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춥군요.

막내가 서른 살, 최고령자의 나이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멤버들 30명 가까운 사람들과 스페인과 프랑스를 열흘간 찍고 돌아왔습니다. 

단체여행은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이었던 터라 현지 한국인가이드의 '사진찍고 이동합니다' 소리가 참 적응 안 되더라고요. 

대한민국 40-50대 남성들의 도저한 소주 사랑에 학을 떼기도 했고요. 대체 인천공항에서 면세 소주를 얼마나 사들고 온 건지! >.<


마드리드-세고비아-톨레도-코르도바-말라가(미하스)-그라나다-바르셀로나-아를-엑상프로방스-마르세유-칸느-모나코-니스-파리.

들른 도시만 14개네요. 진짜 대단한 일정이었군요! 


바르셀로나에서 국경을 넘어 아를까지 가는 동안에는 프랑스 미스트랄이 제대로 불어서 고속버스의 문이 계속 열리는 사고가 났죠. 그래서 원래 예정했던 휴게소가 아니라 무척 한산한 진짜 동네 휴게소에서 문 고치는 동안 30분을 쉬었습니다. 고쳐보고 안 되면 거기서 새 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는데, 다행히 고쳐져서 예정보다는 늦었지만 무사히 아를에 도착했구요. 바르셀로나 날씨가 매우 좋았어서, 거센 바람+휴게소 화장실의 열악함(양변기 엉덩이 대는 그 뚜껑이 없어요!)+음료값 비쌈(스페인에서 1유로였던 맛난 커피가 프랑스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2.5유로ㅠㅠ)의 쓰리콤보를 때리는 프랑스 첫인상은 매우 별로였습니다. ^^;; 제가 파리에 처음 갔던 20세기 이후로 프랑스 화장실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니스에서 파리로 갈 때 원래 일정은 비행기를 이용하는 거였는데, 파리 샤를드골 공항의 관제사가 파업에 돌입하여 어쩔 수 없이 떼제베를 탔어요. 

KTX 열차와 똑같아서 별 신기한 점도 없고;;; 단지 제가 탄 떼제베는 4세대라서 2층까지 있는 열차였습니다. 2층이라면 ITX 청춘, 그 열차 맞습니다 맞고요!

5시에 출발해 11시 15분에 도착하는 거라서 프랑스 대평원 지대를 지나갈 땐 그저 깜깜한 어둠만 보였던 게 아쉬웠어요. 


정말 사진찍고 버스 올라타는 일정 사이사이에도 좋았던 순간들이 있어서, 한동안 그 기억으로 힘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아를의 조용한 골목을 걸었던 순간과 바르셀로나의 마라톤 경기를 직접 보면서 거리에서 응원하던 것, 바르셀로나에서 쇼핑하라고 자유시간이 잠시 주어졌을 때 쇼핑은 팽개치고 노천 카페에서 그 동네 맥주라는 에스텔라 담을 한 잔 마시면서 멍때렸던 기억, 아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릴 때 정말 크고 환한 달이 남불의 하늘에서 우리를 계속 따라왔던 것... 그런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8시간 시차라 아직 멍한 머리를 커피로 깨우면서, 잠깐 그 기억을 곱씹고 있습니다. 밀린 일을 해야겠어요. 내일이 주말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 잘 다녀오셨어요? 서울도 내내 춥지는 않았(지만 미세먼지의 압박;)는데 어제 비오면서 급 추워지네요. ;ㅁ;

    • 우아아아아아 진짜..부럽네요 우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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