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알아봐 준다는 것
4회까지 정주행하면서,
오락가락합니다. 때로는 유아인에, 때로는 김희애에.
그렇게 둘 모두에 동일시되면서
만약 저라면 어느 입장이 되어도 필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것.
아니, 상대방을 거울로 하여 자기 자신을 비로소 알아본다는 것.
유아인은 지금까지 투명인간으로 살던 자신을 알아보게 하는 사람을,
김희애는 무언가 잃어버리기 전의 자기를 알아보게 하는 사람을,
어찌 휘청거림 없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그건 단순히 재능을 알아봐 주는 차원도,
젊은 열정으로의 회귀 차원도 아닐 거예요.
존재를 존재이게 하는 무엇.
전에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보고
서로의 광기를 알아봐 준다는 것에 대해,
그 유일한 존재들 간의 조우와 행운에 대해 생각든 적이 있었는데,
<밀회>를 보며 다시 그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
서로를 알아봐 준다는 것,
그 행운에 대하여.
제가 만약 선재였더라도 혜원에게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을 것 같아요. 자신의 재능과 존재가치를 알아봐주고 키워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이겠습니까. 선재는 참 운이 좋은 아이지요. 그래서 선재가 혜원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흔들리고 마음 두근거리는 게 참 공감이 가요. 드라마를 매주 챙겨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그렇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선재가 사랑하는 건 과연 혜원일까에 대한 생각도 들었어요.
혜원에 대한 감정은 착각이고, 실은 선재는 혜원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를 비로소 알아보고 사랑에 빠져버린 건 아닐까 하고요 ..
남녀관계에서 사랑의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는 나르시시즘적인 면이 있다고도 할 수는 있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더 극명한 것 같다고나 할까요 ..
암튼 질투나는 행운.
어차피, 본다는 것은,
내가 보고 싶어하는대로 본다는 의미잖아요 ..
그리고 그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문제이고.
시간이 흘러, 마음을 주고받았었던 어떤 대상에게 염증과 혐오를 품게 될 때,
그 염오의 지점은 과거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어떤 지점이기도 하니까요 ..
처절한 댓가 자체가 인생의 행운이 될 꺼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