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애바낭]이별이 두려워서 시작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렇다 할 텀 없이 오랫동안 여러 명의 사람과 연애를 해왔더랬습니다.
굉장히 주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모두 짧게 잠시 만난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너무 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20대를 거진 다 바쳐 연애한 이도 있었지요.
그 사람과는 으레 결혼을 하겠거니, 주변 사람들과 당사자인 우리 둘 모두 생각하고 있었지만
8년 째 되는 해에 몹시 불행한 일로 이별했습니다.
당시엔 내 20대를 모조리 어딘가에 빼앗겨버린듯 했고,
일도 공부도 당최 손에 잡히지 않고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울었어요.
그래도 어떻게 극복되기는 했습니다. 그 다음 연애 때문이었죠.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작은 두근댐이 매번 제 몸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사랑한다, 사랑받고 있다라는 말로 표현해버리기 싫었던 유대감과 신뢰 등,
두 사람 사이에 속속 생겨나는 '무언가'가 저에게 위안을 주었어요.
(아, 다만 이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얼마든지 좋은일이 많지만... 역시 봉합할 수 없는 갈등이 생기더라구요.
그것은 제가 사람이 덜 되어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않아서,
연인이라는 존재에 너무 의존하여서, 혹은 내 생활의 일부를 너무 고민없이 내어주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늘 이별할때는 너무 아프고 괴로웠고 후회를 했어요.
한달 반 전에 헤어진 사람과는 1년을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작년의 오늘은 우리가 봄을 만끽하며 한창 행복하던 때였지요.
꽃이 흐드러진 길을 아무말 없이 손 잡고 걸었다든가,
재래시장에서 쑥 한무더기를 사와 함께 다듬어 국을 끓여 먹었다든가 하는 기억들이
요즘 계속해서 저를 잠못들게 해요. 그러다보니 낮에도 힘들고..
날씨는 좋은데 요즘 저는 참 구질구질하네요.
이미 지난 것들은 시간때문에 많이 희석되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이별이 유독 너무나 힘든 것 같아요.
한달 반 전이라고는 했지만, 만나서 얼굴을 보며 확실히 이별에 대해 얘기한 건 보름 전이고..
한달 동안 그 사람은 저를, 저의 연락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관계의 자연 소멸을 바랐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한달을 앓고 난 끝에 저는 이전과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고요.
이전에도 이별할때 무언가 뜯겨져 나가는 기분을 느낀 적이 많이 있었습니다.
나와 그 사람은 이렇게나 밀착되어 있었는데, 서서히 떨어져나가는 것이 아니고
어거지로 뜯어낸 것처럼 창상을 입어버린 상태가 되는 거지요.
결별을 극복하고자 하는 괴로운 나날들이 지나고 나면 절로 아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마치 표피를 모두 상실한 벌거숭이가 된 것 처럼 몹시도 쓰라립니다.
다시금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같아서는 가능한 일 같지 않기만 합니다.
연애 초반의 설렘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의 안정감과,
내 편이 있다는 든든함, 아끼는 사람과 서로 만지는 데서 오는 기쁨..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다시 갖고싶습니다. 분명히 그러해요
그런데 이제는 이별이 너무 두렵네요, 다시는 겪고싶지 않을 만큼.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그런 말을 들었어요.
혼자 버티기 힘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치유하고 싶은 과거의 상처가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상처를 버티고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내가 유대감이라고 느꼈던 것은 상대방의 연민이었고
상대방의 존재가 나에게 위안이 된다 느끼면서 내가 했던 일은,
부담을 주고 나를 밀어부치는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사실 그 말을 듣고 나니 다음 연애는 더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상처라든가, 억압되거나 더러운 부분을 서로가 알지 못하게 꽁꽁 숨긴채 하는 것은
연애가 아니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렇게 해야만 상대방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다면,
모르겠어요.. 그런 연애를 과연 하고 싶은 것인지?
아무튼 시간이 더 지나보아야 알겠지요..
햇살 좋은 만우절에 너무 꾸물한 얘기를 길게 했네요.
다들 좋은 봄날 되시기를 바랍니다.
다 살아가는 감정의 철학이 다르겠지만
감정의 일치를 조합하려 너무 애쓰는 것도
두사람을 어긋나게 할수도 있겠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 사람이 그리했고 나중에는 제가 그랬고.. 서로 다른 두 인격체가 합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 터놓고 얘기하다보면 같은 쪽을 바라볼 수 있다고는 생각했었는데 결국에 그렇게 되지 못했죠. 타이밍의 차이였을지도 모르고, 서로 너무 자기에게 상대방을 맞추려했던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이런 경험이 재산이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요.
힘이 되는 연애를 하고 계시네요, 부러워요. 말씀하신대로 다툼과 화해가 다행히 관계를 보다 견고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균열을 더 벌릴 수도 있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두 분은 발전적인(?) 싸움을 하신거라 생각이 들어요. 변하지 않는 것도 없고 완전한 만족도 있을 수 없겠지만 제가 너무 나이브했던건지, 그런 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그 사람이 우리 둘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약속해왔던 것을 참 원망했어요. 그래도 얘기를 나누어보니 그 당시에 속삭였던 밀어들도, 지금 나를 떠나는 것도 모두 진심인 것 같았어요. 마음이 변한 것을 탓할 수는 없겠죠. 고맙습니다. 힘낼게요!
9년 연애했고 헤어진지 3개월 됐어요. 2달째까지는 정말 미치게 힘들더만 3개월에 접어드니까 완전히 극복했어요.
볼수밖에 없는 일이 생겨 최근 한 번 봤는데 정말 두 번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그냥 불쾌했어요.
그런 감정이 놀랍기도 했지만 반갑기도 하고 그랬네요.
어쨌든 연애만이 줄 수 있는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빨리 다른 사람 만나고 싶어요.
문제는 저란 사람이 캐주얼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종자가 아닌지라.. 최근 대쉬한 사람도 잘라버렸지만.
저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다시 연애할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음.. 그리고 최근 깨닫는 건 우리 모두는 어차피 남이라는 거죠.
서롤 이해하는 일 같은 건 사실 있을 수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서로의 곁은 지키는 건 언제나 그럼에도 인 것 같아요.
저는 그 그럼에도가 끝났기 때문에 마음이 정리 됐고요.
안 그래도 피곤한 세상인데 연인한테까지 포장질을 해야한다는 건 좀 갑갑할 것 같아요.
좋은 인연이 있을 겁니다. Zhen님도 저도. 좋은 봄 되세요. ^^
극복하셨다니 다행이에요. 아무리 오랜 세월 맘을 나누고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아도 헤어지면 다른 누구보다 더 먼 남이 되는게 연인이겠죠.. 저도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원했지만 실지로 평생 그렇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포장질이라는 것도 임계치를 넘지 않는 적정수준까지라면 필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또 막상 현실에서는 모두 나누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이해해주고 싶고 그러니까.. 끝나고 나서 후회할 일이 생기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 이제 캐주얼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들고는 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니 일단 내 자신을 먼저 추스러보자는 생각이 드네요. 힘든 일은 반으로 나누면 된다지만, 누군들 무거운 상처를 나누어받고 싶겠어요. 관계 중에 생기는 문제도 무수히 많을텐데 말이예요.
좋은 인연, 꼭 만나실 거예요! 감사합니다.
"혼자 버티기 힘들고,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치유하고 싶은 과거의 상처가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상처를 버티고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그 때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내가 유대감이라고 느꼈던 것은 상대방의 연민이었고
상대방의 존재가 나에게 위안이 된다 느끼면서 내가 했던 일은,
부담을 주고 나를 밀어부치는 그런 것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 이 부분 보면서 든 생각인데요, 저는 연인은 아니었지만 잠깐 알고 지낸 사람이 힘든 일-남편과 별거 중-을 겪고 있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들어주려고는 했지만 똑같이 느끼지는 못 하겠더군요. 그리고 그런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를 듣는 게 힘들고 진이 빠져서 멀리하게 되기도 했어요. 그 사람은 제게서 이해를 바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사람이 힘들다는 것을 머리로는 공감해도 정서적으로까지 공감이 안 되니 저도 힘들어지더군요. 저도 위안이 되고는 싶었지만 그러지를 못 하니 힘들기도 했구요. 꼭 연인관계에서가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힘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맞아요 그런듯 싶습니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위로해주는 것도 정말 큰 일에다 마음이 몹시 쓰이는 일인 것 같아요. 말하는 이는 단지 들어주기만을 바랄 수도 있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 Harper님의 경험담을 들으니 그러한 불편함의 신호를 받았던 것도 같아요. 연인이라는(혹은 친구나 지인이라는) 이유로 내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의무가 그 사람에게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동의도 구하지 않고 너무 큰 짐을 함께 지려 했던게 성급하지 않았을까요.
겪지 않았던 일에 똑같이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로 힘드셨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똑같이 느낄만큼 공감해주고 싶어했고, 그러기 위해 진이 빠질 정도로 시도했고, 결과적으로 한계를 느꼈다는 것으로 들리네요. 괜한 추측이지만 그 분도 Harper님께 위안을 받으셨을 거예요.
연애중이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고...8년째 만나고는 있네요. 글내용이 꼭 제 얘기 같아요.
그래서 못 헤어,아니 안헤어지려고 혼자 고집부리고 있는데 이렇게 자꾸 유예시키다보면 끝이 어떻게 될까 두려운데
한편으론 지금 내가 제정신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안심이 되기도 해요.
어쩐지 슬픈 상황이네요.. 자신을 위해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겠지만, 섣불리 움직일수도 새로운 방향을 만들지도 못하는 순간이 있더라구요. 지금 당장 마음이 복작대는 게 싫고 내 생활을 무너뜨리기 싫어서 해결되지 않는 잡음을 일부러 외면해버리는 일도 있고요. 그 잡음을 끝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지금 이 순간의 평온보다는 앞으로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해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