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법과 여진구, 노동시간의 문제

돈 주면 옷 갈아 입을게요... 알바의 소심한 반항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78540&PAGE_CD=N0001&CMPT_CD=M0016 


아침에 이 기사를 읽었습니다. 노동 조건은 지난 10년 동안 점점 형편없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지더라고요. 

대형마트에서는 협력사를 착취하고, 근로계약을 30분, 15분 단위로 체결해서 짜투리 시간들은 돈을 안 주고... 계약직원들이 지각을 하면 지각비를 걷으면서, 재고정리 같은 잡무를 무임금으로 시킨다거나 하는 기사들, 이런 기사들은 이제 너무 쏟아져 나와서 웬만한 충격에는 놀라지도 않는 수준이 됐어요. 얼마 전 만난 선배는 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있는데-잘나가는 사교육 강사인데, 사교육 강사를 채용해서 특별수업하는 게 낯설지 않은 학교 풍경인 듯 하더라고요-그 선배는 강사 계약을 분단위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계약서를 보니 1분당 얼마씩 지급한다...라고 되어 있었다며.... 자본이 노동을 쓰는 방법은 점점 교활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세 김수현과 문화는 제일 잘 한다는 CJ, 미성년자라서 왠지 모르게 짠한 여진구가 얽히고설켜서 정신없는 영화 [권법]을 둘러싼 폭로전을 좀 따라갔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은 빼고 제가 걸리는 부분은, 제작사에서 낸 공식입장에서의 이 단락입니다. 


그런데 계약을 체결하고 언론에 캐스팅 기사까지 보도된 직후인 3월 3일경 여진구씨 소속사 매니저인 김원호 이사가 4월말 '감자별2013QR3'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른 작품을 추가로 하고 싶다며 영화 '내심장을 쏴라'라는 작품을 저희에게 언급했습니다. 

이에 대해 감독과 제작사 측은 배우 여진구씨가 작년부터 올해 4월 말까지 거의 매일 촬영하다시피 하는 시트콤 촬영이 끝나자마자, 8월 크랭크인 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5, 6, 7월 동안 다른 작품을 하고 오겠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무리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반대의사를 표명했습니다.

5~7월 기간은 '권법' 크랭크인 전 무술 트레이닝, 감독과의 리딩 및 캐릭터 분석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며, 무엇보다도 연속된 작품 일정으로 어린 배우에게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는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동은 주연 배우로서 예의도 아니며 또한 영화계에 그런 전례도 없고, 수 년간 작품을 준비해온 제작진과 다른 배우에게도 어린 여진구씨가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권법' 촬영 전 다른 작품을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였습니다. 



그런데 '권법' 촬영 전 다른 작품을 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계약서에 명확히 밝혀야 되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 역시 작품에 출연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에 대한 계약도 명확히 했어야 하고, 그에 대한 대가도 당연히 지급되어야 맞는 거겠죠. 여진구의 연예활동 전체를 제한하는 건 지나치니까 광고촬영 같은 건 가능하게 하고요. 준비 기간이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을테니 여진구 측에서는 다른 작품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거죠. 전 이게 유니폼 갈아입는 시간은 노동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K도넛 매장의 알바생의 경우와 좀 비슷하지 않나 싶었어요. 여진구는 그래도 준비 기간에 다른 걸 하면서 경제활동할 수 있는 직종인 거고, 알바생은 그걸 거부했다간 당장 짤리는 거고요. 

뭐 전 여진구측도 잘한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대기업이면서 CJ는 참으로 주먹구구로 일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어벤저스] 촬영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든 생각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촬영한다니까 진짜로 그렇게 촬영하는구나,라는 감탄이었습니다. 헐리우드는 철저히 시간제로 계약하고 촬영이 늦어지면 그만큼 들어가는 인건비가 늘어나서 미리 계획한 대로 촬영할 수 있다고 하죠. 실제 '촬영' 뿐만 아니라 사전 작업, 회의 같은 것들도 다 시간당 계산되는 시스템일 거라고 생각해요. 주연배우와 스탭들의 계약방식이 같을 수는 없겠고, 그에 따른 책임도 좀 다르겠지만, 뭔가 예측가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진짜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도 노동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9시-6시 업무시간이라고 해서 딱 9시에 나오고 이러는 것까지를 따지고 싶은 건 아닙니다. 



    • 그런데 여기서 CJ는 투자사 입장이고 제작사는 따로 있는데요. 제작사는 뭐 여느 제작사가 그렇듯 영세한 규모일텐데요. 여진구측 소속사도 마찬가지구요.

      제기하신 노동시간 문제는 생각해볼만 하지만 제작사-소속사간 논쟁에서 양쪽다 그 부분을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실제로 업계 관행도 그렇겠지만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그렇게 하진 않죠. 한국 회사이건 외국 회사이건요.

      저는 투자사 및 투자자측에서 한류스타를 원해서 압력을 넣었다는 설을 믿지만 지금 공방전이 오가는 양측에서 문제 삼고 감정 상해하는 부분에서 그건 빠져있네요. 게다가 투자사에서 바라던 한류스타는 이 일을 계기로 더 멀어져 버리고 다른 한류스타(라고 할만한 네임벨류를 가진 어떤 스타라도)들도 멀어져버린 상황이죠. 타격은 여진구 소속사와 제작사가 가장 크겠지만 제가 보기에 제일 우스운 꼴은 투자사 CJ 및 투자자들인 듯 해요. 갑질도 정도껏해야지 돈줄 쥐고 있다고 아무데나 입김 넣다가 다놓친 꼴이라니.
      • 중국 쪽 투자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아마도 최근에 '별그대'로 대륙에서도 엄청 인기있는 김수현을 원했을 것 같아요

        • 여기 한 표요. 그런데 김수현측에서 영리하게 수렁에서 발을 뺀거죠. 중국투자자는 그렇다치고 상도의를 저버린 제작사측의 뒷통수가 참 고약합니다.
        • '누구를 캐스팅 해달라 그러면 투자할께...' 이런 식이었다면 투자문제도 확정된게 아니라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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