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제주 올레. (부제: 순례는 어쩌다 고행이 되고 있는가..)


1번 코스부터 시작해서 20번 전 코스를 정복자의 탐욕으로 도전하다가,

첫날 1,2 번 코스 35 키로를 주파한 후에 깨달은 바가 생겨 조금 여유롭게 제주 전반을 돌고 있습니다. 


4월의 제주는 눈과 코에게는 극도의 쾌감을 선사해 주고 있습니다만,

도대체가 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추위로 밤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이 삐져나오게 해주는군요. 

특히 오늘처럼 흐리고 바람 심한 날엔 내가 시베리아를 걷고 있는건 아닌가 반쯤 얼빠져 중얼 거렸습니다. 


아열대에 가깝겠지 했던 날씨도 제주에게 당한 사기였지만,

올레길에게마저 사기를 당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봄날의 올레에 너무 많은 인간들로 북적대어 나의 평화로운 순례가 방해 받으면 어쩌나 걱정했건만, 이게 왠...


사람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어요...

특히 1,2 코스 때는 열시간동안 마을길 다닐 때말고는 사람냄새도 한번 못 맡아 봤습니다. 

그나마 오늘 주말의 시내와 가까운 6코스엔 저 멀리 한 두명 뒷모습은 보이더군요. 


원래 이런 건가요? 


입을 하루종일 쓸 데가 없어지니, 정신차려보면 들꽃과 돌담들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ㅜ.ㅜ



    • 배낭 메고 비바람 맞으면서 종일 혼자 걷고온 저에게 같은 게스트하우스 묵었던 분이 왜 여행을 안하고 고행을 하고 있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제가 갔을땐 워낙 비수기이긴 했는데, 유명한 코스 쪽으로 가시면 사람이 그렇게 없진 않을거예요. 전 사교적인 성격이 못되어서 그런지 차라리 혼자 걸을 때가 좋았습니다만..  

      • 저도 낯을 좀 가리는 편이라, 너무 많은 들꽃 돌담 친구들이 생겨서 좀 그렇더라구요..
    • 아. 담주 제주도 가는데 날씨 좋았으면 좋겠네요. ㅠㅠ
      • 날은 지금도 괜찮아요. 생긴 건 화창하고 아름다운 봄날씨와 닮았는데, 바람이 단지 시베리아풍이라서 그렇죠. ㅋ
    • 제주주민은 아니고 자주 여행가는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원래 가을빼면 나머지 계절은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들었네요.


      저도 봄에 여행갔다가 제주의 칼바람에 싸닥션만 원없이 맞고왔던 슬픈 기억이...(..);;;;

      • 칼바람에 싸닥션.. 어제의 상황을 설명해주는 전문용어가 이미 있었군요. ㅜ.ㅜ
    • 전 제주도 가면 그냥 걷고 싶은 길만 따라서 걷다가 버스타고 이동해서 밥먹고 쉬다가 또 걷고 바다보고 차마시고... 그렇게 다녔어요.

      추워지면 무조건 서귀포로 갑니다. 얼마전에 다녀왔는데도 부럽네요. 무얼 하든지간에 즐기시다 오세요.
      • 처음엔 순례형으로 무작정 걸으려다가 지금은 그런 식으로 편하게 가고 있습니다. 제주는 해안 일주 버스라 그런지 그 자체가 하나의 근사한 여행인거 같아요.
    • 제주 개바람이라고 하지요 ㅋㅋ 가만히 있는 내게 싸닥션을 날리고 가는 바람!

      지금이 아직 올레길은 비수기이기도 하고 유명코스 아니고는 올레길 자체가 사람이 북적북적한 길이 아니예요. 어쩌다 두세명 만나고 시내로 들어가는 길 있으면 유와 사람이다! 그러는 정도 ㅎㅎ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서 같이 걸을 사람 구해보는 것도 좋고요. 저도 내일 제주도 가는데 서귀포 쪽으로 가시나보군요:-) 성산 오시면 심심하신 여행객께 차 한잔 대접해 드리죠 ㅎㅎ

      안전히 여행 잘하시고 너무 무리하게 걷진 마세요. 전 안내키는 날엔 낮술 먹고 퍼져자고 했는데 그것도 꽤 기억에 남더군요 ㅎㅎ
      • 봄의 올레가 비수기였을거라고는.. 아 성산에 오시는군요. 저도 어제까지 계속 그 근처에서 알짱 거리다가, 소심한 연인들도 아니고 도대체 왜 진도를 못 나가는거니 하며 서귀포 쪽으로 왔어요. 혹시 이 방향으로 오실 일 있으시면, 차 받고 밥 더~ 그러고보니 올레에서 낮술 먹고 퍼져버리기도 한번쯤 도전하고 싶은 항목이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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