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았던 [밀회]의 연출/연기 디테일은요!
-@-.- 님이 밀회의 좋았던 디테일 글을 올리셨는데 대부분 공감하고요.
거기 댓글 달았다가, 왠지 별도로 올려야 할 정도로 장문이 되어서 올려요.^^;
제가 좋았던 디테일은요.
1. 예전 글에 설명했지만 김희애랑 유아인 같이 피아노 치면서 표정 변화
2. 유아인이 연주하는 피아노곡을 김희애가 뒤에 쇼파에 앉아서 듣고 있는데 눈을 감더니 갑자기 울컥하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 (정말로 김희애가 진짜 울었음)
왜 눈물이 그렇게 흘렀을까? 제대로 레슨 한 번 안 배워본 가난한 한 아이가 피아노 치고싶어서 몰래 들어왔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그 실력이 너무 뛰어나서? 등등.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면서, 암튼 너~무 연기가 아름다웠음.
3. 김희애가 집에서 나가는 길에 가정부가 컵에 샐러리랑 당근 썰어서 하나 집으라고 서빙하는 장면.
샐러리와 당근인 것도 디테일하고 그런 센스도 디테일하고, 그리고 김희애가 1초 고민하더니 샐러리를 톡 집어서 한 입 먹고 가정부한테
쳐다보면서 빵긋 한 번 웃어주면서 외출하는 장면!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쿨하고 도도한 척 가정부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게 연출했을 것 같은데,
그런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마음씨가 좋았음
4. 김희애가 남편이랑 유아인 집에 갔더니 유아인 허름한 집에 살고 있고 유아인이 '머리 조심..'라고 애드립처럼 말하면서, 그만큼 누추한 집을 표현한 대사나.
5. 김희애가 유아인 집에서 갑자기 쥐 잡으라고 깔아놓은 끈끈이에 발이 붙어 버린 장면.
뭔가 유아인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강력한 뭔가가 있다라는 걸 암시하는 듯 굉장히 섬세했음. 그리고 코믹한 요소도 됐음
6. 김희애가 롱 스커트를 입는 걸 깜박하고 안에 입는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있다가, 아차 하더니 롱 스커트를 위에 덧입는 장면.
롱 스커트 속에 내재되어 숨겨져 있는 어떤 살짝 성적인 요소를 암시하는 것 같아서 섬세했음
7. 말씀하신 양주 얼굴에 뿌리고 티슈 톡 뽑아서 던져주는 장면
8. 김혜은이 버릇없이 나오니까 심혜진이 바로 '이 썅년이' 하고 머리 낚아채고 좌변기에 얼굴 담구는 장면 ㅋㅋ
9. 김혜은이 김희애한테 다짜고짜 (연기라고 절대 봐주지 않고) 물건 대놓고 던지고 김희애 완전 긴장해서 슉슉 피하는 장면
10. 김희애랑 직원 2명이서 식사하는 장면에서, 김희애가 유아인에 대한 얘기를 깜박 잊고 있다가, '아! 맞다 걔! 정말 잘 해'라고 말하는 장면.
정말 깜박 잊고 있다가 이제서야 생각났다는 듯 손을 쭉 뻗으면서 표현하는 연기 디테일이 좋았음
11. 리듬과 연주법, 페달을 밟지 않고 연주하는 바흐의 평균율, 등등 피아노 전문 지식마저 필요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연출했음
12. 김희애가 바흐의 평균율을 왜 페달 안 밟고 연주했냐고 유아인한테 물으니까, 유아인이 '왠지 음표와 음표 사이에 페달을 밟지 말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아서요' 라고 대답한 장면!! 정말 감동했음. 저도 그 곡을 쳐봤기에 그게 무슨 소린지 알 것 만 같아서.
13. 유아인이 입시에 슈베르트 준비했다고 하니, 김희애 남편이 '아 그거! 아 갑자기 눈물 날라그래' 라고 말하는데 진짜 리얼하게 연기한 것.
한 편 반 정도밖에 안 봤는데 아아악.. 너무 많아요ㅜ
전 박혁권이 기대 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각본가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가장 큰 기대를 갖게 만드네요.
총론은 어떻게 보면 진부한 레이아웃에 기대고 있지만
각 플롯의 각론이나 구성력, 밀도, 리얼리티 거의 모든 면에서 탁월한지라 놀라면서 봤네요.
1회만에 거의 모든 등장인물을 일목요연하게 납득시킨 캐릭터 설정은 아무나 가능한 경지가 아니죠.
+ 이름을 몰랐어서 죄송한데, 극중 남편이 박혁권 님이군요. 훈중년이시더라고요. ^*^
십여년 전에도 그 얼굴이었어요. 첫인상이 그냥 45살.
놀라지마세요. 김희애보다 무려 연하입니다. 4살 연하.
2.번 장면을 보면서... 저의 언젠가가 떠올랐었는데요. 아! 사실 그 전에 제발 유아인이 피아노 친다고 김희애가 바로 뿅 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10번 장면이 나와서 좀 좋았어요. ㅎㅎㅎ 그래 ... 피아노 치는 건실한 청년이 섹슈얼하긴 하지만 너무 확 반하는건 김희애 역할에는 안어울리지 그럼서요.. ㅎ
아무튼, 제가 대학생.. 2학년이던가에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실용 음악 학원을 가본적이 있어요. 피아노는 초등학생때 흔히 아이들 배우는거 배우다가 중학생때 관두고, 쭉 재즈 피아노나 코드 잡는 법에 대해 명확히 배우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집에서 2시간은 가야하는 (시골에 살아서리) 실용 음악 학원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서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대학 방학 두 달 정도를 다녔는데요. 두번째 수업을 하던 도중에 (첫번째 수업은 거의 숙제 내주고 그냥 실력 테스트 해보고.. 무지 돈이 아까웠던 기억 ㅠ ㅠ) 선생님 리드에 맞춰서 연주를 해보였죠. 그런데 제가 듬성듬성한 연주를 하는 걸 빤-히 보셨던게 기억나요. 어렸을 때 연주 틀리면 쇠자로 손등 때리던 원장쌤이 생각나서 슬쩍 쫄아 있었는데, 선생님 왈 자기가 입시생들만 주로 가르치다보니 되게 삶이 삭막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동동씨를 보니 수업 받을 때 너무 행복해보여서 눈이 반짝인다며, 자기도 기분이 너무 좋다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두 달 다니는 동안 여름이었는데, 한번은 안양천인가 -- 다리에 물이 넘쳐서 찰박거리는 그 위험한 상황에도 일단 2시간 걸려 왔으니 열심히 건너가서 레슨 받고 집에 왔던 기억이 살포시..
물론 제가 유아인처럼 퐌타스틱한 연주를 선보여서 선생님 눈에 '앗 이런 보물이~' 하는 기분으로 좋아하셨던건 아니지만, 쑥쓰럽게도 그냥 정말 음악에 몰입하는 학생을 보는 기분이 벅찼던 것도 그 선생님의 호들갑과? 김희애의 눈물에 살짝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음악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모르겠지만 김희애랑 유아인 연탄곡 시작할 때 버즈아이뷰로 두 사람 손가락을 찍는데 진짜 멋있더라고요? "와, 드디어 뭔가가 시작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로틱한 느낌도 살고.. 둘 연주하는 호흡도 연기도 참 좋았어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디테일 다 공감하고 편집도 유려하고 오랜만에 본방사수 하면서 정말 재밌게 볼 만한 드라마 나온 것 같아요.
박혁권씨는 윤성호 감독 영화에서 자주 뵀는데 ㅎㅎ 반가웠어요.
저는 김희애가 박혁권과 유아인 집 찾아갔을때가 좋더라고요. 박혁권 올 생각만 하고 집을 치우고 쭐래쭐래 나온 유아인이 김희애를 보고서는 복잡한 감정이 스치는 표정. 두 분은 어떻게 같이 오셨냐고 묻는 뜹뜨름한 얼굴. 미처 치우지 못한 복층의 난간에 걸린 속옷을 보고 보았으나 모른체 슬쩍 눈도장만 찍고 시선을 돌리는 김희애 표정, 발견하고 후다닥 치우는 유아인을 다시 분명히 보았음을 드러내는 김희애의 연기. 발목잡을때 살짝 머뭇거리지만 기어이 잡고, 번쩍 들어올리는 유아인. 다 좋더라고요. 그 좁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연기가.
이건 뭐 거의 다네요 ㅋㅋ
저도 말씀하신 디테일들 좋았어요. 썅년과 변기 장면은 놓쳤는데 대단하긴 하네요.
이게 뭐 몸싸움 수준이 임성한작품 같기도 한데 묘하게 고급스럽네요. 과하게 사용할 것 같지도 않고.
당황하지 않고 대처하는 김희애도 재밌네요. 그래 또 던지냐? 알아서 피해주마 ㅎㅎ
출연진 연기력도 상당해요. 김희애 남편으로 나오는 배우도 항상 훌륭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