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필로미나의 기적
금요일에 많이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얼마나 얼굴에 쓰여있었는 지는 몰라도 금요일에 한 2분 얼굴 본 마데가 저녁에 늦게,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뭐 지금 레파토리가 다 비슷하니까요) 위로의 말과 함께 토요일에 자기집에 오겠냐고 문자가 왔습니다. 벌써 오후에 헨릭이랑 차마시기로, 또 저녁에 친구가 생일이라고 초대해 주었어요 라니까, 정말 다행이나 난 또 네가 난 혼자야 하면서 있을 까봐 걱정이다 라고 답문까지.
헨릭은 이제부터 다섯번은 저한테 커피를 사주어야 합니다. 제가 추천인이 되어서 원하던 직장을 잡았거든요. 지난 화요일에 담당자랑 통화도 했고, 길게 말할 수는 없는 데 아무튼 제가 생각해도 너무 답을 잘해서 너 직장 잡으면 커피 다섯잔 이라고 했는데. 어제 시내 도서관에 앉아 있으니 찾으로 오라는 데 정문으로 나오라고. 나가자 말없이 책과 카드를 줍니다. 왠 책? 카드에 감사의 마음으로 라고 끝말에, 왜 감사한데 라고 하자, 나 직장 잡았다. 순간 .... 헨릭 왈, 내가 왜 너를 도서관 안에서 만날 수 없었는 지 이제 알겠지? 커피마시다 중간에 저보고 , 그렇게 좋아? 라고 물어봅니다. 응, 좋아.너한테 커피 다섯잔 얻어 마실 생각을 하니까 너무 좋아.
금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알았던 헨릭은 사실 제가 힘드니까 만나지 말자고 하는 데 왠일로 그러지 말고 만나자, 날씨도 좋다, 만난지 오래다 라고 계속 졸랐거든요. 원래 이런 말을 안하는 사람이라, 못이기는 척 넘어 갔는 데, 분명히 자신의 기쁜 소식을 들으면 방방 뛰면서 다른 건 잠시 잊을 저를 알고 졸랐나봅니다. 저보고 우리 가족 빼고는 너한테 처음으로 말하는 거다 라고 생색내면서 말하더군요.
저녁은 에밀리 생일. 에밀리도 지금 직장 잡았을 때 제가 추천인이 였습니다. 완전히 저 100%의 확률이군요.
여긴 참 생일 우습게 여겨요. 그냥 대충 지나갑니다. 20,30, 40 이런 큰 생일 아니면
생일 선물 가지고 집에 가니까 딸아이가 저랑 똑같은 스타일로 머리를 잘랐네요. 제가 너랑 나랑 이모 조카하면 딱 맞겠다 (스웨덴에서 이런 표현 안써요) 했더니 잠깐 동그랗게 눈을 뜨더니 우리 엄마를 많이 사랑해서 이모인가요? 라고 묻더군요.
아, 언젠가 저보고 이 아이가, 커피 공룡 나는 당신이 다른 나라에서 온 걸 알아요 라고 말했어요.
응 그래 라고 답하자,
그리고 나는 당신이 나를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도 알아요 라고 대답하더군요.
제가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나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이나 똑같은 사실이라고 말하는 아이가 너무 예뻤어요.
밥먹고 에밀리, 울로프 저 셋이서 필로미나의 기적을 봤습니다.
좋았어요.
전 예전부터 스티븐 쿠건을 은근히 좋아했는 데 요즘 이 사람 영화가 많이 나오네요.
간만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집에 가기 전에 에밀리가 저보고 누가 자기한테 다정하게 하면 좋다가도 가끔 슬픈 마음이 살짝 들때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다정함을 주어야 했던 사람들이 주지 않았던 게 기억이나서.
제가 네가 하는 말이 뭔지 정말 잘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며칠 전 누가 따뜻한 한마디 아무 다른 생각 없이 해주었을 때 갑자기 울음이 터지면서 이틀은 울었거든요.
금요일일은 아직도 저한테는 그림자처럼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순간 순간 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이것도 기적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