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르윈을 어제 뒤늦게 보았습니다. (내용 있어요)



1. 


  포크송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주인공 말부터 맞더군요. 듣다보니 이 노래가 저 노래 같고, 저 노래가 이 노래 같은 현상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크게 상관 없이 정말 좋은 노래가 개인적으로 세 곡이었습니다. 

  제일 좋은 곡은 Hang me ~ Oh, hang me 네요. 구슬픈 선율이 르윈의 '비참한' 인생 같아 제 맘이 시큰해졌습니다. 코 끝이 짜한 느낌 들게 만드는 불쌍한 노래지만, 단순히 불쌍하다고만 표현하면 그 곡에 미안해져요. 콧소리 담긴 오스카 아이작의 인생을 보고 나면 왜인지 이해되는 가사가 별 볼일 없는 사람 마음을 더 울리기도 합니다.

  그 다음으로 좋은 곡은 Please~mr.kennedy네요. ㅎㅎ 이건 저도 듣자마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웃기긴 하잖아요. 중간중간에 목소리 넣는 건장한 청년의 Outer! Space!가 진지살까지 더해져서 말이죠.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근데 정말 몇 분 나오더군요. 그래도 나름 의미 있는 역할이긴 하지만.

  원래는 둘이서 부르다가 혼자 되어 불러 더 처량해진 Fare thee well도 좋았어요. 뭐 더 할 말은 없고, 이것도 가사가 좋더군요. 



2. 


  한 번 영화를 보고 나면 르윈 데이비스란 사람이 뭐하고 사는 놈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그런 영화인 것 같아요. 앨범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가 제목인가 싶었습니다. 맨 처음 나오는 부분이 뒤에도 반복되면서 그 인간이 왜 그런 소리 들었고, 왜 그런 취급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요. 게다가 그 인간이 어떤 면에선 참 한심하고 어떤 면에선 동시에 불쌍한 인간이란 것도 알게 되었죠. 캐리 멀리건 역의 배우가 거의 독기 품다시피 말한 것처럼 그 사람이 적어도 여자에 관련해 건드린 것들은 좋게 풀린 일이 없더군요. 자기 아이가 있다는 것을 낙태하려 했던 산부인과 의사한테 듣는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아마 허탈하겠죠. 로맨스 영화들의 공식과는 철저히 먼.

  이 영화는 영화답지 않죠. 주인공도 고전적인 면에선 주인공답지 않아요. 어중간한 재능을 가진 것으로 나오죠. 그런 주제에 자신만의 기준은 너무나도 확고해서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음악이 좋다고 음악을 하지만 음악이 자기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끔찍한 짝사랑을 보는 느낌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저는 제 처지가 이입되어서, 요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비극적이면서 울림을 주었어요. 대박을 칠 음악의 저작권료보다도 현실의 돈 한 푼이 더 급해서 다른 선택을 내리기도 하고, 남의 고양이 잘못 주워서 아주머니 비명 지르게 만들고. 그나마 자기들 거두어주시는 착한 교수님 부부 아니면 잠잘 데도 거의 없는 형편이죠.



3.


  게다가 그런 주제에 죄책감까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자기 애 가진 여자가 있는 동네쪽으로 가보지도 못하고 계속 가던 길에 지나가던 괴물체(고양이 형상) 보고 급정거하게 된 그에게 뭔가 연민이 들더군요. 참 이상한 일이에요. 아마 현실이든, 영화에서든 자기가 주워온 고양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자기 애 가진 여자들의 애도 그냥 쓱쓱 지우게 만드는 그ㅡ런 남자 이야기를 들었다면 불쌍하긴 뭐가 불쌍하나 싶었을 거에요. 그런데 그래도 불쌍하더군요. 그리 살다가 타임즈에서 온 비평가한테 좋은 평을 받아서 대박 가수가 되는 꿈 ...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영화 안에서 그의 그러한 꿈은 정말 말 그대로 잠자며 드는 꿈 같은 일일 겁니다.

  그리고 그게 어른이 된 사람들한테 대다수 일어나는 일들일 거에요. TV에 나오는 사람들, 아니면 영화 속의 짐과 진처럼 어떤 식으로도 어떤 위치를 가진 사람들은 나랑 다른 인생, 적어도 나보단 성공한 인생들이죠. 아주 잘된 사례들은 TV에 나오거나 엄친아의 경우처럼 주위 사람 건너건너에게 질투심과 열등감을 유발시켜 잘된 얘기 듣는 사람 마음 따끔해지게 만들겠죠. 아니 저 나사 빠진 놈이 대체 뭐가 나보다 낫다는 거지? 그렇지만 그건 나만의 관점이고, 냉정한 세상은 르윈 데이비스 같은 사람들에게 죽은 사람과 다시 합치라는 조언이나 하죠.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아마 그게 대다수 인생일 겁니다. 안 될 놈은 안 되는 그런 불공평하고, 비참한 인생 말이죠. 그런데 그런 르윈 데이비스이기 때문에 그의 노래가 더 슬프게 들려오고, 그를 다룬 이 코엔 형제의 영화가 영화의 수많은 영웅적인 주인공들이 아닌, 현실 속의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라는 묘한 생각이 드는 것일 터입니다. 



4.



  아주 잘 만든 영화에요. 지금도 이 영화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해지네요. 고양이가 지하철 바깥을 보는 그 어린아이 같던 모습이 잔잔하게 남습니다. 코엔 형제는 이 고양이 배우를 다루는 게 꽤나 힘들었다고 하지만요. 고양이 대역을 세 마리 정도 썼다고 하더라고요. 매우 겁 많은 고양이 키우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세상에 저렇게 잘 안겨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도 몇 초라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고양이가 존재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예술 언저리에서 안타깝게 사는 모습이면서, 반대로 엉망인 고군분투 속에서 모양을 얻는 예술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 모양을 얻어 가는 예술 ... 저는 보면서 르윈 데이비스가 그것이 모양을 얻어가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자신이 음악이라 생각하는 것의 그림자를 쫓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게 예술인의 삶의 자세일까요? 그것까지도 확신할 수 없는 불투명한 인생이니 지쳐서 배를 다시 타야겠다 마음 먹은 것 같아요. 

    • 르윈이 잠결에 낸 사고에 다리를 절뚝이며 다시 몸을 숨기는 고양이를 보며 그게 꼭 르윈 데이비스 같다 느꼈어요. 어딘가 온전치 못한, 절뚝이며 걸을지라도 다시금 그렇게 살아내야 하는... 그게 제 모습 같기도 하구요. 다리를 다친 고양이가 한동안 르윈을 바라보는 그 장면에서 그렇게 훅,하고 들어오더군요.
      • 뭔가 더 구슬퍼지는군요...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나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양이들처럼 르윈도 어떻게든 삶을 반복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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