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잉록에서의 소풍] 코드A 블루레이가 드디어 나옵니다

이 영화는 거의 새로운 장을 개척하지 않았나요? 영화는 내내 아무것도 안 하고 아름다운 소녀들만 보여주는데,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것만으로 너무나 불안한 거. 아름다움이 영화의 미스테리고 스릴러고 서스펜스고 호러인 거. 아이디어만 두고 생각하면 굉장히 추상적인데, 이게 정말로 가능하다니. 영화가 초반에 하얀 레이스들을 화면 밖으로 퍼부어댈 때부터 거의 무슨 슈가 하이 상태로 취한 채 보게 돼요.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던 당시의 저는 아직 영화에서 서사 밖의 것을 보고 듣는 데에 둔감한 관객이었거든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만큼 민감하게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영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데 긴장이 있는 안토니오니 영화 같은 것도 즐길 줄 알게 됐으니까), 다시 보면 어떠려나 기대도 되고 그러네요.
오. 연관지어서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저는 안토니오니의 열렬한 팬이기도 해요. 모니카 비티가 아들 손을 잡고 붉은 사막을 끝도 없이 걸어가기만 할 때 왜인지 늘 복받쳐 올라 나중엔 거의 울고 싶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