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 이어달리기에 대하여
이석원의 책이었던 것 같아요. 연애는 이어달리기다, 라는 문구를 읽은 곳이요.
현재의 연애는 과거의 연애와 동떨어져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연애는 앞에 연애했던 모습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는 얘기였지요.
다른 분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 말에 해당되는 게 참 많았어요.
예를 들어 '매력적인 바람둥이'를 만나고 나면 그 다음 연애는 '성실성'에 가점을 주고 시작하게 된다든지 하는 거요.
하지만 '매력적인 바람둥이'가 줬던 어떤 종류의 즐거움이 또 생각나 '성실성'의 가치를 점차 잊게 되고
그 다음 연애는 '매력적이고 성실한 사람'을 찾는 식으로, 제가 보고 따지는 항목들은 늘 늘어만 갔어요.
그렇게 참 많은 리스트를 추가하고
아아 이대로라면 나는 아무도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다라고 느꼈던 어느 날에서야
전 제가 달려온 이어달리기의 트랙을 뒤돌아볼 수 있었어요.
참 많이도 어지러운 발자국
부끄러운 줄 모르고 늘어났던 나의 욕망의 리스트들이
제 뒤에, 고스란히 그렇게 남아 있더군요.
시간을 반영하며 점차 저하되는 나의 매력
한없이 어지러운 나의 족적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기대, 외로움의 소멸이라는 그 얄팍한,
혼자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따위 감히 할 수도 없는 제 나약함이
참 싫어지는 밤입니다.
이렇게 나이들어 가나봐요.
제가 예전에 봤던 글에서는 연애의 경험을 도화지에 비유했습니다. 누구나 처음엔 새하얀 도화지였는데, 빨간 도화지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빨간색으로 물들고, 그다음에 파란 도화지의 사람을 만나면 보라색이 되는 식으로요. 미술시간에 배웠던 대로 색이란 더하면 더해질수록 점점 어두워지죠.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더 어두워질 수 없는 검은색이 되는데 이때는 누구를 만나도 변하지 않고, 어떠한 색깔의 사람을 만나도 자신이 여유있게 맞춰줄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된단 얘기였지요. 나름대로 일리있는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여유있고 침착하고 매력적인데, 언뜻 보면 아픈사랑의 기억도 있는거 같고 묘하게 달관한 거같은 그런 타입들 있잖아요. 이런애들이 검은색의 도화지가 아닐까 마 그런 생각을.
시간을 반영하면서 저하되는 매력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그 반대일지도 몰라요.
연애나 사는거나 그렇네요 그렇게 이어달리다 뒤 돌아보면 뭐야 이거 여기가 어디야
사람/ 포기가 참 안 되죠. 포기하면 편할 것 같은데도요.
현자/ 좋은 얘기 감사드려요. 시간과 더불어 깊어지는 매력도 있기는 하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더라고요. 하하.
가끔영화/ 뒤돌아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해요. 말씀하신 딱 그 감정이네요. 여기가 대체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