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남자기 때문에, 학생으로서, 가족으로서, 국민으로서,


몇 달 전 쯤에 TV 채널을 돌리다 '아빠 어디가' 라는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봤습니다.
어떠한 장면인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장면에서 아빠인 성동일씨가
아들에게 "남자이기 때문에 xx를 하면 안된다"라고 말 하는 장면을 보았어요.

여느 때 였으면 그냥 아주 지극히 일상적인,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훈육' 정도로 치부하며 넘어갔었을 그 대화가
그 날 따라 거북하게 느껴져서 TV에서 눈을 땐 뒤 생각에 잠겼습니다.



'왜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자신 스스로에게서 찾으려고 하지 않고 다른 개념에 덧대어서 찾으려고 하지?'
라는 의문이 들었고, 연이어 나는 어땠지? 라는 자기 회고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항상 '누나의 동생'이라는 면모가 최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무엇을 하더라도 나는 뒤안전이고 누나가 무엇을 하면 그제서야 도돌이표 찍듯이
누나가 한 것을 뒤따라 하였으며 결코 누나의 심기를 거슬러서는 안되는 존재였어요.

대신 누나의 말을 잘 들으면 그 포상으로 '말 잘듣는 착한 할아버지의 손자'라는
면모 또한 부여받을 수 있었어요.
아마 그 편이 부모님께서는 키우기가 편하셨었나봐요.


['누나의 동생'으로서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된다.] 가 최우선이 된 것은
누나가 가정의 폭군이었기 때문이에요. 정신적, 물질적으로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가족들은 폭군인 누나의 눈치를 보며 살아 왔었어요.
(누나의 폭력성에 대하여 따로 디테일한 예시를 들어 언급하진 않을게요.)

폭정에 견디다 못한 어느 명절, 누나로부터 권력 찬탈을 위한 쿠데타를 일으켰어요.
그 결과로 누나는 폐위당하여 고향집으로 오지 않게 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어릴 때 부터 뼛속 깊이 새겨진 '누나의 동생'이라는 면모는
제 삶 대부분의 행동지침을 결정하는, 제 캐릭터를 구축하는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앞으로도 형성된 캐릭터대로 살아갈 것이라는 부정적이면서도 막연한 추측만 남았어요. 

책임감의 주체를 나 자신이 아닌 '사회적 소속의 일환이기 때문에'로
돌려서 자아 존재의 당위성을 구축시키는 말이 그 순간 불쾌하게 들린것은
그래서 였을까요.


이렇게 행위의 주체를 나 자신이 아닌 다른 개념에 덧대어 씌우는 거나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행여자에게 다른 소속을 강제로 씌워 책임감을 지우는 것은
아이의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요?

예비 아빠가 되다보니 부쩍 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 누구나 자신의 채널이(tv채널에서 따옴)있었지 않을까요


      이젠 안보기도 하고 tv도 바꾸고 프로그램도 없어지고



    • "남자이기 때문에 xx를 하면 안된다" 대신 "사람이니까 xx를 하면 안된다"라고 말하면 좀 더 정치적으로 올바를까요?


      자를 기대어 놓을 대상을 좀 더 큰 범주로 옮겼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은 없어보입니다.


      그렇다면 'xx를 하면 안된다'는 점을 가르칠 때 무엇을 근거로 이야기해야 할까요.

    • 그런데 이 경우에는 ~~로서가 맞는 표현입니다.

      • 아아.. 감사합니다!!!

      • 엄마의 양보 교육에 대해서 십분 공감해요.




        나이 서른이 넘은 아들 붙잡고 그래도 니가 동생이니까 니가 좀 더 양보하고


        용서 해라는 말도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말씀도 확언 드렸었어요.


        양보나 용서는 양해를 구하는 사람에게나 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요.


        사과도, 양해도 구하지 않은 사람에게 용서를, 양보를 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어린 시절에나 통용되던 이상한 논리에 휘둘리진 않아요.


        타인에게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가 먼저 그렇게 행동을 해야


        비로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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