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회사에 사표 냈습니다. 2
애초의 계획대로 제주도행을 감행했습니다. (연재 작가도 아니고 대부분의 분들이 앞의 이야기를 모르시겠지만)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고 게스트 하우스 침대위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꼭 해보고 싶던 일이 한라산 등반이라 아침에 한라산 셔틀을 운행해주는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고, 덕분에 시설은 제법 열악합니다. 4인실 기준 하루 숙박에 2만원이며 오전에 성판악/관음사 셔틀을 제공합니다. 하산 후 복귀 셔틀은 이틀이상 숙박객이나 게스트 하우스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을 산 사람에게만 제공을 한다고 하네요. 혼자 있고 싶어서 온 여행이라 등반 역시 편하게 하고 싶어서 하산 후 복귀는 알아서 하는 걸로 했습니다.
민항기 타는 게 처음인 줄 어떻게 알고 창측 날개 자리가 배정 되어 있더군요. 특가로 구한 아시아나 티켓이라 좌석에 대한 기대가 없었는데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침 흘러나온 노래가 케니 로저스의 ‘Danger Zone'이었는데 순간 비행기가 느리게 느껴졌습니다. 앞뒤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의 미그기를 찾았지만 구름밖에 없더군요. 카를로스 기장님의 현란한 남미 스타일 인사를 듣고 어느 정도 비행이 지루해질 쯤 제주도에 착륙을 하더군요.
우선 게스트 하우스에 들러 짐을 내려놓고 나와 동네를 방황 했습니다. 바닷가가 가까운 곳이라 방파제에 가서 혼자 바람을 좀 쐬다 저녁 식사를 하러 ‘올레 국수’로 이동. 유명한 집이라 웨이팅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딱 한자리가 남아 있더군요. 평소 식사를 빠르게 하는 편이라 부러 천천히 먹어 봤습니다. 양이 엄청나더군요. 맛도 괜찮았습니다. ‘실력 있는 돼지국밥집에서 밥 대신 면을 넣은 요리’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먹고 나서 복귀 버스를 탔는데 들리는 ‘환승입니다’ 소리. “역시 제주도에 오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천이 흐르는 동네 공원엔 걸그룹처럼 교복을 튜닝해 입은 여고생들이 담배를 피고 있더군요. 눈이 마주치면 왠지 절 부를 것만 같고, 전 반사적으로 “네? 누나”라고 할 것 같아서 돌아서 갔습니다. 제주 시내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대부분이 중국어라는 사실에 기분이 묘하더군요.
혼자 있자고 온 여행이지만 묘한 고독감이 느껴질 때쯤, 카톡이 하나 오더군요. 퇴근했냐는 전 여친의 인사. 햐... 귀신같은 사람. 서로의 행복을 위해 답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내일은 한라산을 오를 예정이고 모레는 바이크를 빌려 제주의 극속전설이 될 예정입니다. OECD 가입국 어디서나 합법적으로 바이크를 몰 수 있는 2종 소형 면허 보유자로써(2종 보통 아닙니다. 대형바이크 면허) 스쿠터는 빌릴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매뉴얼 타입의 바이크는 렌트하는 곳이 드물어 조건에 맞는 곳을 찾느라 용 좀 썼습니다.
이후엔 메인 계획인 야설 집필을 위해 1인실이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예정입니다. 현관을 열고 나오면 바로 바다가 펼쳐지는, 심지어 도미토리는 운영하지 않는 곳이라 기대가 큽니다. 부디 딴 짓에 빠지지 않고 집필에 집중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생선 맛을 모르는 촌스런 입의 소유자라 식도락이 즐거운 여행은 아닐 듯 합니다. 마음가는대로 쓰고,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녀 볼려구요.
- 회사의 내부적 문제가 제1원인이었지만 휴식의 목적도 큰 퇴사였는데 그만두고 나니 알바 건이 쏟아지네요. 연락이 온 알바를 다 했으면 제주도가 아니라 미국을 갈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지금은 쉬는게 최우선의 과제라 생각하기에 전부 정중히 거절 했습니다. (뭍으로 돌아가면 다시 연락줘요... 클라이언트찡... )
- 만족스런 휴식을 마치고 돌아가면 적절한 조건의 회사가 카피 구인 공고를 내야할 텐데, 너무 야무진 꿈이겠죠.
- 요즘 듀게가 시끄러운데, 이런 뻘글들이 누적되면 조금은 더 즐거운 곳이 될 거란 생각에 글을 썼다는 헛소리로 마무리합니다.
읽기 시작만하면 저절로 파도를 타며 미끄러지듯이.... 참 재미 있게 읽었어요. 좋은 여행되시고 새로운 시작도 성공적이시길
읽는 제가 기분이 다 좋아지는군요. 극속전설도 좋으나 다치지 않게 안전운전하시길!
부럽습니다.
저도 어제 사직서를 던지고, 난생 처음 제주도 여행을 계획중입니다. 저 또한 휴식을 마치고 돌아오면 드라마틱하게 적절한 조건의 구인광고가 떡하니 뜰.....리가 없겠죠.ㅠㅠ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몇년전에 1300GT 를 비롯해서 BMW 렌탈해주는 곳이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메뉴얼은 어떤걸로 렌탈하셨나요?
서울에서는 렌탈 극구 말리는 분위기지만 제주도는 워낙 많이들 렌탈하니 분위기가 다르겠죠?
아참, 덕담 한마디....광고계쪽은 잘모르지만 전글에서 설명하신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직종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런 직종은 대부분 시스템에 의한 성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런 경우는 어떤 업체에서 얼마나 일을 했었는지를 봅니다) 보다는 개인의 끼, 감, 능력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구인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중에 그 일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최고입니다. 인사담당자들은 다 알아볼거에요. 혹시 구직을 빨리 못하게 되시더라도 초조해 하지 마세요. 알바도 경력이 되버리는게 이런 직종이니까요. 다행히 바로 찾는 분들이 있으시다니 시간은 내편? 이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직장에 자랑할) 포트폴리오도 멋지게 준비하시고 이상한 회사에서 스크레치 받았던 일에 대한 열정을 잘 어루만져주시면 기회는 언제든지 올 수 밖에 없을거에요.
혹시 혼자 있는게 지치는 순간이 오면, 왁자지껄 술마시고 싶은 순간이 오면, (저 이거 특급 정보로 아무나 안가르쳐 주는 겁니다, 흠흠~)
제주 서쪽 용수리 <뿌리게스트하우스>를 가보세요, 정넘치는 주인장과 스탭, 처음 보는 숙박객들 사이에서 힐링되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아님 어쩌나..?;;)
여튼 조용한 거에 질리시고, 사람 시끌벅쩍 그리우시면 가보세요~^^ 제주에 오래 계실 거라고 하셔서, 제주에 혼자서 1주일 넘게 있으면 꼭 그런 순간이 옵디다~
추천해주신 정성에 탄복하며 검색 해봤습니다. 전반적 분위기는 괜찮아 보이네요. 프리투어 마지막 날인 내일은 전형적인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집필 중에 외로워지면 조언 참고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도 여행자로서 제주에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올레국수라니! 너무 관광객 같잖습니까!!
하지만 부러워요. 너무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젠 여행자로서 느끼는 제주에 대한 로망을 잃어 버린 것 같거든요
여행지라기 보다는 우리 동네 가는 느낌입니다. 서울엔 단골집 이모들이 절 못 알아 보는데 제가 자주 가는 제주지역 식당 이모들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냐고 반겨 주셔요.
심지어 슈퍼 아저씨, 옆집(?)에 사는 초딩과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죠 흑.
당분간 잘 쉬다 올라 오세요. 저도 내일 제주에 가는데 괜시리 반갑군요:D
그래서 오늘은 해오름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여기도 관광객 식당일려나. 즐거운 여행 되시길.
2013년도에 단 한번도 제주에 가질 못했고,올해는 기필코 가리라 다짐하는 1人입니다.그래서 여쭤보는데요 그 현관문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1인실이 있는 그 게스트하우스 정보 좀....알려주시면 진짜 감사하겠습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라는 책을 보고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다시금 살아나네요.그러고보니 올레길 걸은지도 한참이에요.
아직 제가 실제 숙박을 경험하지 않아서 어떤 이야기를 하기가 애매하네요. 체험 후에 쪽지를 보내 드릴게요.
트로이 빌리셨군요 예전에 동호회 형이 빅스쿠터에서 메뉴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습용으로 샀다고 해서 잠깐 시승해봤는데 재미있더라고요. 모타드에 관심 없었는데, 우와 125 모타드도 이렇게 재미있다니! 하고 놀랐었죠. ^^ 무사고 안전운전 하세요~
제주도엔 역시 모타드!라는 생각도 든게 사실입니다. 물론 BMW라는 상위 대안도 있었지만. 안전 기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