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이지 못한 글의 묘비들.

이번 게시판 개선에서 있었던 일 중, 저장함에 저장되어 있던 글들이 영면하는 참사가 있었습니다. 어떤 글이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회원정보의 작성 글 보기에서 조회수 0인 상태로 묘비가 남아 있더군요. 넋을 기리는 마음으로 어떤 내용을 쓰려 했었는지 정리해봅니다. 어느 정도 쓰였던 글도 있었지만, 이렇게 된 걸 복구하기는 힘들겠습니다.


2012. 5. 21 ~ "작가 어그로"

- 상당히 진전 되었던 글로, 세 문단 정도 썼던 듯 싶습니다. 작가에게 어그로를 먹는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어떤 특성을 가지면 작가에게 죽임을 당하는가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귀엽거나, 모든 행복을 줄 수 있다거나, 착하다거나 하는 설정이 쌓이면 쌓일수록 위험해진다는 그런 이야기.


2012. 5. 21 ~ "듀게의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

- 늘 구상에만 머물던 아이디어로, 느리고 관조적인 어조로 듀나의 영화낙서판이 폐쇄에 이르는 것을 그려보려고 생각했습니다. 멸망 직전의 듀게 시퀸스로 가끔영화님의 글만이 게시판 몇 십 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2012. 5. 22 ~ "교과목을 하나 늘릴 수 있다면"

- "상상"이라는 과목을 하나 계설하고 싶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과대평과한 결과로 상상하는 방식의 개발을 통해 우리가 하지 못하는 상상 형태를 가르치려는 형식이었습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머리 속에서 오감으로 그려낸다거나, 입체적인 개체를 떠올려 회전시킨다거나, 촉감이나 후각을 상상하고 분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거나, 눈 앞의 특정 공간에 보이도록 환상을 구체화 한다거나(귀에 들리도록 환청을 구체화하는 것처럼), 여타 "어른은 못하지만 어린이는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하게 하는"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이미 할 수 없도록 된 것을 가르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글.


2012. 7. 4 ~ "DJUNA 클리셰."

- 듀나님의 소설에서 듀나님이 무언가를 빌려왔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에서의 반복되는 주제들을 모아서 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마 임시 저장에는 몇 가지 떠오르는 키워드들로 차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 중 하나는 "몸에 영향을 받는 정신"이었을 겁니다. 적어도 다섯 가지 정도는 짧게 적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적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2012. 7. 29 ~ "[책바낭] 여행기를 읽으며 7, 80년대를 재구성 해보기."

- 상당히 많이 썼을 겁니다. 적어도 5 문단? 당시 읽었던 책들이 특이하게도 70 ~ 80년대를 배경으로 쓰인 책들이 많아 내용을 날줄로 엮어 어떠한 그 분위기를 그려보자는 취지였는데 그게 무슨 책들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아마도 <사색기행>과 <투바>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사색기행에서 AIDS에 대한 미지의 공포로 휩싸인 뉴욕을 그린 적나라한 르포가 (그와 또한 동성애자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함께) 일본인의 입장에서 써 있었고, 투바는 음.. 잘 모르겠네요. 어쨌건 뭔가 손에 잡힐듯 하는게 있었는지.


2012. 9. 12 ~ "자기 긍정과 자기 부정."

- 무슨 내용인지 떠오르지 않네요. 시소 타기 같은 거였는지, 비율 문제였는지, 역설이었는지.


2012. 9 . 23 ~ "하늘을 나는 물고기"

- 아주 조금 썼던 것 같아요. 하늘을 나는 물고기라는 이미지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생각해보는 글이었죠. 특히 고래가 하늘을 나는 것은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환상입니다. 이런 것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는, 그리고 여기 저기서 많이 나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2012. 10. 27 ~ "괴롭지 않은 외로움."

- 한 때 허세에 가득찬 제가 외롭다는 감정을 곰곰히 생각한 내용을 썼던 듯 싶습니다. 이걸 언젠가 등록하리라 마음 먹고 있었지만, 결국 괴로운 외로움을 써 냈네요.


2013. 7. 29 -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2"

- 근 8문단은 썼던 것 같습니다. 처음의 무엇을 했는가?에서 한달 쯤 된 시점에서 한 달 간 어떤 걸 했는지 이것 저것 찾아서 글로 만들고 쓰다가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미완결로 남겨두었다가 그대로 납작하게 목록에 늘어붙어버리고 말았네요. 이제는 어떤 문제 제기를 했었는지 어떤 글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잠깐 떠오르는 제 기억에 의하면 아마 이 때쯤 미국과 중국을 방문했고, 국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답해야할만한 정치적 문제들이 산재했던 쯔음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적당히 정리해서 한 켠에 묻고 떠나보냅니다. 안녕, 글들아.

    • 하늘을 나는 물고기 이미지는 생각해보니 재밌네요. 한가해 보이면서 신비로운.

    • 아이디어가 다 괜찮은데요


      저도 한번 개요작성부터 시작해서


      좀 알차게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호레이쇼_ 그렇다고 신화에서 본 기억은 없고, 전설이나 민담에서도 봤다는 느낌도 없고, 도시 괴담 같은 것도 아닌 듯 싶고. 바다 속을 떠다니는 것을 하늘을 유영하는 것과 의식의 흐름으로 이어붙인게 아닌가 싶고. 다른 무엇보다 고래와 같은 [거대한 생명체]가 한 눈에 다 보이도록 선명하게 보인다는 그런 두근거림 때문인지 싶습니다. 앱범 표지 등에서도 봤던 것 같은 착각도 있어서 뭐가 뭔지.




      흐흐흐_ 저는 필이 꽂히는 대로 쓰는 타입이라, 뭔가 써야겠다 싶어서 그 때 막 써내지 않고 내버려두면, 나중에 겨우 겨우 흥을 맞춰서 좀 이어 쓰다가 전체 구색을 잡거나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 써요. 개요작성을 한 적은 딱히 없고, 저릿! 하는 주제를 적어놓고 내용을 적어내려가다 끊긴 글들이에요.

    • 상상 수업 좋네요. 하지만 상상 조차 규칙이 생기고 시험이 생긴다면... 하고 끔찍한 생각을 해보고는 절레절레. 읽고 싶은 내용이 꽤 있네요. 다시 써주세요~~

      • 무시험, 무평가 과목으로 만들어야겠죠. 예체능 과목이 한국 초중고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생각하면 실효성은 한없이 떨어지는데다 그런 과목을 만들면 그걸 시행한 교육부장관이 경질될지도ㅠ. 아쉽지만 이 글로 이 글들에 대한 미련을 떠나보냐는 터라 완전히 새로 쓰지 않은 이상 다시 쓰긴 힘들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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