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게에 혹, 출판업계에 종사하시는 분 계시나요?
나이 28에 지방대 졸업에 1년 동안 취준생으로 있으려니 무척이나 좀이 쑤시네요.
혹독한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 왔음에도 불구, 제 마음의 봄은 언제쯤 오려나요.
문과의 취업은 나날이 치열해져 가고, 그만큼 어두운 방바닥에서 먹는 소주 한 잔은 시큼해져 갑니다.
오늘도 불합 통보를 받고, 문득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해 보았답니다. 아니 28살에 이런 고민이라니 나란 사람도 참..
어쨌든 내가 무엇을 좋아했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도서관만큼은 참 좋아했구나 라는 결론이 들었습니다.
학교 도서관이나, 지역 도서관이나 어딜 가서도 도서관만큼은 참말 눈길 가는대로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굳이 책을 빌리지 않아도, 읽지 않아도 그곳에 들어서면 오래된 질감의 종이들이 수북히 쌓여있는 느낌은
마치 주말 오전 공원 벤치에 앉아 쬐는 따사로운 햇살이 주는 아늑함이랄까요.
물론 책 읽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했구요.
잡설이 길었네요.
어쨌거나 글의 요지를 이제서야 말하자면 '저도 책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라는 거예요.
출판편집자, 출판마케터 이런 명함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는게 좋을까요?
참 많은 시련이 있을 것 같아요. 박봉이니, 열악한 상황이니 이런 말들을 참으로 많이 들었는데, 사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을 제외하고 '인문학의 비참한 현실'이라는 타이틀 아래
어디 열악한 상황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요. 예전부터 생각했어요. 내가 누리는 이 사회에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는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책 만드는 사람이 그런 직업 중 하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출판업계에 다니시는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_^
제가 직접 몸 담고 있지는 않지만 이래저래 얻어 듣는 게 많아서 일단 댓글 답니다. 말씀하시는 걸 봐서는 전공이 인문학 쪽이신 것 같고, 아마 희망하기로는 기획이나 편집 쪽이실 것 같은데. 음. 일단 신입은 취업 자체가 굉장히 힘듭니다. 아주 영세한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단 경력이라도 쌓고자 시작하면 초봉이 1500 내외인 것은 감안하셔야 하고요(야근 시간 따지면 최저시급도 안 되는 수준). 그나마 문이 넓은 건 문제집, 학습지, 학습서 출판사 쪽인데(아니면 아동 쪽이 그나마 수요가 있고요) 이쪽 일은 아마 지금 생각하시는 그런 출판 편집자의 길과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을 겁니다. 출판사들은 굉장히 보수적이라서, 일단 처음 시작이 문제집이면 이걸 인문학 쪽 출판사로 돌리기는 굉장히 힘들어요. 경력으로 인정이 거의 안 되죠. 거칠게 말하자면 문제집>학습서>아동서>문학, 인문서 순으로 계급화 되어 있달까요(자기계발서나 실용서는 아동과 문학 사이 어디쯤 있을 거고요). 지금 민음사가 국내 최대 규모 출판사인데(그래봤자 150명 정도 규모), 거기서도 최근에 대량 해직 사태가 있어서 약간 시끄러웠었죠. 듀게에도 글이 올라온 적 있고요. 출판계는 항상 어렵다 말하지만, 정말로 어려운 게 맞고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누가 한다 그러면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길이에요. 나는 책 좋아하니까 출판사 가면 어떨까. 이런 막연한 생각은 스무살 이전에나 할 수 있는 거죠. 실제로는 책 좋아해서 갔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후회합니다. 좋아하던 게 일이 되면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되거든요.
그래도 정 뜻이 있으시다면 출판 아카데미 같은 데를 확인해보세요. 실제 구인 구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시면 북에디터 사이트를 참고하시고요.
ㅎㅎㅎ 짧게 말해서 그냥 오지 마세요.
책 만들어서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상은 불쏘시개 만들면서 전세계 나무들에게 사과해야하는 입장이랍니다.
나무야 미안해!
ㅋㅋㅋㅋㅋ
긴 쪽지를 쓰다가 그냥 여기 댓글로 간단하게 달게요.
출판업계는 '정말' 열악합니다. 트위터 대나무숲 중에 출판사 대나무숲이 가장 먼저 생긴 걸 기억하세요 ㅋㅋㅋ
애초에 시장 자체가 크지 않고 돈이 잘 안 도는 판입니다. 연봉, 복지, 그외 근무 조건 모두 너무너무 열악한데 당사자들이 '그래도 나는 지식노동자''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이런 생각하면서 버티니까 굴러가는 겁니다.
취업 준비 과정이 힘들고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시고 다른 업계를 찾아보심이 어떨까요.
댓글 단 김에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이래봬도 꽤 잘 나가는 편집자입니다.
판매부수만 치면 경력 두 배되는 어지간한 편집자 10명 어치보다 더 팔았습니다.
이익률만 치면 서너 배는 더 될 거고요.
꽤 괜찮은 경력이지만 먹고 살기 녹록치 않습니다.
이 분야도 결국 경쟁사회라 의미있는 책보다는 잘 팔리는 책이 최고입니다.
'의미있는 책'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책이라면 차라리 오래 전에 출판된 고전들만 봐도 충분하죠.
내고 싶은 책 묵묵히 내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 같지만 안 그렇습니다.
애매하게 소모품으로 쓰이다가 도태 뿐... 대체할 인력들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결국은 팔리는 저질 책 내는 사람 소수만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시장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요.
저야 업종 변경하는 중이라 맘놓고 이야기하지만, 많은 편집자들 속은 썩어들어갑니다.
영혼을 버리고 인기를 쫓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마세요.
"출판업계에 다니시는 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다음 팟캐스트를 참조하셔도 좋겠네요. 특히 7회 "출판 노예 12년"요.
뫼비우스의 띠지 : http://www.podbbang.com/ch/6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