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식 제로인 사람들에 대한 환멸

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꽤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계신 건지 궁금해서 남겨봅니다.

 

전 자의식이 제로인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여기서 자의식이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이라고 간주하고 싶네요.

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고 생각하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 물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① 나에게 있어서 옳은 것은 무엇인가?

② 사회(세상)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옳은 것은 무엇인가?

③ ①, ②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이 세 가지 물음을 가져봐야 "나는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어떠어떠한 이유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납이 가능하고,

그것을 위해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라는 것에 대한 답,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자의식이 위에 번호처럼 두부 자르듯이 명확한 인식에 의해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렴풋이라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성찰이 있어야 형성되는 것이겠죠)

 

저의 케이스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① 나에게 있어서 옳은 것 : 주변에서 날 좋아해주는 거(인간적으로), 약자들을 배려하고(배려해줬으면 좋겠고) 다양성을 존중하는거

② 사회 전체적으로 옳은 것 : 부의 공정한 분배, 약자 배려

③ 어떻게 조화? : 굳이 충돌하는 것 같지 않으므로 나와 사회의 이익을 조화롭게 추구

 

이런 식으로 대충 정리가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간혹 자의식이 無인 사람들이 있어 이야기하다보면 정말 환멸감을 감출 수 없을 정도네요.

 

위에 ①, ②, ③에 따라 자의식의 정도가 몇 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Case 1 > ①만 있는 경우 : 외곬수 같은 느낌이 듭니다.

Case 2 > ②만 있는 경우 : 자기 자신이 없어 불쌍하고 애처롭습니다.

Case 3 > ①과 ②는 있는데 ③이 없는 경우 : 상호 일치한다면 문제가 없는데, 충돌한다면 갈팡질팡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Case 4 > ①, ②, ③ 다 없는 경우 : 환멸스럽습니다.

 

여기서 제게 문제가 되는 건 Case 4입니다.

Case 4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도대체가 고민이 없고 정치에도 나몰라라 할 뿐만 아니라, 유일한 관심거리는 남들보다 잘나 보이는 것 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얘기하다보면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치하고 속물적인 자기 자랑거리만 놓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보면 뚜렷한 목적에 의해서 하는 것이 없고 '남들이 다 하니까(결혼, 취업 등)'라는 기준, 판단의 기준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돈, 스펙 등)'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대하다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지고 나중에는 화난 표정이 되어버립니다.

이것 때문에 인간관계를 망친 적도 종종 있습니다. 결국 안보고 사는 것이 저로서는 속편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자의식 없이 사회의 풍습을 따르기만 하고 처세에 목맸던 사람들이 결국 잘되는 꼬락서니를 보니 이젠 환멸을 넘어 울화가 치미는거죠..

이런 생각 저만 하는 건가요?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아니면 제가 생각하기에 속물적이었던 사람들이 알고보면 저보다 더 뚜렷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 그렇게 성공한 것일까요..?

 

진정으로 궁금합니다.

    • 남들과 대화할 때는 가벼운 얘기만 하는 타입인가보죠. 그사람 속에 들어가본 것도 아닌데 자의식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설사 저런 의식 없이 산다고 해도 그게 남한테 환멸 씩이나 받을만 한 일인가 의문이 드네요.
    • '옳은 것'과 '내가 편안한 상태'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전 사람이 옳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옵션이고 본인이 편안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은 존재의 긍정을 위한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후자만 있다면 전자는 없어도 잘 먹고 잘 살고 사회적으로 펑션을 수행할 수 있죠.


      권선징악이 진짜로 일어날 거라고 믿으면 안 되지만, 선해지기 위한 노력은 언젠가 벌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얄팍한 타인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죠.
    • 자의식을 당위에만 국한시켜서 말하는 것 자체가 너무 협소한 것 같습니다. 옳은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정의에 대한 감각이지 그것만을 자의식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리고 나에게만 옳은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옳은 건 보편적인 거죠. 1번을 보면 내게 좋고 유리한 것과 옳은 게 구분이 안 되어 있는데요.


      그리고 자의식이 없는 사람에 대한 환멸이라...저도 설명하시는 스타일의 사람들이 피곤하긴 하지만 그 점 때문에 그 정도의 부정적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오히려 자의식 과잉 같습니다.
      • 글쿤요. 저의 부정적인 감정이 저한테 독이 되는 것 같아 허심탄회하게 한 번 제 고민을 올려본 것입니다. 주변에 말하기고 그렇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요.

    • 사람을 저런 잣대로도 나눌 수 있는건가요. 자의식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고 저런 식으로 나눌 수 있다면 글쓰신 분은 참 단순한 편에 속하신 것 같아요. 

    • 자의식을 저랑 좀 다른 의미로 쓰시는 것 같네요
    • 자의식과 성공(글 맥락을 보면 돈이나 명예 등의 그런 세속적인 성공을 말하는 거겠죠?)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습니다. 글 속에 묘사된 '자의식 있는 사람'과 '자의식 없는 사람'은 성공이나 잘된다는 것에 대한 기준 자체가 다른 사람들 아닌가요? 속물적인 사람들이 속물적인 방법으로 속물적으로 성공한건 속물적이지 않은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것 같은데요.
      • 그렇다면 전 속물이군요.. 하지만 어지간하지 않고서야 세속적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든 듯합니다.

    • 저는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편협한 자기만의 기준으로 상대방을 평가하며, 자신의 생각이 절대 진리인양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에게 가장 환멸을 느낍니다.
      •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 보통은 자의식 과잉인 친구들에게 피로를 느끼게들 되곤 하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연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강조하며, 매번 모든 화제를 자기 자아로 귀결시킵니다. 그러면서 시종 다른 사람의 자아를 관찰해 뭔가 규정짓고는 자기 자아와 견주어 위치를 지정해주고는 이내 자기 자아로 귀결시키죠. 어린 아이 옹알이 보는 것 같아 처음엔 귀엽다가도 나중엔 신물이 납니다.
      • 저도 그런 사람들은 피곤합니다. ㅎ
    • 하지만, 케이스4에도 얼마든지 (1)이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나머지 (2-3)도 굉장히 해석의 폭이 넓은 개념이고요. 만약 누군가 '나에게 옳은 것'에만 멈춰있다면 그 개념들에 따라 2-3이 배제될 수도 있지만, 해석과 영향력에 따라 2-3이 포함될 확률도 생기죠.  본문에서 CsOAEA님 스스로의 예시도 얼마든지 동시에 1-2-3이 모두 가능한 개념들이니까요. 그래서,




      흡사 기하학적인 분류법을 사용하셨는데, 자칫 개념들이 겹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길 것 같군요.ㅎ 




      헌데, 개인이 개인을 개인의 기준으로 개인적 결론을 내릴 순 있지만, 그 결론이 개인을 넘어서는 건 또 다른 문제가 될 것 같아요. 흔히 말하는 '뒷담화'가 문제 되는 경우가 그렇겠죠.

    • 저도 한때 한창 록에 심취해있을 때 아이돌이나 소몰이발라드 듣는 아이들을 보며 환멸감을 느끼곤 했죠. 그게 고1때 정도였던가.. 지금은 조금 부끄럽네요.

      • 예 저도 고등학교 때쯤 그랬던 것 같네요.
    • 별 생각이 있이 없이 산다고 구별하는게 모순이죠 별 생각은 누구나 없어요.



    • 처세에 목매서 성공했으면 목표달성 했으니 그 사람에겐 잘된일 아닌가요? 그냥 그렇구나하고 넘기면 될 일 같은데요. 길게 쓰셨지만 핵심은 님이 싫어하는 타입의 사람이 잘 된 것에 대한 질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 같네요
    • 이것 역시 제 개인의 생각일 뿐입니다만


      자의식이 제로라서 불편한게 아니라 상대방의 가치관이 나와 다르다는 점에서 불편함을 느끼시는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는 생각이 다르니 당연히 불편하지요, 하지만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상대의 가치관이 나와 다르다고(틀리다고) 해서 상대방의 자의식이 제로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내 기준에 맞출때 그사람의 자의식은 제로가 될수 있지요...




      글쓰신것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나는 내생각에 틀렸다고 생각하는것을 괜찮거나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정도가 아닐까요.



      • 제가 이런 타입인데.. 그냥 아직 어려서 그런가봅니다..

        글쓴분이 느끼는 그런 답답함을 저도 종종 느낍니다. 흡사 다른 시대에서 온 사람과 얘기하는듯한 불투명한 벽이 있는 느낌
    • 나이 들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말씀하신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저보다 더 많은 역할을 사회에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점입니다. 모두가 말씀하신 맥락의 "철학"을 가지고 서로를 평가하고 자신을 고민한다면, 제 생각에 '혼란'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구요. 오히려 자의식 이라는 말은 말씀하신 글의 맥락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의식이 없다면 그건 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겠죠) 




      사실 요즘은 자의식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사람보다, 지나치게 자의식이 강해서 모든 타인을 자기의 자의식의 봉지 안에 넣어 주물럭 조물럭 하는 사람들이 피곤합니다.나의 주관과 의식에서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도 말씀하신 "다양성 존중"아닐까요. 

    • 숫자 매겨서 언급한 건 자의식이랑은 별로 상관 없는 것 같은데요. 일단 단어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확인하고 오시는 게. 그 이상은 뭐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요. 




      근데 특정 부류의 사람을 형상화 하고 그룹핑해서 심지어 환멸까지 느끼다니, 아직 젊음의 열정이 넘쳐나시는군요. 뭐 제가 늙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 댓글 남겨주신 분들 중에 몇 몇 분들은 살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일절 없고 오히려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를 갖는 것을 혐오하시며 그 어떤 사람들과도 불협화음 없이 조화롭게 사실 것 같은 그런 분들일 것 같습니다. 인격의 성숙을 이루셨네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네요..
      • 솔직히 그건 차라리 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만 말인 즉슨 그렇단 말이죠.


        그렇게 안살아져요.

    • 가치관이 너무 다른 사람은 만나서 오래 이야기하면 피곤하기는 한데, 환멸은 안하네요.


      서로 맞지 않으니 에너지소모가 큰거죠.


      그쪽에서 보기에는 저같은 사람이랑 얘기하는게 에너지 소모가 클거라고 봅니다.

    • 저도 사람들한테 환멸 마니 느끼는데요.

      약삭빠르고 가볍고 거기다 그런 자신을 의식하거나 조금의 성찰도 없다면 뭐.

      전 거기서 더 나아가 그렇게 세상과 타협해놓고 고상한척 하는 위선자들.....

      근데 뭐 이게 사람사는 세상인가 싶기도하고. 그런 사람들이 내 인생에 들어오면 어쩌겠어요. 제어하고 컨트롤하며 사는거지.

      단 위로가 있다면, 아주 선한 사람도 없고 아주 악한 사람도 없으며,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약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은 대부분 있다는거.

      자기 종족은 서로 알아본다는거. 그리고 진실은 드러난다는거. 느리지만.
    • 이솝의 여우와 포도가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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