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1. 집앞에 김밥천국이 생겼습니다. 한 두달 정도 전의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치김밥이 2500원이었고, 김치볶음밥은 5000원이었습니다. 조리하는 아주머니의 솜씨가 꽤나 맛있어 집에서 쉬는 날이면 종종 들르곤 합니다.

김밥천국 옆에도 밥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년정도 되었던 집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냉면과 만두, 치즈밥같은 것을 팔던 집이었습니다. 6000원에 물냉면 한 그릇과 고기를 먹을 수 있던 곳이었죠.  가끔씩 퇴근 후에 지나칠때 마다 이 동네 배달 1위라는 플랭카드를 붙인 뒤로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던 것을 보곤 했습니다.

김밥천국이 생긴 후, 그 밥집에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습니다. 점차 냉면을 팔던 집은 늦게까지 불을 켜두더군요. 김밥천국은 24시간 이상 환했습니다. 치즈밥의 가격도 천원 내리더군요. 김밥천국의 김밥은 여전히 잘 팔렸구요.

그리고 어제 저는 출근하던 길에 김밥천국 옆 밥집이 문을 닫고, 간판이 뜯겨 내려가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한 자영업자가 또 패배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김밥천국이 들어오기전, 냉면집 옆에 있던 국밥집도 그런 운명을 겪었죠. 


2. 오늘 대통령이 7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규제개혁회의를 가졌습니다. 경제부총리에게 한 차례 파토를 낼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서 준비한 회의였죠. 민간인들이 주욱 둘러앉았고. 장관들이 배석했습니다. 집권 2년차를 맞는 대통령의 어조에는 힘이 실렸고 자신감이 묻어나왔습니다. 민간인들이 규제를 하소연할때마다 척척 준비된 답을 내놓았고. 장관들과 공직자들을 당황하게 했습니다. 대통령의 말은 곧바로 지시사항으로 연결됐고, 규제 철폐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1100개의 규제가 철폐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대통령 인생에서 아마 가장 빛나는 몇 안되는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민을 위해 땀흘려 일해 성과를 얻어낸 시간이기도 했겠지요. 


3. 문득 그 생각을 했습니다. 제 집앞. 서로가 서로를 패배시키던 국밥집 주인 아저씨, 냉면집 아저씨, 김밥천국 아주머니가 오늘 회의에 참석했다면 대통령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집권 2년차. 이제 대한민국의 속살을 알듯도 한 우리 대통령은 냉면집이 국밥집을 잡아먹고, 김밥천국에게 패배하는 현실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셨을까요. 

어쩌면 대통령은 눈물흘리는 냉면집 아저씨에게 힘내시라고. 어디 어디에 가면 회생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국밥집 아저씨에게는, 김밥천국 아주머니에게는 다른 방법론이 나올 수있을까요. 


4. 대통령의 오늘 노력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정말로 국가를 위하고 나라를 위해 한 몸 바칠 애국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의 오늘 노력도 그 일환 일것입니다. 폄훼하고 싶을 생각은 없습니다. 굳이 만기친람형. 70년대 리더십과 같은 현재 대통령을 비판하는 수많은 언어유희들을 다시 가져다 붙일 생각도 없습니다. 저는 오늘 회의도 유익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사회에 뭔가 변화 지향점을 준다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하지만 거기서 그쳐버리니 항상 문제입니다.  이땅위의 냉면집 사장님이 그 뿐이었을까요. 어디인가로 다시 이사를 갔을 국밥집 사장님은 그 뿐이었을까요. 언젠가 더 좋은 식당이 옆에 나타날 수도 있을 김밥천국 아주머니는 몇 명이나 될까요. 대통령은 그 모든 것을 오늘과 같이 척척 해결 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100개의 규제를 철폐해본들, 그것이 개별적, 한 특정 사례를 위한 규제라면 우리는 영영 냉면집과 국밥집과 김밥천국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7시간은 커녕 70시간을 700이간을 이 문제에 해결한다고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입니다. 


6. 그렇기에 해결책은 더 나아가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파편화된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할 만능 법사는 아닐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좋겠지요. 그렇지만 다변화된 대한민국에서 모든 것의 해결책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눈입니다. 

굳이 저는 다시 그 눈을 반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서 저는 한국사회가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왜 우리는 현 대통령을 뽑았는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바래고 바래 이제 너덜너덜해진 그 상황들을 다시 굳이 꺼내어 복기하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7.다만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 세모녀 사건이 있었습니다.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가 빙판길에 넘어져 팔을 다쳤고, 수입이 없어진 어머니와 두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이땅위의 경제부총리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 수치와 휘황찬란한 통계들이 나열됐습니다. 


8. 저는 다른 것을 바라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해야하는 일들, 몇 천건의 규제를 철폐하고 눈물 흘리는 국민을 닦아주는 것. 그리고 경제가 살아있다는 믿음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 우리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이상 불행하게 하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국가의 모든 시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더이상 GDP 2만달러니, 747이니 474이니, 그리고 규제 몇 건을 철폐하느니 그런 특별한 상황들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9.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냉면집 사장님이 그만두어도 다시 일어날 수있도록 우리는 그를 도와줘야 합니다. 떠나가버린 국밥집 사장님이 다시 가게를 차릴 수 있도록 우리는 도와줘야 합니다. 김밥천국 아주머니가 불안에 떨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도 그렇게 될 수있기에 그러합니다. 우리는 더이상 불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땅위의 대통령이, 위정자가 그리고 공무원들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일들입니다. 


10. 우리는 행복해야 합니다. 모든 정부의 대책은 그리고 모든 대통령의 언급은 이 수사위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 위에 규제도 철폐할 수있을 것이고 성장률도 얘기할 수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입니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더이상 대통령의 주목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습니다. 아니 다시 기본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위의 헌법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동의한 이땅의 기본 질서는 우리에게 행복하라고 권고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국가에게 그것을 보장하라고 하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시작은 그것을 재확인 하는 것에서 부터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죽죽 쓰니까 비문도 많고 오탈자도 많고 뭐랄까. 오늘도 중언부언 하네요.. 그냥 필받아서 써봤습니다. 

    • 왜인지 모르게 슬퍼지네요.
    • 실패를 보듬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삐끗하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져버리는 사회가되다보니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아등바등 스스로 구축하느라 돈도 노력도 너무 많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헌법위에 군림하(려)는 자가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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