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난 15년 동안 무얼 하셨습니까?

지난 15년 동안 무얼 하셨나요? 기억나시는 게 있습니까? 저는 솔직히 기억 잘 안 납니다.

혹시 그 기간동안 꾸준히 하신 일이 있나요. 솔직히 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딱 한 가지 일을 빼놓고 말이죠. 지난 15년 간 기억나는 일이란, 꾸준히 한 일이란 이규호 2집을 기다린 것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15년 만에, 이번 생에는 나올 거 같지 않던 이규호 새앨범이, 24일 그러니까 다음주 월요일에 나온 답니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실감은 안 나네요. 저렇게 영상도 돌아다니고 있는데.


일단 저 영상 얘기를 해볼까요? 90년대에는 참 흔하던 구성과 스타일, 분위기의 노래인데 너무 반갑게 느껴지네요.

아마 저한테 반가운 얼굴이 많이 보여서 그런 거 같아요. 용준 아저씨, 정렬 아저씨, 소영이 누나...

소히 누나가 나온다고 해서 유심히 찾아봤는데 잘 안 보였죠.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자세히 봤는데...

단독샷으로 잡히는 장면이 하나도 없습니다. 편집하는 분이 실수하신 듯. 소히 누나를 한 번도 안 잡을 수가...


참 따뜻한 분위기의 비디오라고 생각합니다. 가사도 그렇고, 사람들의 표정도 그렇고.
이 풍진 세상에 아직 함께라서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당장의 소망은, 일단 월요일 7시까지는, 제가 시디를 손에 받아드는 그 순간까지는 전쟁이 나거나 지구의 종말이 오지 않는 것입니다.

뒈지더라도 시디피에 시디는 걸고 뒈졌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는 왜 15년 동안 잊지 않고 그를 기다렸을까요?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아마 처음에는 그랬겠죠. 이규호라는 가수와 그의 노래를 좋아했으니까 다음 앨범이 듣고 싶었던 거죠.

이거야 할로우잰이든 걸스데이든 다 마찬가지죠. 노래가 좋으니 또 듣고 싶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10년이 지나고 10대를 넘어 20대도 끝나고 나이가 서른이 넘어서도 이 앨범을 잊지 않고 기다린 이유는,

아마도 제가 이규호의 음악을 제가 지닌 소년의 마지막 징표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그 시간 동안 저는 단 한 뼘도 자라지 않은 거 같아요. 조금도 철이 들지 않았죠.

세상은 흘러흘러 갔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피부는 거칠어졌고 눈빛은 퀴퀴해졌지만 마음만은 그래요.

아직도 모든 게 어설프고 두렵고 막막하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정확히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이규호의 2집도 그러리라 믿었거든요. 비록 그의 나이가 40이지만 아직 대책없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티저 영상을 보니 다행이 그런 거 같네요. 정말정말 다행입니다.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너무 멀리 와버린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인 거 같아요.


짧은 환희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또 이규호의 다음 앨범을 기다릴 겁니다. 이번에는 20년 후에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때도 이규호는 그대로 이규호이길 바랍니다. 뻔뻔하지만 저도 그때까지 대책없는 소년이길 기원합니다.

기다릴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규호 형.





덧. 저 영상을 보고 감상에 젖어서 보라색 머리가 너무나 잘 나왔던 소영 누나 트위터에 들어가봤습니다.

거기서 이런 멘션이 눈에 띄었어요.


"규호 새 뮤비를 보는데 사람들이 어찌 이리 예쁘지. 나만 빼고ㅎㅎ"


제가 트위터를 안 해서 말인데요, 누가 트위터 하시는 분이 제 말 좀 전해주시길 제발 부탁드립니다.



누나, 누나가 제일 예뻐요!

    • 누나가 제일 예뻐요!


      (순둥씨빼고)



    • 어 저 괜히 눈물나요.

      이분들의 웃는 얼굴 다 모아져 있으니 어쩐지 안심이 되고 그러네요.

      요즘도 거짓말 자주 듣고 있는데...

      좋은 소식 고맙습니다.
    • 드디어 나오는 군요 이규호 1집에 제 식탁위에 지금 있는데.. 당장 주문 하면 되는 건가요.. 여기서 소영누나란 오소영 말씀이신가 보네요..^^? 알려주셔서 감사~~
    • 뮤비, 노래 정말 좋네요. 제가 가수분들 얼굴들을 몰라서.. 어디서 뵌 분들 같긴 한데.


      장필순씨 나온 것 같기도 하고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7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1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