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잡담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는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저술가인 존 브룩만이 엮은 일종의 에세이 모음집 입니다. 소위 통섭, 지식과 창의적 사고의 교류 같은 기치를 내건 '지식 프로젝트 엣지(Edge)' 의 기획 중 하나로, 150명의 지성(과학자, 예술가, 인문학자 등)에게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에세이 형식으로 받아서 묶어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는 특히 '인터넷 시대 우리 사고방식, 생각의 메커니즘의 변화'를 묻는 것이었고, 150명 지성 각각에게 던져진 질문은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었나요?' 였다고 합니다. 여기서 질문의 대상이 '우리'가 아닌 '당신'이 됨으로써 추상적이거나 범위가 넓은 사고 대신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 대답을 유도하려 했다고 하더군요.
책의 맨 앞에서 존 브룩만은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라는 서문을 쓰고 있습니다. 미술을 전공해서인지 저는 이런 말들을 물질과 비물질의 대립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컨셉이나 아이디어, 또는 '생각'은 어쨌든 표현되는 와중에 물질의 매개를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형식이 나타나고, 그 물질과 형식이 때로는 내용(생각)을 넘어서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관점에 익숙하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매개되는 물질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지속 가능, 동일한 무엇에 대한 개념 또한 떠올리게 되지만요.
어쨌든, 존 브룩만의 의도나 그가 인터넷이 '당신'의 사고를 어떻게 바꾸었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기대한 것과는 무관하게, 150명의 대답은 저마다 각각이고 '전혀 바꾸지 않았고, 앞으로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라는 시큰둥한 반응도 상당히 많습니다. 나아가 오히려 인터넷 때문에 나는 (또는 우리는) 더 멍청해지고, 특히 사고의 깊이 면에서 예전보다 못해졌다는 식의 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내용들을 읽으면서 연관지을 만한 일이 떠올랐어요. 얼마 전에 아는 후배가 해준 이야기인데, 동아리 방에서 아주 예전 방명록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80년대 학번들이 남긴 방명록은(충분히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지금 것들과 글의 내용은 물론 길이와 문투, 심지어 글씨체까지 달랐다고 했습니다. 지금 학생들의 글은 형식적으로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세지처럼 단문과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었을 것이고, 내용도 단순히 누구누구가 다녀갔고, 지금 심심하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식의 것들이었을 테니 더욱 확실히 비교가 되었을 거에요. 그러면서 자신이 들은 교양 강의에서 교수가 인터넷 때문인지 요즘 학생들의 레포트를 보면 예전에 비해 문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던 경험도 이야기 해주었는데, 저 또한 수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일지 납득이 갔어요. 특히 인터넷의 영향으로 인한 '레포트도 제대로 못 쓸만큼 문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한 우려는 꽤 광범위한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에 있는 에세이 중 하나에도 이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런 이야기를 듣고 1차적으로 저에게 떠오르는 의문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변화에 대해 의문과 우려, 불만 같은 것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란 에세이에 대한 각자의 대답도 그렇고, 대다수 사람들이 변화를 감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인 것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어떻게 변화 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인식은 오히려 뒤늦게 따라오거나 각자의 부정적/긍정적 인상을 뒷받침하는 것들로 추려져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은 진짜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존 브룩만이 '당신'이라고 특징지으면서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체험을 이끌어 내려 했다는 의도가 무색해질 정도로요.)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는 맞았지만, 자신이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뿐이었죠.
진짜 '변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어느 정도는 판단을 중지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말이야 쉽지만.. 저도 인터넷, 제가 웹에서 일상적으로 접하고 또 만들어내는 텍스트들이 저에게 어떤 변화를 끼친다고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것들에 대해 판단을 중지할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하겠어요. 하지만 하나 분명한건 말이 짧아지고, 다루는 이야기가 가벼워지는 등의 특징은 웹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과 그것이 오프라인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분적이고 단순한 관찰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거에요.
그나마 지금까지 읽은 책의 내용 중 흥미로웠던 부분은 '인터넷'과 '웹'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한 에세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인터넷이라고 알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로 보여지는 '웹'은 인터넷이라는 시스템과 네트워크의 표현 형식 중 하나라는 거죠. 인터넷은 '상호 연결된 컴퓨터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르키는 것으로, '복수 시스템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의사결정에 도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인터넷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복잡한 상호 얽힘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많은 것들의 의사결정 과정이 바뀔 것이거나, 이미 바뀌었다고 할 수 있는거죠. 그러면서 네트워크 시간 프로토콜(NTP)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는데 이것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제가 흥미있는 것은 바로 인터넷이 기술적인 면에서 실현한 상호연결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것을 가지고 끊임없이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지만(트위터를 한다든지..)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같은 것을 만들어내기도 하니까요.
하나마나할 정도로 뭔가 당연한 이야기를 길게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고백하자면, 사실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인터넷 시대의 '문장력'과 이전 시대의 '문장력' 사이의 간극에 대해 제 스스로 약간 반성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인데요. 문장의 길이나 유려함으로 변화의 성격을 판단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으면서 본인이 장문의 글을 갖춰서 쓰는 것을 못하게 되었을 까봐 불안해 하고 있는 거죠. 아이러니!
아 저도 궁금했던 책이었습니다!^^소개 감사합니다
미래예측에 관한 이야기 중에 제가 늘 생각하는 이야기는 1900년대 초였던가, 미국의 발명학회장님의 발언입니다.
"이제 더이상 새로운게 나올건 없다."라고 단언하셨다고해요.(기억에 의존해서 쓴거라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왜때문인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의외로 닫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누가 새로운 것에는 선의를 가지자고 한 것 만 봐도 그런가봐요...
불안해서일까요
인터넷 초기에 말줄임말과 이모티콘 사용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는데요. 설마 누가 오프라인에서 그런 멍청한 말줌일과 이모티콘 쓰겠냐로 가라 앉았는데 실제로 그 일이 벌어졌죠. 대학 리포트에도 사용되고 이력서에도 쓰이고는 하죠. 전체적으로 독해력이 떨어졌다고 하죠. 긴 글은 누구나 피하구요. 위의 글도 빡빡하고 긴 문장 때문에 스킵 하는 사람들이 있을겁니다.
오히려 그런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소위 인터넷 논객이라는 사람들 중에 장황하고 긴 글을 써재끼는 사람들이 있죠. 정말 짜증날 정도로 멍청한 글인데도 장황하게 길게 쓰던데 긴글을 스킵하고 반론을 막을려고 일부러 그러는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북도 부정적인데 처음에 컨텐츠가 중요하지 형식(그릇, 매체) 이런게 뭐가 중요한가? 생각했는데 아닌거 같아요. 인터넷에서는 아무리 많을 글을 읽어도 책만큼 머리에 남지 않더라구요. 이북으로 어쩔 수 없이 바뀌어도 예전처럼 책이 주는 잇점은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