하면 아기 담당은 남편인데 요즘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동질감을 느끼며 미소를 서로 교환한다고 합니다. 본인의 착각인지, 뭔지...

길을 가다가 부부를 봤는데 남편은 태연히 걸어가고, 부인은 한쪽은 어린 아기 손을 잡고 앞에 또 아기를 안고 있더군요.

그걸 보고 남편이 화를 내더라구요. 아니 부인이 힘들게 왜 둘을 데리고 가냐고. 남편이 너무하다구요.

전 그냥 지나쳐 갔는데 본인이 아기를 안고 있어서인지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요즘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전에 글 올렸을 때 저랑 비슷하게 출산 예정이신 분들도 많으시던데 다들 잘 지내고 계시죠? 다들 힘내세요~

그러고 보니 듀게에 2013년생 동갑내기 아기들이 많군요. 나중에 학교에서 학부모로 만나게 되는 기적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ㅋㅋ

    • 글에 흠뻑 배어 있는 행복감 덕분에 저도 모르게 웃게 되네요. 평생 할 효도를 다 몰아서 한다는 기간 아니겠습니까. 엘시아님 글에는 고단할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남편분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멋지십니다.

    • 부처님 인증샷은요? ;-)
    • 예정일 보다 일찍 세상에 나온 아기가 순하게 잘 크고 있다니 제가 다 기쁘네요.


      요즘 듀게에 올라오는 아기 사진과 글들이 너무 이뻐요.
    • 아기가 태어나면 시부모님/처부모님과 함께 할때의 어색함이 많이 사라지는 듯 해요.


      아기는 참 신기해요.. 주변에 뭔가 텔레파시 같은걸 뿌리나봐요.

    • 5개월인데도 아직도 밤중수유하시면 정말 힘들겠어요. 낮에 좀 주무셔도 밤낮이 바뀌는것이 녹록치않을텐데요.  아기가 순하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 저도 부처님 아기 사진이 궁금해요.

    • 저희 아버지께서도 대략 70년간 아껴왔던 애교 재롱 지극정성을 농축해서 쏟아붇고 계십니다.


      옆에서 보면서 하도 어이가 없어서(?) '자식들을 그렇게 키워보지 그랬냐'고 말씀드리면 그냥 무시하고 계속 아가에게 애교를;;


      저희 애는 아직 50일도 안 되었는데 5개월이라니 무슨 훈련병이 휴가 나가는 일병 보는 기분이네요. 하하.


      글이 굉장히 행복한 느낌이라 기분 좋게 읽었어요. 종종 아가글 부탁드려요~

    • 순한 애기라니! 그것도 보살이라니ㅎㅎ 넘 귀여울 것 같아요. 마구 미소가 지어집니다.


      어제 심장소리 듣고 온 6주차 예비엄마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네요. ^^; 인증샷 기다릴게요.





    • 100일쯤 뒤집으면 그건 빠른 거예요.제 지인은 뒤집을 기미를 안 보이는 아기를 보고 "그래,못 뒤집는 어른 없다.이게 다 엄마의 조바심이라는 걸 안다"고 하더라고요.


      행복한 기운이 솔솔 풍겨 좋네요.아기도 계속 예쁘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거예요.

    • 조만간 뱀띠 아가들 데리고 모임이라도 해야될 것 같은데요? ㅎㅎ

      다들 애가 잘때 같이 자라고 하지만 그제야 온전히 자유시간을 갖게 되니 저도 자는것보단 낮에못한 웹서핑을 하게 되더라구요^^;
    • 보살 아기 눈웃음 보고 싶네요 ^ㅡ^ 이른둥이라니~ 저도 팔삭둥이라 2개월 넘게 인큐베이터에 있었는데. 지금은 건강합니다.



      보살 아기도 건강하게 쭉 자랐으면 아네요 ^ㅡ^ 엘시아님 축하드려요~

    • 저도 결혼 후 6년만에 처음으로 장인어른이 껄껄껄 웃으시는 걸 봤답니다. 심지어 아내도 첨 봤다고;;;



      아이란 존재가 조부모님들에게 끼치는 영향이란건 정말 엄청나더군요. 아이들은 그냥 태어난걸 할 효도는 다 한거 같아요.



       



      우리아이도 5개월인데 아직 뒤집지는 못하고 있어요. 언젠가 때가 되면 하겠지 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아이가 조금 빠르고



      느리고는 별 의미가 없다고들 하더군요. 씩씩하게 잘 자랄거에요.

    • 100일에 뒤집기면 빨라요^^ 저희집 아기는 138일에 뒤집어서 200일부터 앉기 시작했어요.


      저희집은 주로 제가 아기를 안는데요. 외출할때마다 신랑이 안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아기띠 버클길이 조정을 다시 다 해야해서 그게 귀찮아서 제가 안겠다 하고 모든 짐을 신랑에게 투척해요 ㅋㅋ 아기띠 2개였음 좋겠어요ㅠㅠ

    • 반가워요:) 우리 아가보다 3개월 오빠(맞죠?)네요. 임신 기간내내 출산과 육아의 고통을 두려워했더니 차라리 겪어보니 해볼만하네요. 우리 아가는 예정일에 태어났는데도 작게 태어나서 이제 두달인데도 4.5밖에 안나가 걱정이예요 그렇지만 벌써 목을 가누고 순해서 정말 고마워요.. :D 엄마가 되니 아기 얘기가 제일 재밌고 관심이 가네요 앞으로도 글 즐겁게 볼께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2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4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89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6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3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7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1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3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4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0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3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