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의 하루
어제 밤 선물이는 선물로 받은 경운기 장나감을 손에 꼭 쥐고는 두 발은 내 무릎에 대고 잠이 들었다.
담장낮은 스웨덴 집, 대문을 열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올가가 집문을 연다. 오는 버스안에서 우리는 지금 올가네 집에 간다, 올가는 헨릭엄마야 이렇게 들은 선물이는 올가를 향해 달려가더니 막상 그 앞에서는 멈추어서 뭘해야 하는 지 모르는 표정이다. 올가의 집은 꽤 큰 이층집이다. 일층은 부엌에 화장실 두개 거실을 포함한 방이 여섯, 이층은 화장실 하나 부엌 그리고 거실을 포함한 방 넷. 완전 대가족이 살 수 있는 이 집을 지금은 세명이 거의 이층만 사용하고 있다.
선물이는 뭘 잘먹냐? 는 질문을 문자로 받고서야 식사를 할 생각도 한다는 걸 알았다. 세시니까 케익먼저 먹죠, 선물이 오늘 하루종일 케익 노래 불렀어요 라고 대답했다. 이층에 올라가고, 마르크(헨릭 아빠)한테 인사하고 앞치마 두루고 요리하고 있는 헨릭하고 인사하고, 커피가 만들어지는 시간동안, 선물이는 깜짝 선물로 농장세트도 받고, 딸기도 먹고, 거실에서 선물 뜯고 풀고 놀고. 선물이랑 올가는 장난감에, 헨릭은 요리에 마르크는 축구에 정신이 집중해서 나 빼고는 아무도 커피 마실 생각을 안한다. 결국은 내가 저 진짜 커피 마셔야 하는 데요 라고 말하며 그들을 끌어들어야 했다.
초컬렛 케익 빵에 딸기 무스. 선물이는 무스만 먹고 초컬렛만 먹는 헨릭은 빵만 먹는다. 아니 이 맛있는 걸 안먹는 다니? 라고 올가는 말하는 데 나는 웃으면서 너 이럴 줄 알았지, 그런데 네 생일은 아니잖아, 라고 했다. 그리고 그래서 너 좋아하는 해물전 만들어 왔잖아, 했는 데 헨릭은 그건 디져트가 아니잖아라고 말장난을 건다. 마르크는 그런 우리가 우숩다며 웃는다.
헨릭이 남긴 무스를 먹으면서 이 케익을 어떻게 만드는 지 언제 집에서 같이 만들자고 올가는 말한다. 언젠가 그녀가 이런 무스 케익을 만들다가 망쳐서 버렸다고 들었던 게 기억난다.
케익을 먹고 나자 올가는 선물이를 데리고 이것 저것 카드놀이도 하고, 선물이가 맘에 들어하는 건 다 주겠다고 하시고, 헨릭과 보리스가 가지고 놀았던 장남감도 꺼내왔다. 머리없는 인형, 팔없는 인형, 색깔 예쁘게 칠해진 모형, 헨릭과 보리스의 어린 시절을 본다.
어느 순간 보니 올가와 선물이가 없어졌다. 어디 있나 ? 보니 일층에서 놀고 있다. 올가가 내가 볼테니 저리로 가라 해서 다시 올라왔다니까, 헨릭은 어디로 가래? 라고 묻고 나는 나도 몰라 라며 축구를 보는 그 옆에 앉아 있다가, 정말 축구 보기 싫어서, 너희 엄마가 내 아들을 빌려가셨으니, 나는 네 침대좀 빌리자며 그의 방에 들어가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방에 언젠가 내가 남아공 국립 자연공원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가 있다. 조금있다 엄마 부르는 소리에 나가보니 언제 오셨는 지 이모님도 크림빵을 사가지고 오셨고, 선물이는 벌써 크림빵 하나를 뚝딱 크림만 맛있게 잘 먹고, 올라가 숫자놀이를 하고 있다. 엄마 여기 있어 라니까 눈만 마주치고 됐단다.
타고 가려던 버스를 올가랑 선물이가 카드 놀이 하는 중이라 놓치고 다음 버스 타야 겠네 하고 올라오니, 헨릭은 장난감 정리 중이다. 이 장난감중에 선물이가 특별히 좋아하던 거 있냐는 질문에 저 탱크 라고 하자, 웃으면서 이거 소련제야. 내가 어렸을 때 이민올때 가지고 왔어, 내가 제일 좋아하던 장난감이랴 라더니 선물이 주겠단다. 그런면서 이건 조립할 수 있는 거라고, 어디서 이런거 더 큰거 봤다고 생일 때 사줄게 라고 말한다. 난 역시 엄마다. 선물이 생일 챙기는 사람이 좋다. 그가 선물이 한테 뭔가 해주겠다 말한때 그의 어투가 바뀐다. 살짝 내가 이런 걸 해도 되나 싶은 어투에, 꼭 하겠다는 의지가 섞인 다정다감한 목소리다. 선물이 주라고 내미는 탱크 쥔 손을 보고, 직접줘 라고 말한 뒤, 이 레고인형은 누구꺼야? 예쁘다 라고 물으니 누구 꺼겠어? 내꺼지. 나 줘. 가지시오 아들과 잘 노시오 라며 웃는 다. 선물이가 올라오자 헨릭이 소련제 탱크를 주고 탱크가 맘에 든 선물이는 내가 뭐라고 하기전에 탁 (감사합니다)이라고 대답한다.
집에 오는 버스가 올가 집을 지나가자 선물이 안녕 올가라고 나즈막하게 말한다.
선물이 잠이 들고 나서, 혼자있게되자 얼마나 오늘은 큰 위안이었는 지 (특히 그 전날 지옥을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때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를 너무 아프게 했다) 엄마한테 오늘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걱정마세요 라고 메시지 보내고, 선물이가 나를 혼자 내버려두고 처음보는 누군가랑 이렇게 놀건 처음이라는 걸 깨닫고는 올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냈다. 올가는 우리도 너무나 행복했다, 나랑 선물이는 좋은 친구가 될어야, 케익 정말 맛있어 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조용히 자는 아이 얼굴을 본다.
사랑한다. 그리고 이 아이가 사랑받아서 행복하다.
(여러분, 제가 이런 글을 쓴지가 꽤 되었습니다. 지겹더라도, 제한테 하나의 테라피라고 생각하시고 그냥 넘어가 주세요)
그동안 보기만 하고 댓글은 처음으로 다네요.
쓰신 글을 읽으면서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테라피의 과정을 따라가는 일이 저에게 또다른 테라피가 되네요. 계속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글은 쓰는 이유는 어떤 식의 소통인거 같아요.
케익의 여왕이십니다. 사진만 봐도 맛있을 것 같더라고요. 꾸덕찐득달달♡ (뽀송뽀송한 스타일은 아닌 거 맞지요?)
저라면 편식없이 무스쨈빵 모아서 싹싹 먹을 수 있는데요.^^
맞아요 이 케익 빵 부분은 꾸덕 찐득이에요 ㅎㅎㅎ
:)
선물이도 공룡님도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공룡님글 읽는 거 정말 좋아요. 자주 남겨 주세요.
요즘 매일 쓰고 있는 데 지겹지 않으세요? :)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도 치유처럼 일기를 쓰고 싶었는데, 제 글솜씨로는 쓴 글은 다 쓰고 나면 보는 것이 더 괴롭더군요. 그래서 공룡님이 부럽다능 ㅎ
선물이 꼭 제 조카같아요.무스만 먹고,크림만 홀랑 먹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