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결혼!

몇 해 전인가,

회사 계좌에서 타 계좌로 이체를 했는데 갑자기 수수료가 붙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거래하면서 이체 수수료가 붙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붙었던 겁니다.

건당 오백 원씩.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달 수십 건씩 이체를 하니까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전화로 문의해 봤습니다.

돌아온 답변인즉,

앞으로 매달 10건까지는 이체 수수료가 무료지만 그 이상 이체할 시에는 수수료가 붙는답니다.

왜 10건으로 제한이 됐는지 알고 싶으면 은행에 방문하셔야 하고.


오후에 은행을 찾아 여차저차 사정을 설명하니

담당자가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고객님, 혹시 이 통장이 급여통장인가요?” 아닌데요.

“아, 그럼 가맹점 업주세요?” 아닌데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도 잘 모르겠어서,

최초에 통장을 만드셨던 곳에 연락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군데나 전화를 돌려 알아낸 수수료 미스터리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통장은 원래 수수료가 면제되는 통장이 아니었다.

열 건씩 면제해 줄 이유도 없었다.

지금껏 수수료를 한 푼도 안 내고 계좌이체가 된 것 자체가 은행 실수인 것 같다.

 

약간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그럼 수수료 없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보니,

펀드나 적금을 하나 들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펀드는 예전에 들었다가 박살나는 바람에 원금 회수도 못한 경험이 있고,

적금은 어차피 이자율이 형편없어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고 있는데,


담당자가 때는 이때다라는 듯 “마침 고객님에게 알맞은 상품이 하나 있는데요.”라며 방긋 웃어 보입니다.

요즘처럼 평화로운 봄날 오후 무렵에 딱 어울릴 법한 무척이나 기분 좋은 느낌의 웃음이었습니다.


“저한테 딱 맞는 상품이 뭔데요?”,

“<나의 소원 적금>이라는 상품인데요.”


나의 소원 적금이 뭔고 하니,

적금 가입시 은행에서 정한 10개의 테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여 가입하는 거라고 합니다.

그 열 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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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차나 스마트폰은 있고, 금연이나 출산이나 유학은 전혀 계획이 없고,

셀프디자인은 뭔지 모르겠어서 별 생각 없이 ‘소원’ 항목에 '결. 혼.'이라고 또박또박 적으면서


“그런데 이걸 선택하면 뭐가 어떻게 되는 건데요?”라고 물었더니,

“적금이 만기될 때까지 고객님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저희가 응원해 드려요. 그런데 아직 결혼을 안 하셨...”,


여기까지 얘기했을 때 멀뚱한 표정으로 고개를 든 나와 담당자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담당자가 “큭.” 하고 웃습니다.

저도 멋쩍어서 뒤통수를 긁적이고 말았습니다.


“2년 만기니까, 2년 안에는 결혼하실 수 있겠네요.” 하며 또 “큭.” 웃습니다.

상당히 웃음이 많은 분입니다.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하고 저도 어색하게 방긋 웃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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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나서니 아까 실컷 구경한 웃음과 비슷한 맥락의 기분 좋은 봄바람이 살랑, 붑니다.
날씨가 정말 좋습니다, 그나저나...
수수료 아끼려다가 결혼하게 생겼습니다.


덧)

이게 몇 해 전 상황인데,

올해는 주거래 은행을 바꿀까 생각중입니다.

(응원해 준다더니...)


아울러, 지난 주 소개팅은 잘 되지 아니 하였습니다.

그다지 궁금해하실 분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로 조언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라도 드릴까 하고.


고마웠습니다.

졸리네요. 약간 쌀쌀하긴 해도 봄은 봄인가봉가...

      • 아이 깜짝이야. 날카로우셔유ㅎㅎ. 고쳤습니다.

    • 여행이 젤 무난하지 않나요...
      • 무난하지만 재미없잖아요^^. 결혼이라고 하면 저쪽에서 어떻게 나오나 궁금해서요. 결국 별건 없었지만.

    • 만기가 지난 통장인듯 싶긴 합니다만, 그래도 계좌번호를 공공장소에 노출하시는건 좀;;;

      • 누군가가 입금할지도 모르니...
      • 아아, 세심하세요...(만기 지나서 없앤 건 맞고요^^).

    • 지점이 눈에 익다고 생각했는데 동네 주민이셨네요.ㅎㅎ

    • 제 소원과 같으시군요!ㅎ


      저는 소원 뭐하지...어버버...하고 있으니까 은행 직원이 임의로 기재한 소원이었는데ㅋ 어느덧 만기가 도래하고 말았어요.(크흑)


      소원은 언제 이루어줄테냐! ㅎㄴ은행!
    • 응원후기 기다리겠습니다(...)
    • 좋은 은행이네요. 저는 혹시나 그 은행원과 잘 되었다는 후기라도...하며 기대했으나...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봐요.^^

    • 제목보고 큭 웃었어요. 저도 비슷한 소원을 가지고 있는데 아마도...



    • 웃으면 안될 것 같은데 웃음이 나네요ㅋ


      앞으로 하실 소개팅은 잘 되시길 바랍니다.(언젠간 또 하시겠지...)

    • 재밌게 읽었습니닥 ㅎㅎ

    • 쪽지 확인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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