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볼 때 재미있고 말고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이 뭔가요?(아델 스포 있어요)
제 경우는 영화를 보든 만화를 보든 책을 읽든 마음 붙일 곳이 있느냐 없느냐로 재미가 있는 작품과 없는 작품으로 갈립니다.
그 마음 붙일 곳이란 게 폭풍 감정이입 하게 되는 인물일 수도 있고(어제 본 노아의 노아),
우왕 너무 멋있어요!(반지의 제왕 아라곤) 이러면서 정신 팔게 되는 인물일 수도 있고,
굉장히 불쌍해서 아 진짜 너무 안됐잖아ㅠ 하면서 가슴을 치며 보게 되는 인물(어톤먼트의 로비)일 수도 있지만
어떤 경우가 됐든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 있어야 작품에도 재미와 감동이 느껴지고 애정이 생겨요.
(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처럼 인물의 매력과 상관없이 낄낄대며 보는 영화도 있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초등학생 땐 로즈의 처지에 무관심했는데 고등학생 때 다시 보니 성격파탄 약혼자와의 정략결혼이 새삼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식으로
나이가 들면서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서 영화에 대한 평가도 자연스레 바뀌는 경우도 있고,
좋아하는 배우가 연기를 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좀 더 쉽게 마음을 주기도 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나온 오만과 편견이나 케이트 블란쳇의 엘리자베스처럼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를 자꾸 예로 들다보니 생각났는데 킬빌의 우마 서먼같은 강한 여성 캐릭터에는 아주 쉽게 넘어가지만
그 반대급부(?)로 남자가 찌질한 짓 하는 것보다 여자가 찌질한 짓 하는 거에 더 짜증을 내기도 하고요.
그래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나 블루 발렌타인 같은 영화는 그냥 시놉시스만 읽고
아 이거 보면 혈압 오를 것 같다면서 피합니다.(영화 주인공에게 베풀 아량이 없는 편협한 인간입니다)
그리고 비중 있게 나오는 인물들 중 누구에게도 공감이나 동경이나 동정이 불가능하면 흥미와 집중력이 팍팍 떨어지는 겁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든가 부운, 그랑블루 같은 영화들은 누구 하나 마음 쏟을 인간이 없었고
그러다보니 영화 보는 내내 시계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했고요.
올 초에 본 가장 따뜻한 색 블루도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경우였습니다.
여주인공이 둘다 제 취향이 아니고 또 워낙에 남의 사랑 이야기에 감정이입이 안되기도 해서(그 불쌍한 브로크백 마운틴마저도 몰입하진 못했어요)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이 바람 피운 아델을 엠마가 "내 인생에서 썩 꺼져버려!"이러고 죽일 듯이 화를 내며 쫓아내는 부분이었어요.
애인이나 배우자의 성적 기만을 절대 용서 못한다는 주의라서 대체로 지루했던 영화가 이 장면에서만큼은 거의 통쾌함이 느껴질 정도였는데,
인물한테 매력을 못 느끼니 잔뜩 기대하고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엉뚱한 지점에서 재미를 느끼고 영화를 왜곡(?)해 버린 거죠.
듀게분들은 영화를 감상할 때 어떤 면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으시나요?
전에 없던 이야기, 뛰어난 영상미, 새로운 영화적 미술, 미장센, 속사포처럼 쏟아낼지언정 전부 귀에 들어오는 대화, 말이 없더라도 전해지는 진심어린 행동, 그리고 인간적인 실수와 아이러니가 빚어내는 사건...라고 생각하고 적었지만 결국 다시 생각해보니 전자는 감상 후 평가의 기준이고 1차적으로 감상여부를 가르는 요인은 감독 이름, 영화제 상영 및 수상여부, 주연배우, 장르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남들이 별로.. 라고 해도 난 좋았다!고 할 수 있는 변명거리를 만들어 준달까요.
저도 영화 고를 때 장르도 꽤 큰 영향을 미칩니다. 로맨스 영화나 한국 코미디는 제 마음에 드는 인물이 안 나올 확률이 높으니까요.
일단 현실이 아닌만큼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점수를 많이 줍니다.
영화와 소설을 구성하는 재료들의 함수관계가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고 보는데 그 이야기가 얼마나 파괴력이있느냐는 기준으로 영화가 재미있다 없다로 판가름 합니다.
그래서 반전 영화가 대체로 흥미를 많이 끄는데 남용하는 영화를 보다보면 그게 또 신기하게 싼티가 나버리더라구요. 그래서 전체 스토리에 적절한 밸런스가 유지되는 반전을 이용한다든지 해서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 영화가 재미있지 않을까요?
전 시나리오는 그냥 그래도 인물이 매력 터지면 상당부분 커버가 돼요. 반대로 잘 짜인 시나리오라도 인물들한테 별로 정이 안 가면 재미없다 느끼고요. 차이나 타운이나 팅테솔스가 그랬습니다.
구구절절 거창하게 적어놨는데 소장 중인 디비디를 쭉 훑어보면 본문에 해당되지 않는 작품들도 제법 있어요.
저도 오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봤어요. 레이프 파인즈 매력이 아주 폭발하더군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에서 조지 클루니의 (목소리) 연기를 볼 때랑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하는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그만큼 몰입을 하게 해준다는 것 같습니다.
우선 언어죠. 영어처럼 중간중간 알아듣는 말이 나와 주거나 광둥어나 보통화처럼 말은 몰라도 억양이 익숙한 게 흥미를 느낄 만한 최소한의 조건이에요. 한마디도 모르는데다가 억양까지 거슬리면 안간힘을 써도 집중이 안 돼요. 영어나 우리말이라도 대사를 자주 하는 배우의 억양이 거슬리면 못 보겠어요.
다음으로 특정 이름이 있지요. 이를테면, 장철 작품에 웃지 않는 왕우가 나왔다 ○, 두기봉 작품에 유청운이 나왔다 ○, 두기봉 작품에 밥상을 뒤엎지 않는 유청운이 나왔다 ◎, 두기봉 작품에 고천락이 나왔다 △, 두기봉 작품에 수트 입은 고천락이 나왔다 ○, 위가휘 작품에 정수문이 나왔다 ○, 두기봉 작품에 험상궂은 아저씨들이 나왔는데 어딘가 귀여운 데가 있다 ○, 두기봉이 위가휘 없이 로맨스 코드가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X
그리고 저 역시 마음 둘 데가 등장인물 중에 어느 한 사람이라도 있어야만 해요. 인물에서 실패했다면, 하다못해 배경 어디 한 곳, 물건 어느 하나라도 말이죠.
스토리. 리얼리티. 배우들의 연기력. 몰입도.
그리고 SF는 미래에는 꼭 있을 법한 설정. 그리고 환타지, 조폭물은 별로입니다.
저는 두가지입니다. 각본 질이 높으냐,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느냐. 둘중에 하나만 충족해도 재밌는 영화라고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