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다한 고양이 자랑(사진올리기 성공)

  외모 운운을 삼가야 하는 것은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테지만, 그래도 제가 원하던 고양이의 우선 조건은 잿빛고등어일 것, 얼굴이 너무 둥굴거나 넙적하지 않을 것, 눈이 너무 땡그랗게 커서 귀여움이 지나쳐 멍청해 보이지 않을 것, 귀모양의 쫑긋한 삼각형이 샤프하게 살아 있을 것, 무늬가 완벽한 대칭을 이룰 것, 호랑이(?) 느낌이 날 것 등등 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명처럼 길에서 만날 것. 마치 배우자를 위한 기도를 일기장에 쓴 소녀처럼, 막연하게 그러나 언젠가 만나리라는 믿음 하나로.

 

   태생적(?) 애묘가인 제게 세상엔 이쁜 고양이, 멋진 고양이, 비싼 고양이, 길 고양이, 혈통있는 고양이, 주운 고양이, 돈 주고 산 고양이, 길잃은 고양이 기타 등등의 고양이가 다 있다는 것을 듀게 뿐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보고 알고 있었음에도, 저는 한 번도 고양이와 동거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모든 고양이들이 내 고양이 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던 긴 세월 끝에, 듀게의 D모님이 올리신 이 아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같이 살고 싶은 고양이의 엄격한(?) 조건에 부합하는 모든 외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니 사실은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저 사진 속에 보이는 새끼고양이 답지 않은 아련함이나 애잔함 같은 것.(입양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너무 많았는데, 그 과정에서 제 구구절절한 질문에도 세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시고 쓰시던 용품들까지 기꺼이 내어주신 D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G2LhVik.jpg

  그러니까 두말 필요 없고 세상의 모든 고양이가 다 있어도 내 고양이가 가장 예쁜 법임을 이 아이를 데려와 지내보고 알았습니다. 그러나 과연 제가 이 아이를 잘 감당할 수 있겠는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어 무척이나 조심스럽던 날들이 지나고, 이 예쁜 생명체를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 하던 중 듀게는 열리지 않고 그 사이 우리 고양이는 무럭무럭 컸습니다. 요즘 이 아이와 음악 좀 듣습니다. 산책과 더불어 고양이를 키운다면 꼭 해보고 싶은 소소한 소망 중 하나였죠. 고양이는 잔잔한 피아노곡을 좋아한다는데, 클래식을 위주로 가끔은 째즈, 캐롤도 듣고 국악도 듣습니다. 그러리라 저 혼자만 믿고 싶은 것이지만 제법 음악을 들어요. BP4UPeA.jpg    멍석(담요) 깔아주니 저렇게 거만하게 누워 몸단장도 하면서요 아직 중성화를 하지 않아 좀 민망한 부위가 보이긴 하지만, 팔다리는 갈수록 정말 호랑이무늬 같습니다. 가슴께 난 털은 점점 영롱한 꿀빛으로 바뀌고 있어요.  지난 설 연휴 막바지 발톱을 깍아주고 목욕을 시켜주는데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저나 나나 기진맥진 해졌는데 털 빗어주고 쓰담쓰담 해서 음악 틀어놓으니, 뜨뜻한 데 지지고 싶었는지 저렇게 오디오 기기로 쏙. 사람이나 동물이나 듬뿍 사랑받는 이쁜 것들은 사랑해주는 사람의 아끼는 물건 따위 저렇게 뭉개버리는 배짱이 있죠. 뭐 어쩔 건데? 하는 표정으로.

   우리집 고양이만 그런 걸까요, 아닐 테지만 이 고양이는 정말 천의 얼굴을 가졌습니다. 정말 사람 얼굴 같아요. 예방접종을 하러 난생 처음 가본 동물 병원 원장님도 가장 먼저 한 얘기가, 사람 같이 생겼다는 말. 네, 남들 눈에 흔한 코숏고등어지만 내 고양이니까 특별하죠. 특히 이 사진 속 표정을 하고 저를 가끔 응시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완벽한 표정인데, 카메라로 포착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특히 제가 술을 마시고 있다거나 고양이가 먹을 수 없는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저러고 봅니다. (술) 좀 그만 처먹어 하는 듯, 어떨 땐 너무 근엄해 보여요. pu4oyXx.jpg

   마음 한 편에 혹여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올까봐 늘 가슴 졸이다가, 이젠 고양이가 없는 일상이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사랑에 빠졌습니다. 칼퇴근을 하든 오버타임을 하든 집으로 곧장 달려가는 이유지요.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싶어서 좋은 사료, 좋은 모래, 좋은 간식, 그리고 아이를 보면 절로 작사작곡이 되는 고양이 노래를 종종 불러줍니다. 같이 몸을 굴려 놀아주고요. 낮동안 오래 혼자 있는 게 너무 걸리지만, 한 마리 더는 엄두가 안나네요. 아직은 외동으로 곱게 키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봄맞이로 구입한 새 카페트에 앉아 다소곳한 마무리. U6W0kKD.jpg

    • 세상에.... 


      이건 고양이 자랑이 아니라 오디오자랑인데요...



      • 제가 고양이 바보가 되어 버려 같이 음악듣는 고양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그 위주로 올리다보니, 개인용품 노출에 대한 생각과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몇 사진은 내리는것도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네요...

        • 아뇨 그냥 부러워서요.

    • 너무 예쁘네요. 저도 2개월 턱시도 남아 분양받았는데.. 지금 4개월 넘어가고 있네요. 사진을 보니 쿠델카님 고양이고 4개월에서 5개월쯤 돼보이는데요? ^^



      증상이 저랑 너무 똑같으세요. 저도 이제는 고양이 없는 생활이 상상이 안되고, 끝까지 건강하게 함께 하고픈 생각에 좋은 사료, 예방접종.. 다 해주려고 노력해요. 제 고양이가 손이며 발이며 물고 뜯어도 너무 귀여워요^^



      지난번에는 여행때문에 일주일정도 고양이 호텔에 맡겼었는데.... 핸드폰 씨씨티브이로 보니, 제가 퇴근할 시간쯤 되니까 하염없이 하염없이 문만 바라보고 있더라구요. 첫날은 밥도 안먹고.. 흑 눈물이..



      진짜 한 2살정도의 어린 아기 같다고나 할까....



      저도 한마리 잘 키워보려구요.^^



       

      • 맞습니다. 의사가 9월생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우리 고양이도 이제 6개월이 좀 안 된 아이죠. 기운찬 우다다다가 말할 것도 없고, 물고 뜯는 등 에너지가 너무 넘치는 것이 탈인데, 저는 이 아이가 꼬리 세우고 의기양양하게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는 게 좋아요. 오늘 항체 검사하러 갑니다.  잘 키워봅시다,. 우리. ^^

    • 죽 내리면서 사진 보고 있는데, 뒤로 지나가던 직원이 "호랑이예요?" 한 마디 하고 가네요. 늠름하니 멋집니다! 흰양말 신은 신사로군요.

      • 감사합니다. 늘보만보님께서 알려주신 사이트 냉큼 가입해서 올린 거에요^^. 네 정말 늠름한 상숫냥이입니다. 

    • 고양이보다 저 짱짱한 av시설이 눈에 들어오면서 잘 보이고 싶네요 굽신굽신.

      • 에고고, 제 허영심에 음악듣는 고양이라고 간지돋지 않느냐고 자랑하려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 하여 몇 사진은 곧 내릴까합니다. 사실 오디오룸에서 찍은 사진이 그나마 얼굴이 멀쩡하게 나온 귀한 사진이라 올린 건데요. 호퍼님 글은 늘 잘 보고 있어요. ^^

    • 나열하신 조건을 보면 별로 태생적 고양이 애호가로는 안보이는데말이죠. 

      • 제가 좋아하는 같이 살고 싶은 고양이 외모를 조건 운운하며 나열한 게 애묘가로는 안 보인다는 건가요 저도 길고양이고 혈통고양이고 얼굴이 둥글고 넙적하건 간에 고양이라면 다 좋아하지만 제가 반려묘로 같이 하고싶은 고양이를 조금 솔직하게 언급한 겁니다만... 굳이 님으로부터 애묘가로 인정받을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저는 그냥 제 방식으로 제 고양이를 사랑하도록 하죠
    • 아직 어린데도 뭔가 냉연한 기품이 있는 고양이네요. 코와 입가가 특히 '맹수'느낌이 나요.  사진 잘봤습니다.

      • 어멋, 이거 제가 듣고 싶던 칭찬입니다. 냉연한 기품의 맹수 느낌이라니, 제가 그런 분위기를 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만 우리 고양이에게 꼭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 정말 눈빛이 아련하네요 ㅋㅋ 호랑이 보단 퓨마쪽에 가깝겠어요. 즤 집에도 털 색이 비슷한 고등어가 있는데 얼굴 윤곽이며 생김은 딴판이네요.

      • 비파님 비파 사진이 넘 예술이라, 폰으로 찍은 사진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화질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으리라 믿어보고요. 나중에 들어온 스파 말씀이시죠, 제 고양이가 숫고양이 느낌이 강한 반면 그 아이는 왠지 좀 더 예쁜 얼굴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 쑥스러워서 망설이다가 댓글 답니다 저희 집에 있었으면 필연적으로 돼냥이가 되었을 아이가 제 인연을 만나 저렇게 우아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저 마음이 좋습니다^^ 이 와중에 저희 집 돼냥이 네 놈은 이렇게 저렇게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주무시고들 계시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ㅇ^
      • 오래 고민하던 저를 부담주지 않고 기다려 주신 거 참 고마웠고, 사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하라던 말씀도 정답이었던 것 같아요. 님의 4마리 고양이도 넘 포스와 매력이 강해서 가끔씩 사진 꺼내보면 정말 웃음이 나와요. 재롱이 부쩍 늘어 지금 제 허벅지에 몸말고 있어요. 포근한 토요일 밤이네요. 감사해요.

    • 동거인이 어지간히 고양이 사진 보는 걸 좋아해서 많은 고양이들의 얼굴을 봐왔는데, 쿠델카님의 고양이는 상당히 개성있어요. 서늘한 무언가가 있달까요? 어른스럽다고 해야 하나.. "어머, 안녕하세요?"하고 인사걸고 싶은 고양이입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길, 행복하게 따뜻하게 잘 지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 네,관심어린 덕담에 너무 감사 드립니다. 제 눈에만 그리 보이는가 했는데, 진짜 서늘한 그 무엇인가가 있어요. 그런 눈으로 저를  바라보면 제가 쫄아드는. 그런데 그게 가면인가 싶게 월령에 맞느 개구진 모습 또한 있지요. 덕분에 예상보다 더 따뜻하고 다정한 일상을 선물받아 너무 고마운 우리 고양이죠.

      • 아으 감사해요 ㅎ ㅎ.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3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37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48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5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0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0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5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7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4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29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3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5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5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2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4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