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노예 12년 봤어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가지는 이야기상의 한계와 묵직함을 가지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이 학대 받고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보며 깊은 감정이입을 하진 못했는데 이는 제목에서 예측할 수 있는 흔한 스토리대로 진행된 탓이 큽니다. 다시 자유인이 된 이후에 자신을 그렇게 만든 사람들과 소송을 하고, 노예로 지낸 세월을 책으로 쓰고, 흑인의 권리를 위해 활동했던 부분을 추가했다면 좀 더 감동적일 수 있었을까요? 그런 얘기들은 어쩌면 더 흔한 휴먼 드라마같은 얘기가 될 수도 있었겠네요. 


감정이입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는 내내 진짜 노예 생활을 하는 것처럼 갑갑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감독이 진정으로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느린 템포로 서서히 진행되는 이야기와 남부의 덥고 습한 여름을 그대로 옮겨둔 장면들. 화면은 가끔 음산하게 생긴 이름모를 나무와 식물들 그리고 뿌연 하늘을 잡아 주는데 이러한 장면들이 배경음악과 합쳐지고 주인공의 잔뜩 찌뿌린 미간과 억울함 가득한 눈이 클로즈 업 되면 그 절망적인 답답함이 스크린 너머 관객에게 깊게 체험됩니다. 스티브 맥퀸 감독은 전작 쉐임에서도 그러했듯이 화면과 음악을 통해서 만들어내는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능력이 발군인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를 잘못 골랐다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습니다.) 지인들에게 추천을 하거나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었습니다.

우주 재난 체험을 하러 극장에 가고 싶긴해도, 노예 체험을 하러 가고 싶지는 않은 게 사실이니까요. 


중간중간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이클 패스밴더, 폴다노 그리고 브레드 피트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보기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 지난주에 CGV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구로에서 봤는데, 극장안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쥐죽은 듯 조용하더군요.

      모두들 엄청 집중한 듯. 그 만큼 주제가 무겁고 이야기가 흡인력 있었다는 것이겠지요.
    • 전 무척 좋아서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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