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익 굽기

올가가 나의 케익을 처음먹었을 떄 어떤 반응을 했는 지 듣고 그녀에 대해서 알게 된게 두가지 있다. 하나, 올가는 나처럼 잘 운다. 둘, 올가는 하나를 받으면 두게는 주어야 빚진 기분이 없어 편한 사람이다. 


졸업식 없는 나라지만, 이런 때는 한국식으로 그래도 뭔가 해줄거다 (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라고 했더니 헨릭은 케익을 구워달라고 했다. 그래서 헨릭이 좋아하는 사세 케익을 약간 변형해서 구워 선물로 보냈다. 다음날 만났을 떄 얼굴에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케익 정말 성공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케익은 정말 맛보고 줄 수 없는 괴상한 음식이다. 어린아이처럼 손벽치며 좋아하니, 그 케익 먹으면서 우리 엄마 울었다고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왜? '. ' 몰라, 원래 우리 엄마 잘 울어'. 그러더니 벌써 엄마는 너한테 뭘 선물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그래서 본인이 알아서 선물할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리고도 올가는 두번 더 내 케익을 먹었다. 헨릭 생일 떄, 그리고 지난 겨울, 가족이 여행가면서 내가 집을 사용하도록 해주었을 떄, 그때 이틀 지나면 송년파티하러 친척들이 모이는 걸 알았기에 적어도 디져트는 안만들어도 되도록 케익을 구워 놓고 갔다. 이 케익을 제대로 즐기려면 내일이나 모레까지 기다리셔야 합니다 란 카드와 함께. 내가 왜 그 케익을 구웠는 지 헨릭을 알고 전화를 주었던 게 기억난다. 


몇주전에 올가 생일. 둘다 아프기도 했거니와, 헨릭과 싸우는 중이어서 그냥 책한권 사서 선물로 전해드리고 만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내년에는 케익을 구워드릴께요 라고 문자를 보내자, 일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니, 라고 살짝 내가 상상못한 답변을 보내셨다. 설마요, 중간에 헨릭 생일도 있고, 크리스마스도 있고, 빨리 건강을 되찾으세요. 그러면 선물이랑 케익가지고 찾아갈께요. 라고 다시 답변을 보내자, 헨릭이 이번주말에 스톡홀름에만 가지 않는 다면 니네가 올 수 있을 텐데. 다음주말은 어떠니? 라도 답변이 왔다. 이보다 더 강하게 우리집에 케익구워 와 다오 라고 그녀가 나한테 말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는 다음주에는 제가 스톡홀름에 여행가는 데요. 헨릭은 꼭 이번 주에 가야만 한데요? 라고 답했다. 길고 긴 메시지 통화 간단히 줄이자면, '도대체 여태까지 둘이 잘 놀았으면서 왜 내가 꼭 끼어 있어야 한다는 거야, (나도 몰라, 아마 우리 수다떠는 동안 너 애보라고?) 아무튼 두 여자들 때문에 내가 여행도 못가요' 라고 투덜거리면서 헨릭은 남아 있기로 했고   초컬렛 딸기 무스 케익을 구웠다. 


소피아는 케익보다 쿠키 굽는 게 더 좋다고 한다. 빨리 구워서 당장 먹을 수 있으니까. 케익은 굽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말 제대로 맛을 볼려면 좀 기다려야 한다. 지난 겨울에 만든  Assemblage of H favorit,.라고 내가 이름뭍인 케익은 만들고 나서 이틀은 있어야 제맛이 난다. 어떤 무스 케익은 이틀에 걸쳐서 만들기도 한다. 시간이 걸리기로는 condensed  milk 켄을 그대로 4시간 끓이고 만드는 dulce de leche 카라멜 소스를 가지고 만드는 무스 케익만한 것도 없다. 사실 이런 케익들은 서서 뭔가를 하는 시간들은 짧은 데 기다리는 시간들이 긴다. 그런데 난 이런면에서 케익 굽는 게 더 좋다. 하나하나 작은 순간들을 지나가면서 이 모든 moment 들이 다 끝나면 어떤 완성된 케익이 되는 가를 생각하는 즐거움, 그 순간 순간 이 케익을 굽워주는 대상을 생각하는 즐거움. 


엄마를 닮아서 선물이도 케익 굽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세시에 올가네 가서 먹을 거란 말은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지금도 순간 순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선물이 안돼!   

    • 케익 사진이라도 보고 싶네요.선물이 참아!ㅋ
      • http://kafesaurus.egloos.com/category/%EA%B5%BD%EC%9E%90%20%EA%B5%AC%EC%9B%8C


        제가 구웠던 케익 사진들입니다.



    • 초능력자 보는 기분이에요 굉장하십니다...예쁘게 만드는 것은 둘째치고 맛내는게 너무 힘들던데요ㅠㅠ 이틀이 지나야 제 맛이 나는 케익은 무슨 재료가 들어가는지 궁금하네요!
      • 특별히 특이한 재료 때문이 아니라 이틀 지날 때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 이런 친구가 우리집 근처에 살았으면 좋겠다. ㅠㅠ

    • 저도 맛보고 싶네요!
    • 자.. 저희집 주소는요..

      저도 케잌 구워주는 친구가 필요합니다!!

      선물이 얘기 항상 잘 보고 있어요

      선물이랑 항상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제 상상에서 절반에 딱 알맞은 정도라서 기쁩니다. 케익 말이에요.


      어여쁜 가브리엘의 여러 모습들과, 마징가귀를 한 고양이를 보고 있자니 숨이 차오릅니다.


      기쁘네요.

    • 딸기무스케익. 어떤맛일지 궁금합니다.


      먹어본적이 없어서 말이죠.


      케익이랑 커피랑 함께 생각나네요.

    • 로긴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글입니다. 처음엔 올가, 헨릭, 소피아란 조금은 낯선, 북유럽스런 이름 등장에 '케익 굽기'라는 제목의 소설인가 했답니다. 제가 좋아하는 짧고 심플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전달되는 문장이어서 특히 더 좋네요. 링크 따라 들어갔다 라쉬 우베를 위한 생일 케익이란 글도 마음에 들었어요. 진짜로 나중에 한 편의 소설로 엮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1장 '올가가 내 케익을 처음 먹었을 때', 제2장 '라쉬 우베를 위한 생일 케익', 이런 식으로 상상해봅니다.   


       

    • 어휴. 전 이제 겨우 믹스로 치즈 케익 두어번 구워 본 초짜인데요. 제대로 맛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케익하려면 거품내기가 너무 힘들고 뒷정리도 힘들던데 대단하세요. 다음달에 있을 딸램 생일에 케익 구워주려고 마음만 먹고 있는데 잘 될런지.. 글 잘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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