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를 보고, 페티시즘에 관한 잡담


발레가 귀족들의 포르노였다는 말을, 밀회를 보며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겐 밀회가 페티시즘의 총 집합체(...)라고 느껴질 만큼 수 많은 페티시즘을 자극하는데, 밀회는 그것을 무척 은밀하고도 능청스럽게 표현해요. 

쥐덫 끈끈이 장면에서의 발은 노골적이긴 했지만 그래서 더 귀여웠고,

문 앞에 김희애를 세워놓고 걸레질 하는 유아인의 뒷태, 가까이 가면 페로몬을 퐝퐝 풍길 듯한 유아인의 젖은 티셔츠, 피아노 치는 손, 단정하게 묶어 올린 포니테일.

그 중에서도 저는 피아노를 치며 길게 뻗는 손가락들이 나올때마다 무척 설레요..

얼마 전 지인과 페티쉬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제가 손 페티쉬가 있다는 말을 했더니 대부분 여자들은 어느 정도의 손 페티쉬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본인의 전 여자친구는 자기 손을 너무 좋아해서 볼 때마다 물고 빨고, 잘 때는 손을 끌어안고 자기도 했다고...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기에 움찔 했습니다. 정말 여자들은 남자 손에 어느정도의 페티쉬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문득 궁금했던 건 유아인의 손 대역이 있을까 하는 거였어요. 다른 장면에서 보면 손가락이 길쭉하고 마디가 적당히 굵은, 제 기준에서 남자들의 예쁜 손은 아니더라구요.

어느 정도 살집도 있고, 어린아이의 손 같달까. 근데 그래서 오히려 이선재라는 캐릭터의 덜 여문듯한 싯푸른 청춘이 잘 표현되기도 해요.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밀회는 제게 괴물 같은 드라마라는 인상을 심어줬어요.

다른 드라마에서라면 으레 소모되고 말았을 조연들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살아있고, 대사도 살아있죠. 

특히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는 이렇게 섬세한 결들을 어떻게 다 살려낼까 하며 압도 당할 때도 있구요.

안판석 감독님의 다른 작품을 한 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 이 드라마의 페티쉬적 요소들은 제겐 어필되는 것이 전혀 없어서 그쪽으론 와닿는게 없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얽혀있는 이야기적 재미로만 보게 되네요


       

    • 드라마 <밀회>는 보고 있지 않지만 여자들이 남자들의 손에 느끼는 손페티쉬에 대한 언급을 보니 힐러리 클린턴의 인터뷰가 딱 떠오르네요. 젊은 시절 빌 클린턴과 데이트를 하면서 사랑에 빠질 때 힐러리 클린턴이 빌 클린턴의 아름다운(?) 손에 매혹되었다고 공중파 인터뷰에서 털어 놓더군요.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기거나 필기를 하는 빌 클린턴의 손을 하염없이 바라봤다고 합니다. 2008년 미대선 민주당 경선전에 선거를 대비해서 치뤄진 인터뷰였는데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달이나 여러 염문설에도 불구하고 빌 클린턴을 여전히 사랑하고 삶의 동반자로 여긴다는 게 주된 포인트였어요.



      발레의 시작이 포르노 혹은 일종의 스트립쇼였다는 것을 영화 <노스트라다무스>에서 확실히 보여주더군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노스트라다무스>는 범작에 불과한데 돌림병이 창궐하는 16세기 유럽의 풍속을 깨알같이 보여줘서 그걸 찾아보는 재미가 솔솔했어요. 포르노로 소비되는 16세기 길거리 발레도 확실히 보여줍니다.
    • 그냥 유아인 손이라고 믿고 싶어서 굳이 확인은 안했는데 손 대역도 있겠죠?

      연출가는 피아노 연주 다 실사라고 하는데 손만 보이는 장면도 그게 다 배우 것이란 소린진 모르겠네요.그래도 어느정돈 치나봐요.신통방통 두 사람.

      저도 이 드라마 무척 야하게 느껴져요.시청자와의 밀당도 잘 하는 듯.
    • 동감해요. 두 주인공 모두 서로의 신체에 대한 페티시가 있는데, 묘하게 대칭적이죠.   


      선재는 혜원의 발,(종아리, 구두)에 대해,  혜원은 선재의 연주하는 손에 대해.  


      연출은 그걸 과하게 담지 않되 은밀함을 부여해서 감각적이라고 느꼈어요.  다운된 톤의 화면으로 정물처럼 건조하게 잡는 대신, 집안의 기물들 뒤라던가, 다른 사람의 어깨 너머에 숨어 관음하듯 카메라의 시선을 배치하더라고요.  고수에요.

게시판 2012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462,406 01-31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147,940 12-31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122,150 04-01
130354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0 187 12-31
130353 아바타 3를 보고 유스포 2 192 12-31
130352 [핵바낭] 올해 잉여질 결산 잡담 14 334 12-31
130351 아바타: 불 과 재 보고 왔어요 짤막 소감 6 228 12-31
130350 [영화강추] '척의 일생' 8 249 12-31
130349 흑백요리사 2 8~10회, 싱어게인 4 탑 4 결정 6 285 12-31
130348 Lacombe Lucien(1974) 7 131 12-31
130347 [관리] 25년도 보고 및 신고 관련 정보. 15 324 12-31
130346 Isiah Whitlock Jr. 1954 - 2025 R.I.P. 2 138 12-31
130345 [왓챠바낭] 우편배달부 말고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잡담입니다 12 267 12-31
130344 [넷플] 말 많고 탈 많은 '대홍수' 드디어 봤습니다 14 453 12-30
130343 [반말주의] 다들 올해 고생 많았어!! 새해 모두 건강하고 복 터지길 바래!! 12 186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