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엔 날이 흐리네요
흰머리를 가지런히 빗어넘긴 할머니는 나이가 90이 훌쩍 넘으셨고 얼굴은 하회탈처럼 주름이 패였는데 늘 웃음을 짓고 계십니다.
빛바랜 분홍색 누비옷을 입으셨는데 날이 흐려 그런지 옷이 더 빛이 바래 보입니다.
사는게 귀찮아.
아무도 없는데 할머니는 혼자말 하듯이 말합니다.
할머니, 앞으로 10년은 더 사신다고 하면 그동안 무얼 하고 싶으세요.
지겨워서 어떻게 살어.
90년을 사셨는데 10년 더 못살까봐요.
할머니는 주름 때문에 웃는 것처럼 보입니다. 눈 안쪽이 눈물인지 눈곱인지 반짝거립니다.
책을 읽어 보세요.
오늘부터.
마음 속으로만 말했습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도 모를 나이에 날마다 책을 읽는 것은 아마도 한적한 역에서 의자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 것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겠지요.
제목부터 마지막 줄까지 벅차게 읽었어요. 어쩐지 할머니는 한적한 역에서 책을 읽고 있는 소녀같아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글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