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슬럼프, 드라이브
새 게시판으로 옮긴 뒤 남기는 첫 글이네요.
다시 만나게 되서 반갑다는 말을 꼭 하고 싶었구요...
작년 말쯤인가부터 작업에 슬럼프가 왔었어요...
전시도 다 잡히고 작업도 거의 다 나와있던 상탠데, 그냥 다 관두고 싶어지더라구요.
작업하시는 분들은 어떤 기분인지 잘 알거라 생각됩니다.
내 작업들이 너무 부족해보이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하단 생각이...
할 수만 있다면 잡혀있던 전시를 취소하고 싶었어요. 물론 그것은 불가능하지요
개인적으로 슬럼프란 것에 대한 생각이 어차피 작업을 하는 동안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돌이켜보면 그것을 잘 극복한 후에는 그것이 작업이든 나 자신이든 질적인 성장이 보였기 때문에
나쁘지만은 않다. 아니 오히려 나를 성장 시켜주는 고마운 약이다..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언제나 극심한 슬럼프 한 가운데에 있으면, 질적인 성장은 진짜 복에 겨운 소리, 그냥 다 관두고 싶은 맘 뿐이죠.
그리고 이 때 가장 나를 괴롭히는 생각은,
나는 쥐뿔 재능도 없으면서 이걸 굳이 굳이 억지로 붙들고 있는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쓸데없는 일로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가만 들여다보면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현실의 내 능력 사이의 갭에서 오는 괴리감 때문이죠.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작업을 해야지 자꾸 그 결과에 욕심을 내니까 그런거다... 라고들 늘 조언을 해주지만
안돼요. 저는 도저히...그러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작년에 대학원 수업을 욕심 좀 내 야간 수업들까지 청강 했더니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10시가 넘어가더군요.
심야에 뻥 뚫린 올림픽 대로를 주파하면서 항상 듣던건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Drive O.S.T. 였습니다.
Real Hero를 들으며 달리는 심야의 드라이브는 진짜 하드보일드 그 자체. 기분도 막 덩달아 멜랑콜리해지고 ㅎㅎ
최근 본 영화들 중에 인상깊었던 것을 꼽자면 뭐 좋은 영화들, 감동 먹은 영화들, 많고 많았죠. (세상엔 정말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참 많아)
당장 떠오르는 것들은 그래비티 아무르 러스트앤본 플레이스 비욘드 파인트리 등등등
하지만 보고나서 아, 나도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 하는 느낌을 줬던 영화는 딱 두 편,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 와 '드라이브' 였어요.
취향이란 것도 있겠지만 나온지도 꽤 되었음에도 여전히 저 둘을 제치는 작업들이 없네요.
비록 나는 다른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느낌, 드라이브를 보고 자막이 올라갈 때 들었던 느낌을 주는,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 그건 정말 멋지겠다..
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물론, 아마 안될꺼야 ...지만요 ㅎㅎㅎ
그렇다구요. 그냥 이 얘기를 여기에 하고 싶었어요. ^^
그러면 조금 나아질 것 같아서...
그리고 진짜로 조금 나아졌네요 ㅎㅎ
어떤 장르의 작업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부럽네요. 창조경제 라는 말도 있는 마당에, 창작이란 행위를 쉰 게 너무 오래 되고 지극히 건조하고 사무적인 직장인으로 산 세월이 더 길어지려고 하니, 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본인만 아는) 한계, 두려움, 빡침에 이입에 되고 그럼에도 결국은 저와는 다르게 무난하게 전시를 하고 호평을 받게 될 그 수순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본인은 힘드시겠지만 어쨌든 몸이 바짝바짝 마르는 그 집중의 순간이 저는 너무 그리워요. 제 경우엔 마감 직전엔 며칠 밤을 세고 몸과 마음이 공중부양 되는 듯한 경험도 일생에 드문 느낌이었구요.
뭐 암튼... 도움은 안 되겠지만 이렇듯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구요^^.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 하는 분이 계실줄은 미쳐 몰랐네요. 그쵸. 누군가에겐 분명 배부른 투정일 수 있어요.
비아냥이 아니라 정말 그렇죠. 세상일이란게...
아, 참고로 저는 사진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미지를 다룬다는 일이 참 어렵네요. 특히나 요즘 같이 이미지의 홍수의 시대엔...
진심이 묻어나는 댓글 감사합니다.
어머낫, 배 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
기억해주셔서 그리고 좋게 봐 주셔서 정말 고맙네요. 봄봄님의 말이 큰 힘이 되네요.
제 이야기 같아서 몰입해 읽었네요. 작업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정말 한 문장 한 문장 다 제 마음 같습니다.
저는 요즘 슬럼프를 지나 너무 지겨우니 얼른 끝났으면 속이 편하겠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곧 나온다 싶으니 또 왜 불편하고 불안해지는지... 참 쉬운 게 없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처지 친구끼리, 오래 버티는 사람이 남는 사람이라고 위로하면서 버텨 보려고 합니다. 하미덴토님도 힘내세요.
맞아요. 이 분야 누구나 다 아는 말이죠. 오래 버티는게 이기는거라고. 진짜 그냥 버티는 수 밖에요. 서로 힘내요 우리
그림을 그리시는군요. 저도 반갑습니다. 작업하는 사람들의 패턴이란게 거의 다 대동소이하더라구요.^^ 전시회에 와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3월 24일 월요일 6시에 오프닝이에요. 장소는 공근혜갤러리구요. 전시는 일주일간(24일~30일)진행하니까 평일에 시간 안되시면 주말에라도 나들이겸 오시면 될 것 같네요~^^
누군가가 제게 '너에게는 재능이 없다'라는 말이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바라던 때가 있었지요.
그 시절을 통과하고 지금은 ...대가가 되었습니다...였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고, 그 시절을 지나면서 그냥 살아있는 사람들이 대단해보였어요. 다들 싸우고 좌절하고 그러면서 살아남았겠구나 하면서요.
그 시절을 통과하고 지금은 대가가 되었습니다....로 끝이 났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요...^^ 저 역시 차라리 그냥 속이 시원하게 넌 이 길이 안 맞으니 다른거해라고 말해줬으면 좋으련만, 그런 말은 그 누구도 할 수 없겠죠. 남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