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에서 음악

제가 운동하는 곳은 거의 '방' 수준으로 작아서 운동하는 사람들의 동태도 조금만 신경쓰면 눈에 다 보이고, 어디나 그렇듯 비슷한 시간대에 보이는 사람들끼리는 눈인사 정도는 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음악 선곡이 자율이라 맘 동하는 사람이 저 엠피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쩌렁쩌렁 틀어놓을 수가 있어요. 이런 것에서 나오는 재미가 은근 쏠쏠합니다.


저는 블루투스 이어폰도 없고, 운동하면서 핸드폰을 챙기기도 애매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때면 재빨리 제 핸드폰을 꽂아놓고 음악을 틀어대는, 취향에 안 맞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겐 미안하지만 포기는 안 하는 다소 뻔뻔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기억하는 몇몇 재미있는 이야기.


- 한 때 가장 핫하고 인기많은 한국가수는 단연 프라이머리와 자이언티, 빈지노였습니다. 이건 누가 음악재생권을 쟁취하더라도 열에 여덟은 꼭 나왔던 것 같아요. 만나, 씨스루, 부기온앤온, 뭐 그런거. 이때쯤 프라이머리의 독도 꽤 인기가 많아서 --; 이 노래가 나오면 몇몇은 소리를 더 높이기도 했어요.

- 이소라 앨범 전체를 걸어놓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쇠질하면서 그대안의 블루 쩌렁쩌렁 울리는 걸 들으니 정말이지 신선하달까... 이 양반은 아소토유니언의 띵킹바츄로 디제잉의 서문을 열었쥬 -.-

- 이른 아침에 가면 라나델레이가 쩌렁쩌렁 울릴 때도 있었습니다. 스피커가 나쁜 편은 아니라 그런지, 아침부터 남자들의 땀내와 라나델레이를 같이 경험하는 것도 신선하고 좋았어요. 놀랍게도 이소라보단 더 쇠질에 적합하던 그녀...


- 사람들이 언제 볼륨을 높이고, 언제 자기 이어폰을 찾아 꼽는지를 보는 것도 사실은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지난 번 제가 음악을 틀어놓고 있을 때, 버디남남과 스크릴렉스의 노래를 틀어놨거든요. 그때 누가 쪼르르 달려가서 볼륨업을 막 하길래 아 웃긴다 내심 뿌듯도 하고 그랬죠. 근데 그 후에 제가 스크릴렉스만큼이나 좋아하는 포미닛의 이름이 뭐에요가 나오자 바로 쿨쉬크하게 자기 이어폰을 찾아 꼽더라구요...

- 사람들이 노래 따라불러주면 그것도 은근히 신나고 재미집니다. 킬러스 노래도 인기가 많고 그래요.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은근. 운동할때 듣기 좋아서 그런가봐요. 압권은 언젠가 씨비매스를 틀어놨더니 커빈목소리랑 백프로 싱크로로 목청높여 랩질을 하던 오빠... 이거 웃으라는건가?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는 또 외국인 두명이 와서 오어오오 흥얼거리더니 불후의 명곡 삐릿이 나오자, "디주히얼댓? 이츠엠제이!" 하면서 흥분하더라고요. 그럴땐 제가 다 흥분ㅋㅋㅋ 예 잇츠 엠제이.

-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한참 노래 안 틀어 놓다가 요즘 제가 로빈 띠케에 꽂혀서 앨범을 좀 돌렸거든요. 그러다 앨범 통으로 쇠질하면서 듣기엔 좀 그래서;; 요즘 듣는 노래 위주로 플레잉 걸다가 그만 켄트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켄트가 운동하면서 듣기엔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어 안되겠다 하고 범키 노랜가로 바꿨어요. 아는 분이 오더니 "해마야, 방금 튼 노래 스웨덴 애들이니? 저기 있는 사람이 스웨덴 사람인데 저 노래 되게 자기네 나라에서 인기 많대" 해서, 음 켄트는 덴마크 아닌가? 헷갈렸다가, 이어폰을 꽂고 있던 와중에 켄트를 알아봐줘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어쩐지 너가 너무 하얗긴 하더라 하면서 그를 위해 노래 하나를 더 틀어줬습니다. 스웨디시마피아하우스. 그랬더니 오 잇츠 올쏘 스웨디시! 맞어 너 들으라고 틀었어 속으로만 말하고 모른척 했습니다.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있는 곳이에요. 집에 오면서 오랜만에 켄트 앨범을 다 돌려듣게 되네요.
    • 저도 요세 아침에서 저녁시간대로 옮겼습니다


      아침보다 본격적인 분들도 많고, 운동 쉴 때마다 주변 사람들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몸 좋으신 분들 보면서 운동 욕구도 더 생기고요




      아침시간에는 8시반 10시 까지 막장 드라마 타임에 악지르는 소리를 돌비 사운드 수준으로


      틀어놓는 분들, 자기 티비 말고 제 티비까지 채널 돌아가게 하시는 채널러? 분들 때문에 속 터졌는데


      옮기니까 너무 좋네요




      열심히 운동 해요~

    • 저는 너무 제 취향으로 들어서 그렇게 못할거같아요 ㅋㅋ

      소시노래 윤하일본곡몇개 보아일본곡몇개 신화노래몇개 지금 이런식으로 매일듣고있네요


      그나저나 제목만 보고는 헬스장에 틀어놓는 노래가 듣기싫다거나 너무 시끄럽다는 글일줄...은 제가 요새 그런 생각해서 ㅡㅡ;ㅋ
    • 재미있는 곳이네요. 운동 할 맛 나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다른 사람도 좋아하면 참 기분 좋죠.


      전 헬스할때 자미로콰이나 저스티스를 듣습니당. 다같이 dance 부르면서 운동하면 재밌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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