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끓는 사람들

 어느 공개게시판이나 강의 따위에서 큰 싸움, 혹은 토론 따위가 벌어지면 자기도 한 마디 거들고 싶어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구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평소에 관심이 없어서 딱히 거들 말도 없어서 가만 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견해가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참전신청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키보드배틀을 하다가 죽으면 무슨 발할라 같은 데 가서 살도 안 찌는 포테토칩을 제공받으면서 추적 안되는 민번으로 디씨에서 악플달면서 최후의 키배성전 라그나뢰크를 준비한다! 같은 종교적 신념 같은 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최대한 세련되고 조리있고 쿨한 척 하면서 남의 의견을 반박하는 데서 오는 승리감? 자기 과시 의식? 의견이 같은 사람들을 찾아서 패로 갈리어 나뉘어서 한 편의 지지자들이나마 확보하고 싶어하는, 동의받고 싶어하는 마음? 

 아무튼 저 같은 사람들 (지금 논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 저같은 동인을 가지고 논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진정한 제 동류는 사실 거의 없을지도 모르죠.)은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논쟁글들이 하나도 안 불편하고 그냥 재미있기만 합니다. 어디서 큰 싸움이 벌어지면 발단부터 전개, 결과까지 수시간에 걸쳐서 싸그리 훑어보고 있고... 그렇다고 주먹으로 하는 싸움박질이나 공놀이는 하나도 안 재미있는데 이런 건 무지 재미있네요. 아, 근데 이런 걸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저에게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그래서 오딘을 기다려야 합니다.
    • 재미있으시다니 부럽네요. (비아냥 아니라 진심으로)
    • 이 나라 사람들의 가장 기본적인 기쁨은
      "너, 이거 모르지?" 하는 우월감이며
      그것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인터넷...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의 한 구절이에요.
      저 역시 여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네요.
    • 그리고 오늘 새벽에 세렌디피티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오더군요.

      그리스 인들은 죽은 사람을 두고 부고 따위를 쓰지 않는다.
      오로지 한가지 질문을 던질 뿐.
      그는 살아생전에 열정적이었는가.
    • 제 댓글 두개가 완전 딴 소리 ㅋㅋㅋ 죄송해요.
    • 예전에 어떤 분이 글도 쓰셨는데요, 이제 다 귀찮아요. 전투력이 낮아졌나봐요.
    • 제가 보기에도 지성이니 교양이니 운운하면서 그에 걸맞는 포용력이 없는분들이 대부분인거 같습니다..
    • 러시/ 어머! 이사카 코타로가 한국 이름이었군요 ㅎㅎ
    • 원인어밀리언/ㅋㅋㅋ저도 깜짝 놀랐다니깐요 ㅋ 어쩜 저리 똑같냐 싶어서 ㅋㅋㅋ
    • 뭐 별거 있습니까 여기도 수많은 용사들이 명예점수를 얻기 위해서 발에 땀나도록 뛰는 전장의 한가운데일뿐이죠.
      듀나게시판 서버 제1전장군 '격노의 전장' 키배노래협곡같은 느낌이군요.
    • 그러면 로한군을 기다려야겠군요.
    • 명박산성 이후로 많은 분들의 전투력이 소모된 게 아닐까요? 소통이 안 되는 상황에서 떠들다보니 지쳐버린 게 아닐런지...
      가카와 그 주변은 수없이 많은 떡밥을 뿌려대고, 싸워봐야 그들은 들어주지도 않고, 이런 악순환이 결국엔 산성 앞에 지쳐버린 겁니다.
    • 배설의 쾌락을 추구하는거죠. 머리에 찬 똥을 뱉어내는 행위.
    • 자기표현욕의 일부로 봐요 저는.
      그래서 이런 종류의 키워나 키배가 벌어지면 종종 보게되는 '게시판의 화목을 해치므로 나쁜 행위'라는 시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아울러 '그러므로 자삭(스스로 삭제)하시죠' 라는 권고 역시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구요.

      단순히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기피하는 입장을 넘어서 '커뮤니티내 반목되는 입장을 분쇄하고 흔적을 지워야 한다' 라는 생각은,
      이렇게 말하면 좀 지나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G20이랍시고 '선진국 님하들이 보시기에 흉물스러운 것은 모두 치워라' 라는 발상이랑 비슷한 면도 있지않나싶어요.
    • nobody/ 흔적을 지워야한다는 생각, 까지는 끄덕끄덕했는데 뒤에 비유는 좀 앞서나가신것 같네요.
    • 완전 딴 소리 하나 할게요.
      대체 왜 G20씩이나 하면서 길바닥 은행열매 안치우죠?
      국격을 그렇게 신경쓴다더니 냄새가 진동 ㅠㅠㅠㅠㅠ
    • 일리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게이로서 어제 오늘과 같은 글들은 굉장한 분노와 상처를 야기시킵니다. 저런 몇몇 글들을 보면 며칠 간 기분이 더럽고, 살의가 느껴지기도 해요. 누군가에겐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거나 배설하는 글이 될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오랜 시간 동안 낙인처럼 사라지지 않는 글들이 됩니다. 그래서 더 분노하고 싸우는 거고요.

      길가다가 뺨맞고 욕설을 당하면 기분이 어떨까요. 그것도 자신이 오랫동안 다닌 곳이고 편하게 여긴 공간에서라면 더욱 그렇죠.
      사실 위에 몇 분들의 댓글도 또 다시 상처가 돼요.

      아...결국 그런 옹호하는 글들은 역시 저런 의도였던 건가라는 생각마저들고요. 마치 동인녀들이 게이들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위한 인형처럼 다루어서 불쾌하다면 이 글이나 일부 댓글들을 보면 게이가 또 다른 의도로 이용되는 건가 싶기도해서 서글퍼지네요.
    • 키배도 키배 나름이고요. 이번 건은 시작은 몰라도 결국 항원 항체 반응이었는데 열이 좀 나야죠.
    • 어쩌면 일종의 실험이나 연구를 위해서...
    • 무슨 말을 하든 논쟁이 되지 않는 것보다는 논쟁을 통해서 의미있는 변화들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상대를 존중하느냐가 문제겠죠.
    • 쿨한척 하는것보다는 뜨거운게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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