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의 기싸움

지난 12월말에 2개월정도된 푸들 강아지를 데려왔어요.
신랑과 저는 이제까지 강아지를 집에서 키워본적이 없고
인터넷에서 본 지식이 전부였죠.

현재 저는 회사를 다니고 있고
신랑은 작년에 관두고 사업한다고 어디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수입은 있지만 아직 크지는 않아요.

신랑이 집에 혼자 오래 있기때문에
심심해해서 강아지를 입양했죠.
전 단호하게 얘 뒤치닥거리할 자신없다. 오빠가 키워라 라고 했구요.
그도 그럴게 제가 원래 청소도 잘안할뿐더러 요새 너무바쁘거든요.
퇴근이 보통 9시넘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이예요.

강아지를 데려와서 신랑이 이뻐해주긴 하는데 가끔 너무 심하게 화를 내요.
새끼라 배변 못가리는건 당연한데
처음엔 배변 못가린다고 화도 많이 내고 인터넷에서 혼낼때 코를 때리라고 했다면서 얼굴을 잡고 코를 때리는데 가볍게 한두번이 아니라 딱 소리가 날정도로 5~6번을 때렸어요.

제가 너무 혼낸다고 뭐라고 하면 자기는 교육시키는거라고 그럴거면 니가 키우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러다가 자기도 너무 심하다는걸 인식했는지 인터넷을 열심히 보고 때리면 안되겠다는걸 알고 방식을 바꿔서 배변은 대충 가리게 되었어요.
때리는것도 없어졌구요.

그런데 요새 5개월이 다된 강아지가 어쩌다 한번씩 자기한테 관심을 안갖거나 그러면 아무데나 배변을 합니다.
그때 하필 신랑이랑 눈이 마주치는데
신랑은 강아지가 일부러 싸면서 자기를 보고 개기는 거라며 엄청 화를 냅니다. 기분 더럽다면서요.

사실 저는 개는 아무리 똑똑해도 개라고 생각하고 배변 이외에는 딱히 다른 교육을 시킬생각도 없고 개가 그런 행동을 해도 그다지 별생각없거든요.
쟤가 안놀아줘서 그러는구나. 잘못쌌으니 울타리에 넣어야지. 정도입니다.
그런데 신랑이 느끼는 정도는 저놈이 주인한데 저런식으로 개기는거다. 배변을 어디다 해야하는지 뻔히 알면서 저러는게 기분나쁘다. 입니다.

신랑이 강아지를 이뻐하긴 합니다만, 그만큼 강아지가 자신한테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훈육할때 보면 인터넷에 나와있는 훈육방법을 좀 심하게 합니다.
저는 굳이 강아지가 저를 따르면되지 복종까지는 안해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이 모든 상황이 불편합니다.
우선 폭력이 들어가는게 맘에 안들고
제기준보다 더 심하게 화를 내는 것도 불편합니다.
그래서 솔직히 괜히 입양했나라는 후회도 합니다.
사실 강아지가 커가면서 머리도 굵어지고 이해력이 좋아지면서 이런 상황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생길때마다 불편한건 어쩔수 없네요.

둘다 처음이라 이게 맞는건지도 모르겠고
제가 신랑에게 뭐라고 하기엔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10시경에 들어오니 인랑한테 맡기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아기도 아니고 강아지한마리 키우는것도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데 아기 키우시는 분들 존경스럽습니다.
    • 신랑님을 이해시키세요 사람과 동물의 세계

    • 아이보를 키우시는게 나을듯.

      • 음 그런거였군요



      • 긴 답변 감사합니다. 신랑이 잘하면 칭찬도 잘해주긴 하는데 옆에서 보고있자니 힘드네요. 강아지가 똑똑하긴 한것같아요 이제 4~5개월된건데 산책이란 단어를 세번째 나갈때부터 알아듣기시작하는것 같더라구요. 수의사도 똑똑한것 같다고 그러구요. 그래서 더 힘든가봐요.
    • 일단 쓴소리부터 하자면 부부 간에 '난 애 싫어함. 그러니까 낳을 거면 니 혼자 키워라'가 말도 안되는 헛소리이듯이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는 무리(가족)의 일원으로 들어오는 건데 같이 사는 이상 개 키우는 가정으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개가 짖어서 이웃집에서 항의가 들어온다거나 했을 때 제 개 아니고 남편 개예요- 이럴 수도 없잖습니까? 남편분이 얼마나 심사숙고하고 개를 들이셨는지, 본인도 집을 장시간 비우게 될 경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많이 공부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두분이서 교육방식도 협의하셔야 해요. 같은 문제에 같은 반응을 보여야 개가 혼란스러워 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아이도 마찬가지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는 주인 밑에서 자란 개는 과도하게 눈치를 보고, 불안감을 못 이겨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혼낼 땐 분명하고 단호한 태도를 취하되, 감정적으로 폭발하진 말아주세요.

      • 제가 관리못한다고 한부분은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하는 부분입니다. 주도적으로 할 자신이 없다는거죠. 말씀하신대로 같은문제에 같은 반응을 보이려고 하고 있는데 그럴거면 하루종일 같이 있는 신랑의 방식을 따르는게 맞을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는거죠. 대부분은 잘하고 있어요. 다만 걱정되는건 언급하신 감정적폭발이예요. 처음엔 좀 심했는데 신랑도 찾아보고 공부를 하더니 거의 줄었어요. 그런데 오늘은 괘씸하다며 오랜만에 크게 화를 냈어요. 물론 훈육이 예전보다 심하진 않았지만 오늘은 오랫동안 울타리에 갇혀있네요.
    • 개들은 자기를 존중해주는 사람에게 순종합니다. 어거지로 때리고 심하게 야단치면 겉으로는 마지못해 따르는 시늉을 할지라도 호시탐탐 자기가 일방적으로 짓눌리는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더군요. 본문처럼 반항도 하고 저항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개와 힘겨루기밖에 안되더군요. 그러다 최악은 개의 이상행동이 그치지 않아서 주인이 내다버리는 상황이 벌어지지요. 모든 동물이 다 그렇지만 개는 감정이 있고 자존감도 있습니다.
      • 하루종일 돌봐주는건 신랑인데 개가 제가 있으면 저한테만 안겨요. 신랑은 왜 자기한테 안오냐고 서운해 하구요.

        말씀하신대로 저는 힘에의해 이루어진 관계를 좋아하지않기 때문에 잘못을 하면 그냥 울타리에 넣어놓을 뿐인데 신랑은 감정이입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잘모르겠습니다. 개는 동물이라 서열을 확실히 해야한다는 건 확실한데 어떤 방식이 옳은건지.
    • 얼마전 듀게에 소개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는 다큐에 이어

      다시 한번 저는 개를 키우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남편분이 이 다큐를 꼭 보시길
    • 개는 사랑을 키워야 말도 잘 듣거늘... 


      특히 푸들은 영악하기로 유명해서, 주인이 약오르게 행동하거나 못살게 굴면 자는 사이에 똥을 머리에 싸서 보복을 할 정도입니다 ㅎㅎㅎ


      그만큼 예민하니까 강아지 잘못한거 야단칠땐 딱 10초만 치라고 1분간 내버려뒀다 다시 이뻐하라고 하세요. 그거 넘어가면 억하심정을 가지고 강아지식으로 보복해서 점점 더 앙숙이 됩니다.

    • 그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아무데나 배변을 하는거에 반응해서 화를 내면(즉 관심을 가지면) 더 그런 배변증세를 심화시킵니다.


      뭣보다 강아지 키워보면 야단치는거보다 칭찬할때가 훈련 효과가 더 좋아요. 아무데나 똥싸면 무관심하게 대처하고, 화장실에 똥싸면 호들갑떨면서 칭찬해주고 간식주고 하면 계속 화장실에만 똥을 싸는 식으로 훈련이 되요.

    • 사랑주는 친구가 아닌 복종받는 주인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 개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다음에 '개와 토끼의 주인'이라는 웹툰이 있습니다.


      작가가 자기 주장이 강하고 단호한 편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작품이긴 한데 저는 작가의 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가 싫지 않더라고요.




      서열 문제에 관해서 작가가 한 말이 있는데 요약하면...


      개는 분명히 서열이 필요한 동물이고, 때로는 사람과 서열을 놓고 경쟁을 하려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개라고 해서


      주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 점만은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 고 작가가 하더군요.


      그러니 남편분도 개의 행동에 필요 이상의 악의를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참고로 작가는 자기 개와 서열 전쟁이 벌어졌을 때 폭력을 동원해서 개가 피오줌-_-을 싸게 만들 정도로


      서열 문제에 있어서는 단호하기 그지없더군요 ^^;; 


      아 참고로 작가는 여자... 오너캐가 숏컷이라 착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그 자신의 개와 서열 전쟁을 벌이는 에피소드는 작품 전반을 두고봐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 혹시 다른 분들이 오해하실까봐...그 만화에 나오는 개는 도베르만입니다! 맘만 먹으면 주인 팔뚝 뜯어버릴 수 있는 개예요. 작가도 각오하고 싸운 거고요.

        대부분의 소형견이랑 피똥싸게 싸우면 안됩니다요
    • 개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서 그냥 실행하면 되는 것이지,


      개의 행동을 매번 '나를 무시한다'는 자기 자존감 문제로 가져가는 남편분의 사고 회로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개는 자신의 스트레스 표현 등 행동으로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맞춰 적합한 리액션을 해주는 게 아니라


      화를 내면 안 돼죠. "나에게 더 관심을 줘"라는 말을 하고 있는 강아지에게 "나한테 개기냐"며 때리는 건


      황당한 반응 아닐까요. 개가 안 삐뚤어진다면 이상한 일일 겁니다.




      그리고 위에 분이 언급하신 만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제 경험에 의하면 개를 물리적으로 위협하고 무섭게 한다고


      서열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절대로요.




      답글들에서 이미 좋은 조언들이 많이 나온 듯합니다. 어찌됐든 일단 인연을 맺은 생명이고 그러면 사람 아이처럼 대해주세요.


      아기가 똥오줌 몇 번 실수했다고 그렇게 다루시겠어요? 실수에 너그럽게 반응하고, 기다려주고, 아기의 몸짓을 이해하려 하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푸들은 가장 영리한 개들 중 하나지요. 몇 년 같이 살다보면 속에 사람이 하나 들어있는 것 같다 합니다.


      잘못하고 있을 때는 엄한 목소리의 "안 돼"와 손바닥을 얼굴 앞에 놓아 제지하는 것으로 (거의) 충분하고,


      잘할 땐 폭풍 칭찬과 간식 세례를 해주시면 행동 교정에도, 강아지의 불안감 해소에도 좋다는 걸 보시게 될 거예요.



    • 십년전 개랑 살았던 경험을 적어보자면, 강아지가 잘 지내가다도, 어느 순간 자신이 서열이 높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면 무슨 불만이 쌓였는지 특정 물건에 집착하고 으르릉대고 손을 물고 그럴 때가 있더라구요. 


      그럴 땐 혼낼 필요도 없구요, 살금살금 다가가서 겨드랑이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껴서 배가 보이게 몸을 뒤집고(복종과 굴욕의 자세;;) 배방구를 해주면 됩니다.ㅋㅋ(배방구가 필수는 아닙니...) 


      놀라울 정도로 순해지는 아이의 태도와 눈빛을 경험하실 수가 있습니다.ㅋㅋ 


      평소엔 너무나 사랑스럽고 잘 따르는데, 아이가 예민할 땐 피가 날 정도로 세게 물을 때가 가끔 있었거든요. 사람인지라 욱할 때도 있더라구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 아이들은 그런 아이들인 것을.


      아무 데나 배변을 해서 곤란하게 할 때도 물론 있죠. 강아지들이니까.. 하지만 그 정도도 감수 안 하고 반려동물을 들이나요?


      아이의 특성이거나 특정 시점의 아이의 상태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그만이구요, 사랑을 주고 받는 데에는 전혀 지장없던걸요. 


      그 행동들을 잘 해석해서 원하는 것을 해주거나, 못들어줄 때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더 애정을 쏟거나 하는 게 필요한듯요. 


      물론 어느 정도의 교정훈련은 필요하겠지만, 아이의 특정 행동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위압적 행동으로 심하게 화풀이를 하거나 


      '진짜'로 반려동물과 서열 기싸움을 할 필요는 전혀 없거든요. 아이에게 트라우마와 불행과 정서/행동 장애만을 안길 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위에 어느 분이 지적하셨지만, 반려동물을 복종받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는 대상으로 취급하는 건 최악의 경우엔 자칫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같구요. 바람직한 자세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살며 온기를 나누고 기쁨과 위안을 주고받고, 건강하게 지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들 아닌가요. 같이 살다보면 불편할 때도 있겠지만 다 감수하며 함께 사는 거죠. 가족이니까요.


      지금은 고양이들과 지낸지 꽤 됐는데. 한 아이가 어릴 때 제 손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자주 할퀴어서 상처를 많이 냈었죠. 애교 많고 활발한 성격에 같이 잘 놀았는데, 저한테 장난치다 그런 거예요. 


      근데 그것 때문에 아이가 밉거나 화풀이로 때리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그 아이의 성격이거나 그 시기 특성이었던 거죠.(다른 고양이들은 전혀 할퀴지 않았는데..ㅎㅎ;;)


      손은 여기저기 흉터 투성이고 피가 흘러도;; 아이에게 한번 더 뽀뽀해주고 쓰다듬어주고. 서로 애정을 주고받는^^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습니다요..(행동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니 자동으로 교정됐어요.)


      남편분께 마인드랄까 태도의 변화가 조금 필요하신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 으앙 이 글 좋아요 ㅜ.ㅜ

    • 그런데요. 개는 아무리 영악해봤자 개잖아요. 나는 우리집 놈을 볼 때마다, 아유...내 엄지손가락만한 뇌를 가진애한테 내가 뭘 바라고 기대하겠어...이런 심정으로,


      똥오줌 가려주고, 손 주는 정도만으로도 감탄하며 지내요. 개는 인간을 속인다고 생각하고 하는 행동인데, 인간이 보면 개의 행동이 너무 빤히 보여서 오히려 귀엽잖아요.


      (아유, 요 멍청해서 사랑스런 개천사 같으니...-.-;;) 사고치면 치나보다 그러면서, 평생 개 뒤치닥거리하면서 사는게 개와 같이 사는 사람의 업보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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