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 보니 생각나는 소개팅 에피소드 & 존 메이어 잡담

1. 

아래 (반전) 소개팅 글을 읽으니 생각나네요.


아, 큰 차이가 있네요. 소개팅이 아니라 '선'이었습니다;;

정말 선보는 게 죽을 만큼 싫어서 어느날 어머니께 좀 격하게 진심을 다해 말씀드린 후 지금은 선보는 일이 없습니다만. 


하여간 오래도 됐네요. 6~7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 때에도 여전히 선보는 게 싫어서 억지로 나갔지만 그래도 하라는 대로 하는 시절이었죠.

무슨 종교(천주교입니다) 연줄로 매칭하는 곳인지 사람인지를 어머니가 어디서 알아오셔서 그 연줄로 만나게 된 분이었습니다.


저희 집이 용인 쪽인데 만남의 장소가 청담동이었어요.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장소부터 마음에 안 들었죠. 

집에서 청담동은 대중교통으로 가기가 무척 애매하거든요. 거리는 별로 안 먼데 시간은 걸리고.

주말에 대중교통 몇 번 갈아타며 약속장소로 갔습니다.

도산공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그리고 보게 된 그 분의 첫 인상.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노타이 차림의 매너에 어긋나지 않을만큼 편한 복장이셨고,

피부상태는 별로 좋지 않은 편 - 저도 타고난 피부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무지 신경쓰는 편이라 남자분 피부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스타일은 전혀 아닙니다만, 일단 첫 인상에서 피부상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슬프게도... 

헤어손질도 그다지 많이는 신경쓰지 않은 듯한 느낌.

그랬습니다.


네, 첫 인상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아니, 뭐 좋다고도 할 수 없고 좋지 않다고도 할 수 없는, 무관심의 상태였다고 할까요.

그리고 우리는, 모델지망생만 서버로 고용한다는 근처 카페로 이동했습니다...


그 카페에서 속된 말로 무척 '뻘쭘한' 약간의 웨이팅 시간까지 보내고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 이제 대화 스타일에 집중되는 시간이죠.

개개인의 취향이 있겠지만 대개는 이 시점에서 말을 재미있게 하는 분들이 점수를 많이 따게 됩니다.

재미있다는 게 단지 유머러스하게 한다는 건 아니고, 뭐랄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이나 그런 것들을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도를 넘지 않은 선에서 말하는 것이라고 할까요.

네, 무척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 분은 말씀을 유려하게 하시거나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오히려 약간 조심스럽게 말씀하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을 아껴서 상대방을 답답하게 만드는 스타일도 아니었어요.

배려하는 마음도 느껴졌던 것 같고요.

결론적으로 대화를 하다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을 많이 열게 되었지요,


한 가지, 전 소개팅이나 선과 같은 것을 통해서 누구와 사귀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자리에서는 정말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는 마음이 열리지 않는 스타일.

제가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

그래서 소개팅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선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그 분과 대화를 하다보니 막 신나고 재미있는 건 아닌데 굉장히 편안하고 소소하게 즐거운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그 분도 싫지는 않으셨나봐요.

우리는 카페를 나와서 그 분이 잘 안다는 곳으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기억나는 건 긴 바케트빵에 올려진 샐러드 정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지 싶습니다.

식사를 편안한 상태에서 하지 않으면 잘 먹지도 못하고 체하는 편이라,

그런 자리에선 웬만하면 차를 2~3시간 마시며 얘기를 하더라도 식사는 잘 하지 않은 편인데 식사를 하게 된 거죠.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식사를 마친 우리는 근처 극장에서 영화를 보자는 얘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간 곳이 신사동의 B극장.

선택된 영화는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

맨 앞자리는 아예 방석으로 바닥에 앉게 되어 있는 그 낡은 극장에서, 처음 선으로 만난 분과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 뒤가 궁금하신가요? ^^


이 날의 만남은 제가 가끔 '아, 나 선으로 만난 분과 그날 바로 영화를 봤었지'하며

가끔씩 내 인생의 신기한 에피소드로 곱씹는 그런 이야기로 끝났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요.

소개팅에서 물론 깔끔한 외모의 첫인상과 대화법 등등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는 그 사람의 '진심' 또한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약간의 인연과 타이밍 등등도 작용하겠지요.

그냥 그렇다고요. ^^



2.

밑에 또 하나의 글, 존 메이어에 대한 글을 보니 약간의 분노가 솟구칩니다. 


존 메이어가 올해 내한한다는 소문이 열심히 돌아서 Travis 내한공연을 예매하고 개인사정으로 취소할 때까지만 해도 열심히 정확히 언제 내한하는지 검색을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예매 오픈 다음 날 정확한 날짜를 알게 됐어요. 털썩.

남은 표는 많지만 스탠딩석뿐이네요.


왜??

왜??

왜 존 메이어 공연의 대다수 좌석이 지정석이 아니라 스탠딩인 걸까요. ㅠ_ㅠ

차라리 일렉트로니카 막 이런 장르면 그냥 지르겠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현대카드여, 알려주세요.

왜 공연 기획을 이렇게 하셨는지... ㅠ_ㅠ



    • 1.

      다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혼남녀가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으니 안전(?)한 루트로 나오는 게 선이죠. 근데 이 마저도 나이 먹으면 끊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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